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시즌 초반 부진을 딛고 일어서 프리미어12에서 가공할 만한 구위를 보여준 박영현은 올해는 시작부터 전력 질주한다는 각오다 ⓒkt위즈
▲ 지난해 시즌 초반 부진을 딛고 일어서 프리미어12에서 가공할 만한 구위를 보여준 박영현은 올해는 시작부터 전력 질주한다는 각오다 ⓒkt위즈
▲ 자타 공인 리그 최강의 패스트볼 구위를 인정받고 있는 박영현은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시즌을 준비하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kt위즈
▲ 자타 공인 리그 최강의 패스트볼 구위를 인정받고 있는 박영현은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시즌을 준비하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kt위즈

[스포티비뉴스=질롱(호주), 김태우 기자] “이번에는 변화구를 던지겠지”라고 다들 생각했다. 하지만 또 패스트볼이었다. “이번에는 진짜 변화구를 하나 섞겠지”라고 다들 확신했다. 하지만 또 패스트볼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 타자들이 손을 대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프리미어12 예선 라운드 마지막 경기, 호주전의 9회 박영현(22·kt)은 왜 그가 리그 최고의 패스트볼 구위를 가지고 있는 선수인지를 증명하고 있었다.

1이닝 동안 14구 연속 패스트볼을 던져 무실점으로 가볍게 정리한 박영현은 당시 상황에 대해 “사실 나는 솔직히 다른 구종을 조금 던지고 싶었다”고 웃어 보이면서 “(당시 포수인) (김)형준이 형이 직구가 좋다고 했다. ‘그래도 마지막은 이렇게 끝내야지’라고 해서 계속 직구를 던졌던 게 기억이 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어쩌면 자신이 원하지 않았던 이 연속 14구 패스트볼 승부는 박영현의 2024년을 기분 좋게 끝내는 하나의 장면으로 남았다.

패스트볼만 계속 던져도 만만치 않은 상대 타자들이 쉽게 공략하지 못한다는 자신감을 얻고 끝냈다. 박영현은 “타자들의 반응이나 타이밍이 다 늦은 것 같았다. ‘타이밍이 안 맞네’라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이미 한 번의 패스트볼을 본 타자였고, 이를 이겨내려면 박영현은 더 강한 패스트볼을 던져야 했다. 박영현도 “그런 생각으로 조금 더 세게 던져보자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연속 삼진이 나온 것 같다”고 그 장면을 풀었다.

박영현은 “프리미어12에 갔을 때 굉장히 느낌이 좋았다. 타자들의 반응이 못 따라오는 것을 알고 계속 직구를 던졌다. 직구를 노리는 것을 알고도 던졌다. 나도 자신감이 많이 올라온 상태였고, 그렇게 삼진을 잡으니 굉장히 뿌듯했던 것 같다. 중요한 경기에서 못 던져서 조금 아쉬울 뿐, 그래도 내 모습은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며 시즌의 마지막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의의를 뒀다.

박영현에게 프리미어12가 상당한 의미를 갖는 건 단지 성적이 좋아서, 세계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는 구위를 보여줘서가 아니다. 박영현이 시즌 초반의 어려움을 완벽하게 극복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이미지였다. 시즌 초반 예상보다 부진해 스스로도 스트레스가 심했지만, 2024년은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배웠다는 점에서 그래도 의미가 없지 않았다고 진단한다. 그 정점이 바로 프리미어12였다. 박영현이 자신감을 얻은 또 다른 영역이다.

박영현은 “초반에 부진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었다. 2년 연속 초반에 그랬다. 나도 생각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마무리는 뒤가 없다. 자신의 부진은 팀의 패배로 직결되기에 더 미안한 마음이 컸다. 답답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슬럼프를 빠져 나오는 과정을 겪은 것도 하나의 경험이라고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박영현은 “슬럼프에 빠졌을 때 빠져 나올 수 있는 구멍이 몇 개가 있다는 것을 배웠던 것 같다. 아무리 무너져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길은 많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다. 어둠 속에서 계속해서 빛을 찾아갔던 것 같다. 좋은 형들이 너무 많았고, 코치님들도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2024년 최고 수확의 공을 주위에 돌렸다.

하지만 극복하는 방법을 알았다고 다시 그 어둠 속에 빠질 생각은 전혀 없다. 경험하고 싶지 않은 어둠이다. 그래서 올 시즌은 시작부터 달려보기로 마음먹었다. 다행히 몸이 받쳐준다. 박영현은 “끝나자마자 군대(훈련소)에 갔다. 돌아와서 캐치볼할 때 조금 걱정했는데 그래도 첫 느낌이 좋았다. 지금 이 시기에 잘 올라온 것 같다. 괜찮다”면서 “그런 시기(훈련소)가 와서 어쩔 수 없이 쉬었는데 그것도 어떻게 보면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현재 페이스를 설명했다. 이미 호주 캠프에서 보여주고 있는 박영현의 구위는 칭찬이 자자하다. “박영현은 걱정할 게 없다”는 호평까지 나온다.

▲ 박영현은 팀의 마무리로 팀의 우승을 이끌고, 헹가래 투수가 되는 특별한 장면을 꿈꾸고 있다 ⓒkt위즈
▲ 박영현은 팀의 마무리로 팀의 우승을 이끌고, 헹가래 투수가 되는 특별한 장면을 꿈꾸고 있다 ⓒkt위즈

박영현은 “올해는 작년 기억을 잊고 ‘새로운 시즌이다’라고 생각을 하면서 초반부터 좀 잘 던지려고 하고 있다. 올해 목표는 무조건 우승이다. 우리도 작년보다는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서 호주까지 와서 이렇게 고생을 하는 것이다. 올해 시즌은 팀도 초반에 치고 나가야 되고 나도 초반에 열심히 던지면서 도움이 되면 그런 시너지가 잘 어우러져서 좋은 성적이 날 것 같다”고 다짐하면서 “올해는 매년 그랬듯이 안 다치는 게 목표이기는 하지만, ‘초반부터 잘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리그 최고 마무리로 공인되고 있는 만큼 구원왕에 대한 욕심도 있겠지만, 박영현은 더 큰 목표가 있다고 말한다. 바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자신의 손으로 확정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박영현은 “매년 느낀다. 부럽다는 생각도 많이 든다. 저 장면의 주인공이 내가 됐으면 좋겠다는 느낌이 있다”면서 “모든 투수들, 모든 마무리의 꿈 아닐까”라고 욕심을 냈다. 강력한 패스트볼로 박영현답게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하고 포효하는 것, 그 꿈을 향한 2025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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