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스 vs코미어 ⓒ UFC

[SPOTV NEWS=이교덕 기자]2011년 3월 19일 UFC 128 메인이벤트. 만 23세의 신예 존 존스가 UFC 팬들을 충격 속에 빠뜨렸다. 존스의 전 방위 폭격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마우리시오 쇼군이 바닥을 두드리며 기권의사를 알렸다. 2005년 퀸튼 잭슨, 안토니오 호제리오 노게이라, 알리스타 오브레임, 히카르도 아로나를 연파하고 만 23세에 프라이드 미들급 그랑프리 우승을 차지한 '스탬핑 대장군'이 6년 뒤 만 23세의 새로운 스타에게 바통을 넘겨주는 그림이었다.

UFC 최연소 챔피언 기록을 깬 존스는 종합격투기 새 역사를 써내려갔다. 오블리크킥 등을 활용해 복싱에 일가견이 있는 퀸튼 잭슨의 승리의지를 꺾었다. '카운터의 귀재' 료토 마치다를 카운터로 다운시킨 뒤 스탠딩 길로틴초크로 실신시켰다. 일류레슬러 라샤드 에반스에겐 원거리에서 기습적인 팔꿈치공격을 선사했다. UFC 헤비급까지 통틀어 가장 긴 214cm의 리치를 활용해 난공불락 철옹성을 쌓아나갔다.

그는 긴 팔다리뿐 아니라 챔피언의 심장도 가지고 있었다. 비토 벨포트에겐 1라운드 암바에 걸렸지만 풀어냈고, 결국 4라운드 키락 서브미션 승리를 따냈다. 차엘 소넨 전에선 왼쪽 엄지발가락이 부러지는 부상에도 1라운드 TKO승했다. 알렉산더 구스타프손에겐 초반 고전했지만 3라운드 이후 집중력을 발휘해 분위기를 반전시켜 판정승했다. 강펀치의 소유자 글로버 테세이라와는 근거리 타격전에서 맞불을 놓았다.

△신체스펙을 최대한 활용한다 △창의적인 공격방법을 연구해 경기마다 가지고 나온다 △위기의 순간에 당황하지 않고 후반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다 등, 존스는 젊은 나이에도 '위대한 챔피언'의 덕목을 하나씩 실천해나가고 있다. 특히 △상대가 강점을 보이는 영역에 두려움 없이 들어간다는 생각은 그를 돋보이게 하는 챔피언급 역발상이다. 그래서 그의 전략은 쉽사리 예측하기 힘들다. 존스가 오는 4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UFC 182에서 최강의 도전자 다니엘 코미어에 맞서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코미어의 월드클래스 레슬링에 맞선다

코미어는 자유형 레슬링 -96kg급 미국 국가대표를 지냈다. 2004년 올림픽 4위, 2007년 세계선수권 3위의 실적을 가지고 있다. 현 종합격투기계에서 가장 강한 레슬링 실력을 지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타격 이후 이어지는 테이크다운 연계가 일품이다. 반면 존스는 대학교 때까지 레슬링을 하다가 만 21세에 종합격투기로 전향했다. 레슬링 경력으로만 치면 코미어에게 명함을 내밀기 힘들다.

그러나 존스는 레슬링 맞대결에서 해볼만하다며 자신감을 보인다. 이번에도 상대의 영역에 들어갈 준비가 돼있다. 지난달 MMA파이팅과 인터뷰에서 "상대의 강점에 적응하는 데 집중하는 편이다. 상대의 영역에 심리적, 기술적으로 적응하면 상대가 시도하려는 것을 내가 먼저 하게 된다"며 "코미어와 레슬링 싸움을 할 것이다. 그가 테이크다운을 시도하면, 분명히 많은 힘을 쓰게 만들 것이다. 동시에 내가 테이크다운을 할 것이다. 그를 넘어뜨릴 수 있는 능력이 있고, 톱포지션 게임에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존스의 코치진도 힘을 보탠다. 헤드코치 그렉 잭슨은 "과거 조르주 생피에르가 조쉬 코스첵을 테이크다운시킨 때로 돌아간다는 마음이다. 손자병법에 '적의 약점을 공격하라'고 돼있지만, 강점을 공격하면 약점을 공격할 때보다 심리적으로 상대를 빨리 무너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생피에르는 그렉 잭슨과 훈련할 때, 대학교 4년 내내 NCAA 디비전1 올아메리칸 레슬러였던 코스첵에 테이크다운을 여러 번 성공시켜 판정승한 바 있다.

