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일의 NBA 액션] NBA 플레이오프에서 벌어진 놀라운 사건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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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TV NEWS=조현일 해설위원] 보스턴 셀틱스의 NBA 8연패, 래리 버드 대 매직 존슨의 라이벌전, 마이클 조던의 '더 샷' 등 NBA 역대 플레이오프를 빛낸 명승부, 명장면들은 여전히 농구 팬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4월을 맞아 NBA 플레이오프를 빛낸 명장면들을 소개한다.
▲ 레지 밀러의 '밀러 타임'
레지 밀러는 마이클 조던만큼이나 위기 상황을 즐겼던 선수다. 1994년 동부 컨퍼런스 파이널 5차전에서 보여준 득점쇼(4쿼터에만 25득점), 1995년 동부 컨퍼런스 세미 파이널에서 8.7초 동안 8점을 올리며 두 번이나 뉴욕 닉스를 울린 장면은 밀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시카고 불스와 맞붙은 1998년 동부 컨퍼런스 파이널 4차전에서도 그의 가치가 빛났다. 밀러는 종료 2.9초를 남긴 상황에서 역전 3점을 꽂아 넣으며 페이서스의 승리를 이끌었다. 39살까지 현역생활을 했던 밀러의 클러치 능력은 나이를 먹어도 전혀 시들지 않았다.
2002년 플레이오프 1라운드. 밀러가 이끄는 인디애나 페이서스는 막차로 플레이오프에 합류해 동부 1위 뉴저지 네츠와 맞대결을 벌였다. 1위와 8위의 승부였지만 시리즈는 5차전까지 진행됐다(당시 PO 1라운드는 5전 3선승제).
시리즈 내내 그랬던 것처럼 5차전도 손에 땀을 쥐는 명승부였다. 종료 5초를 남기고 페이서스가 92-95로 끌려가고 있었다. 뉴저지의 리차드 제퍼슨이 두 번째 자유투를 넣으면 사실상 경기가 끝나는 상황. 인디애나에는 더 이상의 타임아웃이 남아있지 않았다. 하지만 제퍼슨이 두 번째 자유투를 놓치면서 페이서스에 실낱같은 희망이 찾아왔다.
리바운드를 잡은 저메인 오닐은 재빨리 포인트가드 케빈 올리(現 코네티컷 대학 감독)에게 볼을 건넸다. 올리는 발바닥에 땀이 날 정도로 빠르게 하프라인을 넘어와 코트 중앙에 서 있던 밀러에게 패스했다. 남은 시간은 딱 0.8초. 어떻게든 슛을 던져야 하는 짧은 찰나였다.
밀러는 망설이지 않았다. 볼을 받자마자 케리 키틀즈의 수비 반대 방향으로 턴어라운드 3점을 던졌다. 거리는 약 12m. 높은 포물선을 그린 볼은 그대로 그물을 통과했다(*). 승리를 확신했던 키스 밴 혼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연장에서도 밀러의 놀라운 승부사 기질은 계속됐다. 105-107로 2점 차로 뒤진 상황. 페이서스는 종료 8.2초를 남기고 마지막 공격권을 얻었다. 네츠 진영에서 공격을 시작한 페이서스는 어김없이 밀러에게 볼을 건넸다.
밀러의 이번 선택은 3점 슛이 아닌 돌파. 3점 페이크 이후 림을 향해 돌진한 밀러는 애런 윌리엄스와 케년 마틴 위로 그림 같은 인-유어-페이스 덩크를 꽂아 넣으며 다시 한 번 승부를 연장으로 이끌었다. 시즌 내내 덩크가 없었던 밀러가 중요한 상황에서 시즌 첫 슬램덩크를 터뜨린 것.
3차 연장에서 기력이 다한 페이서스는 2득점에 그치며 아쉽게 시리즈를 내줬다. 하지만 세금처럼 피할 수 없는 밀러의 클러치 슛은 네츠 팬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8번 시드의 위력도 함께 내보였다. 당시 밀러의 나이는 무려 37세였다.
*느린 화면으로 본 결과, 밀러의 3점은 경기 종료 버저가 울린 후에 던진 슛이었다. 이듬해, NBA는 비디오 판독 도입을 결정했다. 은퇴 이후 밀러는 미국 최고의 토크쇼 중 하나인 『데이비드 레터맨 쇼』에 출연해 “네츠를 상대로 던진 3점 버저비터는 오심이었다”고 쿨하게 인정했다.
▲ 될성부른 떡잎, 드웨인 웨이드
2004년 플레이오프 1라운드. 마이애미 히트와 뉴올리언스 호네츠의 1차전은 드웨인 웨이드에게 잊을 수 없는 경기로 남아 있다. 당시 히트에는 루키 웨이드를 필두로 브라이언 그랜트, 라마 오덤 등이 팀의 주축을 이루고 있었다.
