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바이에른 뮌헨의 거침없던 연승 행진이 멈췄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파리 생제르맹, 바이어 레버쿠젠, 심지어 단기전에 강한 첼시조차 차례로 일축해온 올 시즌 '유럽 최강' 뮌헨을 멈춘 팀은 예상 밖이었다. 

분데스리가 중위권 팀인 우니온 베를린이 독일 명가 뒷덜미를 움켜쥐었다.

뮌헨은 9일(한국시간) 독일 베를린의 슈타디온 안 데어 알텐 푀르스테라이에서 열린 2025-2026 분데스리가 베를린과 원정 10라운드에서 2-2로 비겼다.

유럽 5대 리그를 통틀어 최장 기록인 16연승을 달리던 뮌헨은 이날 무승부로 개막 이후 이어오던 전승 행진이 끊겼다. 후반 추가 시간 해리 케인 극장골이 아니었다면 이날은 ‘충격의 첫 패배’로 남았을 경기였다.

이날 한국 국가대표 수비수 김민재는 벤치에서 대기했지만 투입되지 않았다. 체력 안배 차원 결정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부재가 수비 라인의 흔들림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베를린 공격수 정우영은 후반 33분 교체 투입돼 짧은 시간 동안 바지런히 피치를 누볐다.

경기 초반부터 베를린은 거칠게 밀어붙였다. 

전방 압박과 몸싸움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전반 9분 일리야스 안사가 헤딩으로 골망을 흔들었지만 비디오 판독(VAR) 끝에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았다.

취소된 골에도 베를린은 기세를 꺾지 않았다. 공 하나에 몸을 던졌고 파울을 불사하며 뮌헨 패스를 끊었다.

경기 초반 20분간 주도권은 베를린 몫이었다. 강호를 상대로 전혀 주눅 들지 않은 움직임이었다.

전반 27분 베를린이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오른쪽 코너킥이 문전으로 올라왔고 다닐로 도에키가 수비 틈새를 비집고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공은 마누엘 노이어 손 맞고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잡을 수 있던 공이었다. 다만 슈팅이 노이어 겨드랑이 밑으로 빠져나갔다. 

홈팀 선제골에 관중석은 환호했고 원정팀 표정은 굳어졌다.

그러나 뮌헨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11분 뒤 루이스 디아스가 한 편의 예술 같은 득점을 만들어냈다. 

전반 38분 디아스는 요시프 스타니시치와 짧은 패스를 주고받으며 상대 왼 측면에 진입했다. 골라인을 향해 달려가던 그는 슬라이딩으로 가까스로 공을 살려내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다시 일어나 한 명을 제친 뒤 각도가 거의 없는 골라인 부근에서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다. 공은 골키퍼 손끝을 스치고 골문 구석으로 꽂혔다.

현지 중계진도 찬탄한 원더골이었다.

디아스는 리버풀 시절부터 ‘하이라이트 전용 선수’로 불리던 테크니션이지만 이날 그의 득점은 그 별명이 허언이 아님을 드러냈다. 

천재성을 번뜩인 뒤 실수를 범했다. 전반 45분 케인의 완벽한 스루패스를 받아 단독 찬스를 잡았지만 발이 꼬이면서 허공으로 슛을 날렸다. 

이어진 추가시간엔 케인의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득점이 취소됐다. 전반은 1-1로 마감됐다.

후반 들어서도 경기 양상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뮌헨은 점유율을 높였지만 베를린의 강한 압박과 정교한 세트피스에 번번이 흔들렸다. 

후반 13분엔 베를린 중앙 미드필더 야니크 하버러가 문전에서 완벽한 기회를 잡았지만 슈팅이 골대 위로 떴다. 

베를린은 이후 정우영을 투입해 전방에 속도를 더했다. 결국 후반 38분 추가 골을 꽂았다.

프리킥 기회에서 케인의 헤딩 클리어가 멀리 가지 못했고 그 공을 도에키가 잡아 떨어지기도 전에 왼발 하프발리슛으로 마무리했다. 

골문 구석을 향한 정확한 궤적. 노이어는 손끝도 대지 못했다.

도에키 멀티골로 베를린은 2-1 리드를 잡았다. 올해 최대 이변을 눈앞에 뒀다.

뮌헨은 당황했다. 수비 라인은 흔들렸고 공격진 연계는 무뎠다. 김민재가 빠진 자리는 생각보다 컸다. 

뮌헨 백4 라인은 공중볼 대처에서 불안했고 세트피스 수비 조직력이 무너졌다. 경기장 전체가 베를린 함성으로 뒤덮였다. 거인은 확실히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뮌헨에는 확실한 해결사가 있었다. 케인이 경기 마지막 하이라이트 필름을 손수 책임지며 소속팀 무패 본능을 지켜냈다.

후반 추가시간 3분 왼쪽 외곽에서 톰 비쇼프가 차올린 크로스를 케인이 문전으로 달려들어 정확한 타이밍에 헤더로 꽂아 넣었다. 

공이 골망을 흔드는 순간 뮌헨 벤치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케인의 리그 13호골.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독일 분데스리가 득점왕 이력의 골게터는 팀을 패배 수렁에서 건져올리면서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 득점 선두까지 굳건히 했다.

경기는 2-2로 마무리됐다. 뮌헨의 전승 행진은 끊겼지만 무패는 이어졌다. 시즌 9승 1무(승점 28)로 여전히 선두를 지켰다. 

베를린은 누적 승점 12로 10위에 머물렀지만 경기 내용만큼은 승자였다. 이날 슈테펜 바움가르트 감독이 펼쳐보인 '뮌헨전 대응 수'와 이를 수행한 선수단 투지·집중력은 리그 판도에 작은 파문을 일으켰다.

베를린 부주장 라니 케디라도 “오늘 우리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거대한 팀을 상대로 우리가 싸울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며 만족감을 숨기지 않았다. 

▲ 우니온 베를린은 이날 무승부로 승점 12를 기록, 분데스리가 10위를 지켰다. 다만 경기 내용만큼은 승자였다. 슈테펜 바움가르트 베를린 감독이 펼쳐보인 '뮌헨전 대응 수'와 이를 수행한 선수단 투지·집중력은 리그 판도에 신선한 파문을 안겼다.
▲ 우니온 베를린은 이날 무승부로 승점 12를 기록, 분데스리가 10위를 지켰다. 다만 경기 내용만큼은 승자였다. 슈테펜 바움가르트 베를린 감독이 펼쳐보인 '뮌헨전 대응 수'와 이를 수행한 선수단 투지·집중력은 리그 판도에 신선한 파문을 안겼다.

베를린 팬들은 경기 종료 뒤에도 10분 넘게 응원을 멈추지 않았다. 패배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그들은 연고 팀이 분데스리가 균형을 흔들었다 자부하는 듯했다.

뮌헨 승전고는 잠시 멈췄지만 엔진은 여전히 뜨겁다. 16연승 기세는 사라졌어도 무패 자존심은 이어졌다. 케인은 90분 내내 고립된 흐름에서도 마지막 3분에 해답을 냈고 뮌헨은 패배를 거부했다. 유럽 전역이 주목한 전승 팀의 첫 흔들림과, 그 흔들림 속에서도 꺼지지 않은 불빛을 더불어 발견한 '베를린 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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