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지키기 위해, 감독이 열받아 달려 나갔다… 명장은 직감으로 안다, 롯데를 하나로 묶는 방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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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김태형 롯데 감독은 14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경기가 끝난 직후 선수단을 한곳에 불러 모았다. 감독이 경기 직후 선수단과 미팅을 하는 것은 사실 흔한 일은 아니다. 너무 자주 해도 효과가 떨어지고 선수들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보통 경기력이 좋지 않았을 때 쓰는 최후의 수단이다.
그런데 이날은 롯데가 4-0으로 이긴 날이었다. 투수들이 잘 던졌다. 하지만 김 감독은 그런 상황에서도 선수단에 따끔한 메시지 하나를 전했다. 설사 경기력이 썩 좋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겼으니 기분이 풀어질 법한 상황이었는데 김 감독은 그 타이밍도 놓치지 않았다. 김 감독은 이날 선수들에게 “지긋지긋할 정도로 달라붙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팀 성적은 좋았다. 당시에도 리그 3위였다. 어떻게 보면 기대 이상이었다. 김 감독도 15일 이 상황을 설명하면서 “(우리 선수들이) 잘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또 칭찬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느슨해지면 안 된다는 게 김 감독의 생각이다. 롯데도 시즌을 무결점으로 치르는 게 아니다. 분명 어딘가 약점이 있고, 앞으로 시즌에서 우려를 모으는 부분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더 집중력을 유지해야 지금 성적을 지킬 수 있다고 본다.
김 감독은 “3-0, 4-0으로 이기고 있다고 해도 정말 더 달라붙어서 어떻게든지 더 나갈 생각을 해야 한다. 경기가 넘어갔다고 하면 자기 욕심을 부리는 부분도 있고, 약간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건 우리 팀뿐만 아니라 다 그렇다. 5~6점차 이기고 있으면 후반에 집중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그럴 단계가 아니라는 것을 선수들에게 말해주고 싶었다”면서 “100-0으로 이기고 있어도 상대가 지긋지긋할 정도로 달라붙는 그런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지금 잘하고 있는데 조금 더 집중하자고 그렇게 메시지를 줬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왜 이기고 나서였을까. KBO리그를 대표하는 명장인 김 감독은 순간의 그 미세한 분위기를 놓치지 않았다. 김 감독은 “이길 때도 그 흐름과 타이밍이라는 게 있다. 어제(14일)는 뭔가 좀 어수선하더라. 그 전 경기도 그렇고, 선수들의 집중력이 약간 떨어져 있는 느낌이었다”면서 “어떻게 보면 스태프도 내가 좀 뭐라 했는데 다 같이 집중하자는 뜻에서 어제 미팅을 한 것”이라고 했다.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라는 김 감독의 짧고 굵은 메시지가 선수들의 경기력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사실 정확하게 계량할 수 없다. 하지만 롯데는 17일(더블헤더)부터 18일까지 열린 삼성과 3연전을 모두 쓸어 담으며 홈팬들을 열광시켰다. 사실 17일 더블헤더 2경기도 1점차 접전이었고, 18일 경기 또한 중반 추격하는 상대 흐름에 진땀을 뺀 경기였다. 하지만 힘든 일정 속에서도 경기 막판까지 집중력을 유지한 선수들은 기어이 3연승을 거두고 공동 2위에 올라섰다.
김 감독이 나서는 타이밍은 ‘질책’과 ‘조언’이 필요할 때만은 아니었다. 18일 사직 삼성전에서는 5회 팬들과 선수단이 깜짝 놀랄 만한 상황이 나왔다. 윤동희 타석 때 양창섭의 공이 머리 쪽으로 날아갔다. 윤동희가 놀라 넘어졌다. 그런데 여기서 김태형 감독이 저벅저벅 그라운드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뭔가 잔뜩 화가 난 모습이었다. 오히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말리고, 삼성 선수들도 해명을 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어떻게 보면 거대한 존재감이었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이전에 논란에 휘말린 적이 있는 터라 김 감독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지만 참지 않았다. 롯데는 최근 들어 유독 몸에 맞는 공이 많고, 특히나 머리에 맞는 공이 많았다. 전민재 이호준이 이미 한 차례 아찔한 상황을 겪었고, 이날도 장두성이 머리에 공을 맞았다. 롯데 선수들이 최근 몸쪽 공에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김 감독 또한 참지 않았다.
상황은 아주 큰 문제로 번지지는 않고 마무리가 됐지만, 상황이 끝난 뒤 선수들이 느끼는 감정은 복합적이었을지 모른다. 몸쪽 공 때문에 가뜩이나 요새 억울하고 짜증나는 일이 많은 상황에서 김 감독이 먼저 나서 선수단을 대변했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느끼는 심정이야 제각각이었겠지만, 뭔가 ‘감독은 우리 편’이라는 확실한 든든함을 얻기에는 충분했을 것이다. 명장은 직감으로 나서야 할 때를 알고 있었고, 롯데는 한곳으로 뭉쳐 앞으로 나아가며 강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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