이에 맞서는 호네츠는 배런 데이비스, 데이비드 웨슬리 백코트에 저말 매글로어, PJ 브라운이 뒤를 받쳤다. 1차전은 경기 내내 박빙으로 흘렀다. 경기 종료 11초를 남긴 상황, 점수는 79-79 동점.
공격권을 쥔 히트의 스탠 밴 건디 감독은 작전타임을 요청했다. 그리고 놀라운 결정을 내렸다. NBA 첫 플레이오프 경기에 나선 루키에게 클러치 슛을 맡긴 것. 3점 라인 중앙에서 볼을 잡은 웨이드의 매치업은 베테랑 배런 데이비스였다. 벤치에 있던 양 팀 선수들, 만원을 이룬 관중들 모두 기립하며 역사의 순간을 지켜봤다.
마침내 웨이드가 볼을 잡았다. 오른쪽으로 돌파하던 웨이드는 순간적인 체인지 오브 디렉션 드리블로 급격히 돌파 방향을 바꿨다. 데이비스가 첫 스텝을 빼앗긴 순간 웨이드는 본능적으로 림에 돌진했다. 센터 매글로어가 떴지만, 깃털처럼 가벼운 웨이드의 점프를 저지하기엔 역부족.
웨이드의 플로터는 림도 건드리지 않고 그물을 갈랐다. 히트의 극적인 2점 차 승리. 오덤, 레이퍼 앨스턴은 웨이드를 번쩍 들어 올렸다. 히트와 호네츠의 1라운드 1차전은 NBA 루키 감독이었던 스탠 밴 건디와 될성부른 떡잎 웨이드가 합작해 낸 2004 플레이오프 최고의 명장면이었다.
▲ 최대 승부처에서 터진 육감적인 3점 슛
샌안토니오와 마이애미가 맞닥뜨린 2013 파이널 6차전. 6년 만에 결승 무대를 밟은 스퍼스 선수들은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반면, 종료 28.2초 전, 89-94로 뒤져있던 마이애미는 마지막 10여 초를 남겨두고 르브론 제임스가 던진 3점이 림을 빗나가면서 패색이 짙어졌다. 그러나 크리스 보쉬와 레이 알렌은 이 경기를 내줄 생각이 없었다. 힘겹게 공격 리바운드를 따낸 보쉬가 3점 라인 밖에 있던 레이 알렌에게 곧장 패스를 건넸다.
이때 기적이 일어났다. 3점 라인도 확인하지 않은 채, 그저 육감적으로 5발 이상 뒤로 물러서서 던진 알렌의 3점이 철썩 그물을 가른 것. 보쉬가 공격 리바운드를 잡는 순간, 지체 없이 3점 라인을 향해 뒷걸음질하는 발놀림은 오직 알렌만이 내릴 수 있는 판단이었다. 패스를 받아서 던진 캐치-앤-슛이 아닌 드리블 이후, 그것도 뒤로 물러나면서 던진 3점이었던 만큼 난이도도 대단히 높았다.
극적인 3점을 넣은 알렌은 허공에 대고 이렇게 외쳤다. "이 빌어먹을 테두리 라인 좀 집어 치우라고!" 알렌의 3점이 터졌을 당시, 스퍼스의 우승을 확신한 경기진행요원들은 관중들이 경기장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미리 경계선을 쳐놓은 상황이었다.
연장전 마무리도 알렌의 몫이었다. 연장 종료 직전, 알렌은 상대 반칙으로 얻어낸 자유투 2개를 모두 림에 꽂으며 103-100, 3점 차 승리의 일등공신이 되었다.
반면, 다 이겼던 경기를 내준 스퍼스는 6차전 패배 타격이 너무 컸다. 팀 던컨이 44분이나 뛴 데다 주전 포인트가드, 토니 파커의 부상 상태는 더욱 나빠졌다. 결국, 6차전 승리 기운을 이어간 히트가 7차전마저 잡아내면서 NBA 2연패에 입맞춤했다.
6차전을 지켜본 많은 NBA 선수들이 찬사를 보냈다. 앤써니 톨리버는 "이번 파이널은 7경기가 아닌, 27경기였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로이스 화이트는 "예수님(알렌의 별명)이 돌아왔다"며 찬사를 보냈다. 개리 포브스 역시 "알렌이 마이애미에 구원의 밧줄을 내밀었다"며 역전승의 중심에 알렌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알렌과 함께 2012-13시즌 우승을 합작한 르브론은 이 경기가 끝난 후 "알렌이라면 승부처에서 슛을 믿고 맡겨도 된다. 99개를 던져 단 하나의 3점도 넣지 못했다 할지라도 계속해서 볼을 줄 것"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사진] 레지 밀러 ⓒ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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