‘사직 예수’가 레일리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회심의 MLB 재도전, 또 대박 사례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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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15년 롯데에 입단해 KBO리그를 대표하는 장수 외국인 투수로 이름을 날린 브룩스 레일리(37)는 2020년 시즌을 앞두고 거취를 고민했다. KBO리그 통산 5년 동안 152경기에서 48승을 거둔 레일리는 이미 한국에서 검증을 마친 선수였다. 롯데도 웬만하면 재계약을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레일리의 생각은 달랐다.
당시 레일리는 32세의 선수였다. 한국에서 성공적인 경력을 쌓았고, 돈도 많이 벌기는 했지만 여기서 안주하면 메이저리그의 꿈을 다시 실현하기 어려웠다. 나이가 더 들면 메이저리구 구단들의 관심에서도 멀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레일리의 좌타 상대 경기력을 눈여겨봤고, 이런 분위기를 알고 있었던 레일리는 과감하게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했다. 롯데와 재계약 협상을 깨고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
메이저리그 보장 계약을 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도 ‘마지막’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선 것이다. 그때 레일리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한 팀이 바로 신시내티 레즈였다. 하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덮치며 메이저리그 개막이 지연되는 등 최악의 사태를 겪었지만, 레일리는 2020년 메이저리그 복귀에 성공하며 꿈을 이뤘다.
온갖 악재를 딛고 일어선 레일리는 이후 승승장구했다. 확실히 좌타자 상대 장점이 있었다. 이를 눈여겨 본 우승권 팀인 휴스턴이 트레이드로 레일리를 영입했고, 레일리의 능력을 요긴하게 잘 써먹기 시작했다. 그런 레일리는 2022년 탬파베이, 2023년 뉴욕 메츠로 이적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비록 팔꿈치 수술을 받으면서 경력의 흐름이 끊기기는 했으나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메이저리그 13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58, 이닝당출루허용수(WHIP) 1.09를 기록하며 대박을 쳤다. 이제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인정을 받는 좌완 불펜이 됐다.
그 길을 따라가는 롯데의 ‘외국인 후배’가 등장한 것은 흥미롭다. 지난해까지 롯데에서 뛰었으나 재계약에 이르지 못한 우완 애런 윌커슨(36)이 그 주인공이다. 현지 언론들은 윌커슨이 신시내티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고 28일(한국시간) 보도했다. 롯데와 재계약 협상이 결렬된 뒤 미국 복귀를 노리고 있었던 윌커슨은 역시 메이저리그 보장 계약을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너무 늦지 않게 마이너리그 계약을 하며 기회를 찾아 나섰다.
물론 윌커슨과 레일리의 성향과 던지는 손, 장점과 현재 상황까지 모든 게 다르기는 하지만 흡사한 구석도 있다. 윌커슨은 2017년 밀워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2019년까지 뛰었다. 하지만 경력은 그렇게 특별하지 않다. 3년간 메이저리그 14경기(선발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6.88을 기록한 게 전부였다. 그리고 2020년부터는 해외 리그를 옮겨 다녔다. 메이저리그와 거리가 있는 선수였다.
그런 윌커슨은 2023년 롯데의 대체 외국인 투수로 입단해 인상적인 투구를 했다. 구속이 아주 빠른 선수는 아니었지만 높은 존을 잘 활용했고, 다양한 변화구와 안정적인 경기 운영 능력까지 앞세워 좋은 활약을 했다. 2023년 13경기에서 7승2패 평균자책점 2.26을 기록하며 재계약에 골인했다.
그런 윌커슨은 2024년에도 32경기에서 12승8패 평균자책점 3.84를 기록하며 시즌을 완주했다. 시즌 초반 부진이 아쉽기는 했고 반등한 흐름을 시즌 마지막까지 이어 가지 못한 건 아쉬웠다. 그래도 윌커슨이 굉장히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단연 이닝 소화력이었다. 2023년 13경기에서 79⅔이닝을 던졌던 윌커슨은 2024년 32경기에서 무려 196⅔이닝을 던지며 리그 최고의 이닝 소화력을 선보였다.
피안타율이 0.270에 이를 정도로 구위가 압도적인 것은 아니지만 볼넷을 잘 억제했고, 맞을 건 맞고 줄 것은 주더라도 빠르게 승부하는 성향 덕에 압도적인 이닝 소화를 뽐낼 수 있었다. 평균자책점이 다소 높다 하더라도 팀에 굉장한 기여였다. 하지만 롯데는 더 강한 구위를 원했고, 윌커슨은 아쉬움과 함께 한국을 떠났다.
이제 윌커슨은 원점에서 다시 메이저리그 무대에 도전한다. 신시내티는 선발 자원 자체는 많은 팀이다. 그러나 선발진이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고 보기는 다소 어렵다. 헌터 그린, 브래디 싱어, 닉 마르티네스 등 선발 투수들이 있기는 하나 강력한 선발진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변수가 많다. 이에 신시내티는 트리플A에서 최대한 많은 선발 투수들을 보유하려고 할 것이고, KBO리그에서 안정적인 이닝 소화를 보여준 윌커슨을 보험으로 영입했다고 볼 수 있다. 롱릴리프로 활용할 수도 있다.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루머스는 윌커슨과 신시내티의 계약 소식을 전하면서 “윌커슨은 트리플A 루이빌에서 로테이션을 돌거나 롱릴리프 자원으로 시즌을 개막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당장 메이저리그에 올라가기는 어렵겠지만, 시즌은 길고 변수는 많기에 기회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트리플A에서의 선발 로테이션 진입은 가능해 보이는 형국이다.
메이저리그 정착은 물론 복귀조차도 쉽지 않아 보이는 미션이기는 하다. 신시내티도 젊은 선발 투수들을 키워야 하고, 선발 자원 자체가 많다는 것은 경쟁에서 탈락한 롱릴리프 자원도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레일리도 신시내티와 계약할 당시 모두가 ‘무모한 도전’이라고 했다. 차라리 한국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게 더 낫다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레일리는 보란 듯이 성공했다. 윌커슨 또한 그 길을 따라가지 말라는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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