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17세 이하(U-17) 아시안컵에서 조별리그 첫 2경기를 뛰지 못한 가수 김정민의 아들 다니 다이치(16)가 피치를 밟을 때마다 공격포인트를 쌓자 일본 언론이 "A대표 클래스로 성장할 수 있는 유망주"라며 조명 비중을 높이고 있다.

아울러 다니의 '선택'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FC 서울 유스팀인 오산중학교에서 기량을 갈고닦다 일본 유학을 택한 다니 행보 원인을 면밀히 살폈다.

잔디와 유스 시스템을 비롯한 한일 양국의 축구 인프라 격차와 병역 문제 등을 거론했는데 "다니는 한국 축구계에도 풀어야 할 과제를 제공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니는 지난 13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타이프의 오카드 스포츠클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아시아축구연맹(AFC) U-17 아시안컵 사우디아라비아와 8강전에서 동점골에 기여하는 1도움을 올리는 등 준수한 경기력을 뽐냈다. 

그러나 팀은 웃지 못했다. 일본은 사우디와 전후반 90분 공방 끝에 2-2로 비긴 뒤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2-3으로 져 4강행에 실패했다.

▲ 다니 다이치는 1골 1도움으로 이번 U-17 아시안컵을 마쳤다. 그라운드만 밟으면 공격포인트를 신고해 눈부신 잠재성을 증명했다. ⓒ 연합뉴스
▲ 다니 다이치는 1골 1도움으로 이번 U-17 아시안컵을 마쳤다. 그라운드만 밟으면 공격포인트를 신고해 눈부신 잠재성을 증명했다. ⓒ 연합뉴스

다니는 1990년대 '슬픈 언약식' '무한지애' 등 히트곡을 부른 가수 김정민의 둘째 아들이다. 

신장 184㎝ 72㎏의 빼어난 신체조건을 자랑하는 스트라이커로 지난 11일 호주와 조별리그 3차전에서 대회 첫 골을 뽑아 주목받았다.

8강전에서도 천재성을 번뜩였다. 다니는 팀이 1-2로 끌려가던 후반 27분, 센터 서클에서 환상적인 스루 패스로 동료 동점 골을 도왔다. 

전방으로 질주하는 아사다 히로토 침투 타이밍에 맞춰 기가 막힌 '키패스'를 건넸다. 패스 한 방에 사우디 수비수 6명이 힘을 잃었다. 

다니 패스로 상대 수비 라인을 허문 아사다는 페널티 지역에서 정교한 오른발 슈팅으로 사우디 골문 왼쪽 하단을 갈랐다. 

이후 두 팀은 추가 득점에 실패해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일본은 3, 4, 5번 키커가 거푸 실축했다. 결국 2-3으로 준결승 길목에서 쓴잔을 마셨다. 다니는 키커로 나서지 않았다.

다니는 아버지가 한국인이고 어머니가 일본인이어서 한국과 일본 국적을 모두 가질 수 있다.

이번 U-17 아시안컵에는 일본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출전했다.

한국에서는 김도윤이라는 이름으로 K리그1 FC서울의 유스 팀인 오산중학교에서 선수로 뛰었다. 이후 일본으로 축구 유학을 떠났다.

현재 일본 J리그 사간 도스 U-18 팀에서 프로 데뷔를 노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U-17 아시안컵 예선에서 남다른 결정력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네팔과 1차전에서 4골을 몰아쳐 팀 9-2 대승에 크게 한몫했다. 몽골과 카타르를 상대로 치른 2, 3차전에서도 각각 1골씩 수확했다.

다만 U-17 아시안컵 본선 경험은 예상보다 시간이 좀 걸렸다. 일본이 조별리그 B조에서 2경기를 치르는 동안 벤치를 달궜다.

지난 11일 대회 조별리그 B조 최종전에서 교체로 처음 피치를 밟았다. 교체 투입 8분 만에 만만찮은 호주 수비진을 상대로 득점포를 가동했다. 

팀이 1-3으로 뒤진 후반 41분, 쫓아가는 골을 터뜨렸다. 페널티 박스 중앙에서 침착한 왼발 슈팅으로 호주 골망을 출렁였다. 

이번 대회를 1골 1도움으로 마친 다니는 그라운드만 밟으면 공격포인트를 신고, 잠재성을 스스로 증명했다.

일본 '라이브인도어뉴스'는 14일 "불과 2경기 출전으로 1골 1도움을 수확했다. (사우디 아시안컵을 통해) 같은 세대 일본 축구 안에서 상당한 입지를 구축했다"고 호평했다.  

"120분 풀타임을 소화한 사우디전에서도 팀 공격 중심 역할을 수행했다. 좋은 피지컬과 넓은 시야, 영민한 공간 파악을 활용해 헤딩과 패스, 슛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능력을 과시했다"고 덧붙였다.

매체는 '푸른 유니폼'을 선택한 다니가 "한국에 통한의 손실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한국은 장래 A대표팀 클래스로 성장할 수 있는 유망주를 라이벌국으로 유출시킨 셈인데 이는 한국 축구계에도 '과제'를 부여한 것"이라며 "한국은 일본과 견줘 유소년 선수층이 얇다. 잔디나 유스 시스템 등 인프라 면에서도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병역 의무도 있기에 (일본에 비해) 장점이 적은 건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다니 사례가 증명한다. 이중 국적을 지닌 선수가 어느 나라 유니폼을 입을 것인지는 국적이 아닌 기회와 환경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라며 어린 유망주의 결단 배경에 국가보다는 '축구적 여건'이 더 강하게 기능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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