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재응 코치(가운데)가 투수 교체를 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KIA 타이거즈가 극적인 반전을 이어 가고 있다. 김기태 전 감독이 사퇴한 뒤 치른 12경기서 10승 2패로 엄청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가장 크게 변한 내용은 단연 투수력이다. 12경기를 치른 상황에서 평균 자책점은 2.12에 불과하다. 선발이 안정적으로 돌아가고 있고 젊게 재편된 불펜도 이상적으로 굴러가고 있다. 김기태 감독 시절 평균 자책점이 5.83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KIA는 김기태 전 감독 퇴진 이후 서재응 불펜 코치를 1군 투수 코치로 보직을 변경했다. 달라진 KIA 마운드에 새 힘을 불어넣고 있는 주인공이 서재응 코치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 짧은 시간 KIA 마운드에선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서 코치의 리더십에 관심이 모아질 수 밖에 없다.

박흥식 KIA 감독 대행은 서 코치를 1군 투수 코치로 발령 내며 "선수들과 소통할 수 있는 코치라는 점을 높게 샀다"고 말한 바 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선수들에게 파이팅을 불어넣고 좋은 이야기만  해주는 것으로 서 코치의 영역을 한정 지을 수 있다.

하지만 서재응 코치의 리더십은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선수들에게 자율을 부여하지만 스스로 책임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서재응 코치의 리더십이다.

30일 대전 한화전을 예로 들어 보자. KIA는 3-1로 앞선 6회 선발투수로 호투중이던 차명진을 내리고 하준영을 투입했다.

하준영은 기습 번트를 포함해 세 타자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KIA는 이 상황에서 고영창을 투입했고 고영창은 1실점으로 한화 타선을 막아 내며 승리의 기운을 이어 갔다.

이 대목에서 서 코치의 리더십을 정확하게 읽을 수 있는 대목이 등장한다.

일단 서 코치는 하준영을 나무라지 않았다. 볼넷으로 도망가며 쌓은 주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승부를 들어가려다 기습 번트 안타도 맞고 적시타도 허용했다. 하지만 자신이 갖고 있는 구위를 가지고 승부를 하려 했다는 점에서 지적할 사항은 없었다.

서 코치는 "볼 배합에 대한 아쉬움이 있기는 했지만 하준영을 나무라지는 않았다.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나온 안타는 어쩔 수 없다. 잘 버텨 줬다고 칭찬했다"고 말했다.

다음 투수 고영창을 투입하면서는 딱 한 가지만 주문했다. "안타를 맞는 것은 좋다. 하지만 맞아도 땅볼 안타를 맞아라 그것이 너를 지금 투입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서 코치는 "고영창은 투심 패스트볼이라는 무기를 갖고 있다. 투심은 땅볼을 유도하기 유리한 구종이다. 무사 만루에서 한 점을 주더라도 땅볼을 유도해 병살을 잡아낼 수 있다면 만족할 수 있는 결과였다. 고영창이 만루에서 병살을 유도했기에 팀도 이길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반대로 안타를 허용했다고 해도 땅볼이었으면 인정하고 칭찬을 했을 것이다. 땅볼 유도를 했는데 야수가 없는 쪽으로 가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고영창의 목표는 땅볼이었고 그 목표를 성실하게 이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수들이 왜 지금 자신이 등판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고영창은 무사 만루에서 썼다는 건 땅볼을 유도해 달라는 뜻이다. 그걸 알고 등판하는 것과 아닌 것은 차이가 크다"며 "투수들이 굳이 전력 분석 미팅에 들어오지 않아도 되도록 배려했다. 대신 자신이 왜 그 상황에서 등판해야 하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도록 했다. 결과로는 나무라지 않는다. 대신 그 전에 왜 그 상황에서 올라가야 했는지 답하지 못하는 투수들에게는 분명한 책임을 묻고 있다. 준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상황에서 왜 등판해야 하는지 스스로 준비하고 그에 맞는 결과를 내도록 유도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그런 시도들이 잘 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 코치는 "만약 6회 무사 만루에서 고영창이 땅볼 안타를 허용하며 동점이 됐다면 절대 나무라지 않았을 것이다. 그건 팀이 필요로 한 최선을 다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어찌됐건 결과가 좋았고 앞으로도 이런 패턴의 리드를 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서재응 코치의 리더십은 '준비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다. 투수가 왜 그 상황에서 자신이 등판해야 하는지를 확실히 알게 하는 것을 가장 중시하고 있다. 그 결과가 현재까지는 최상의 상태로 돌아오고 있다.

KIA의 상승세를 불러온 서 코치의 준비 리더십이 남은 경기에서도 힘을 받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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