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계약에 있어 감성은 하등 관련이 없다. 과거에 어떠한 성과를 거뒀든 오로지 미래만 보고 재계약이 진행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누구에게도 최고의 자리를 내주지 않았던 케빈 더 브라위너(34, 맨체스터 시티)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은 계약 연장 제안을 받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더 브라위너는 이미 이번 시즌을 끝으로 맨체스터 시티와 결별을 예고했다. 이달 초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맨체스터 시티 소속으로 뛸 날이 몇 달 안 남았다고 알린다"며 "선수라면 언젠가 마주하는 일이다. 좋든 싫든 이제는 작별 인사를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맨체스터는 내게 영원히 기억될 곳이다. 이 구단과 직원, 동료들, 가족, 도시까지 지난 10년의 시간을 함께해준 데 감사를 표한다"며 "모든 이야기에는 끝이 있다. 이러한 말을 하게 됐지만, 여전히 최고의 스토리 중 하나"라고 담담하게 결별을 전했다.  

더 브라위너의 인사에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최고라는 평가를 내릴 때에는 항상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더 브라위너만큼은 최고의 선수라는 걸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부상을 당하기 전 더 브라위너는 3일마다 경기를 뛰면서 승리를 안겨주는 꾸준한 선수였다. 대체가 불가능한 자원이었다"라고 돌아봤다. 

이어 "더 브라위너는 수년간 특별한 기량을 발휘했다. 많은 트로피를 들어올렸던 순간은 물론이고, 그와 함께한 시간 모두 대단했다. 맨체스터 시티 역사의 일부이며 그가 보여준 발자취는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헌사를 보냈다. 

더 브라위너의 거취는 이번 시즌 화두였다. 맨체스터 시티와 계약이 오는 6월로 만료되는 상황에서 연장 소식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 2015년 처음 손을 맞잡은 뒤로 항상 성공의 주연으로 평가받았던 더 브라위너였기에 재계약이 물건너 갈 수 있다는 전망은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더 브라위너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절대적인 신임 아래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로 자리잡았다. 10년간 413경기에서 106골 174도움을 올렸다. 프리미어리그만 따졌을 때도 278경기 70골 118도움으로 성적표가 화려하다. 특히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드는 절묘한 패스로 만들어낸 도움은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최다 2위에 해당한다. 

이를 바탕으로 프리미어리그 올해의 선수상을 두 차례 받았고, 영국프로축구선수협회(PFA) 올해의 팀에도 5번 뽑혔다. 더 브라위너가 사령관의 임무를 다한 결과 맨체스터 시티는 프리미어리그 우승 6회, 영국축구협회(FA)컵 우승 2회, 영국풋볼리그(EFL) 카라바오컵 우승 5회 등 잉글랜드 축구를 지배했다. 숙원과 같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도 한 차례 우승하면서 방점을 찍었다. 

언제나 맨체스터 시티 승리에 기여하던 더 브라위너도 점차 낡고 고장이 났다. 30대 중반을 바라보게 되면서 내구성에 문제가 생겼다. 유독 근육 부상이 잦았다. 올 시즌에도 개막 시점에 다친 탓에 출전 시간이 대폭 줄었다. 그라운드 밖에서 보낸 시간이 늘어났고, 이제는 맨체스터 시티 전력외가 됐다. 

재계약 접근은 아주 차가웠다. 그동안 헌신을 고려해 보상 차원에서 아름다운 마무리를 할 기회를 줄 법도 한데 맨체스터 시티는 재계약 불가를 일찌감치 결정했다. 더 브라위너가 원하면 언제든 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던 것과 달리 실상은 이야기조차 할 생각이 없었다. 

더 브라위너도 실망감을 표했다.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과 가진 인터뷰에서 "1년 내내 재계약 제안을 받지 못했다. 사실 조금 충격이었다"며 "아직 이 레벨에서 더 뛸 수 있다는 생각이지만 구단은 결정을 내렸고, 나는 받아들여야 했다"라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결별 결정이 내려지고 한동안 기분이 좋지 않았다. 구단이 재계약 불가를 결심한 정확한 이유는 공개적으로 밝히기 싫다. 그들은 비즈니스적으로 접근했다"며 "우리의 대화는 길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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