존스가 이처럼 코미어와 레슬링 대결에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는 순수 레슬링 경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타격코치 브랜든 깁슨은 "존스는 종합격투기에서 최고의 레슬러 중 하나다. 타격과 활발한 움직임에 이어 시도하는 테이크다운은 성공시킬 수 있다"고 했다. 존스 입장에선 잽과 사이드킥, 프런트킥, 오블리크킥으로 통통 튀듯 접근하는 코미어의 스텝을 묶고 타격전에서 원거리 데미지를 주는 것이 먼저다. 펀치와 킥으로 기선을 제압하면, 레슬링에서도 의외의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


▲레슬링 대결로만 결판날 경기가 아니다

그러나 존스는 이 경기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경기양상을 △존스는 코미어가 거리를 좁히는 것을 막아야 한다 △코미어는 존스를 테이크다운시켜 톱포지션을 잡아야 한다는 등 단순하게 접근하는 논리에 대해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래서 레슬링에서 승패가 결정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난달 31일 전화기자회견에서 "코미어가 날 테이크다운하면 경기를 이긴다고 가정하는 사람들이 있어 재미있다. 사람들은 코미어가 거리를 좁히고 들어오면 내가 갑자기 불리해지는 것처럼 생각한다. 클린치에서도, 더티복싱에서도, 주짓수에서도, 톱포지션 게임에서도, 가드포지션 게임에서도, 레슬링에서도 자신 있다"고 말했다.

물론 거리싸움과 테이크다운 공방은 이 경기의 키포인트다. 그러나 존스는 발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모두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코미어가 들고 올 전략을 예측하고 있으니 충분히 대응가능하다는 뜻이다. 존스는 "기술을 가지고 나올 때 어떠한 불안감도 없다. 라샤드 에반스는 나를 이기려면 클린치로 몰고 가야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것을 나도 알았다. 내가 근거리에서 또는 가드포지션에서 어떠한 준비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2012년 4월 UFC 145에서 존스는 접근하려는 에반스에 팔꿈치공격을 퍼부어 2라운드부터 주도권을 잡았다.

두 파이터 모두 호랑이의 발톱을 지녔지만, 여우처럼 약은 전술가들이다. 존스 측은 데뷔 후 단 한 라운드도 진 적이 없는 코미어의 라운드 운영능력을 경계한다. 그렉 잭슨은 "코미어는 영리하다. 그처럼 어느 정도 라운드를 소화했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파이터는 보기 힘들다. 코미어는 상대에게 데미지를 입힌 다음 시계를 본다. 1분 30초가 남았다면, 잽과 라이트를 날리면서 움직인다. 라운드를 이길 줄 안다"고 평가했다. 이어 "코미어의 라운드 운영이 대수롭지 않은 것 같지만, 코미어가 4라운드까지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은 우리에게 매우 위험한 일이다. 가장 걱정하는 그림 중 하나"라고 했다.

그래서 존스의 세컨드가 함께 코미어를 상대할 계획이다. 종합격투기에서 파이터는 늘 세컨드와 함께 싸운다. 선수가 놓치고 있는 상황을 세컨드가 보고 알려주는 장면은 모든 투기스포츠에서 관찰할 수 있다. 이번에 코미어를 맞아서 더 적극적으로 존스에게 라운드 상황을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타격코치 깁슨은 블리처리포트와 인터뷰에서 "경기흐름을 계속 알려줘야 한다. 이것이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코미어는 페이스를 조절하고 압박하는 것을 잘한다. 우리가 그것을 제대로 하지 못하도록 만들면, 주도권을 가지고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챔피언의 반복훈련과 마인드컨트롤

존스는 SNS에서 유치한 기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잦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인터넷 세상에서만이다. 실제 체육관에선 노력하는 천재다. 케이지에서 보여주는 변칙적인 움직임이 모두 반복학습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헤드코치 마이크 윈클존은 블리처리포트와 인터뷰에서 "반복은 존스의 훈련방식이다. 그가 반복하겠다고 마음먹은 기술은 곧 자신의 것이 된다. 존스는 케이지에서 예측하기 힘든 움직임을 많이 보여주는데, 체육관에서 남몰래 연습한 결과다. 사람들에겐 생소하겠지만, 우리들에겐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존스는 지난달 UFC 182 홍보동영상이 공개되고 언짢은 내색을 숨기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자신이 악역처럼 비춰졌기 때문이다. "편집 때문에 혼란스러웠다. 내가 코미에를 죽이겠다고 말한 부분을 사용했는데, 내가 말한 것은 사실이지만 뉘앙스가 다르다"고 억울해했다. 그러나 경기가 다가오자 집중을 방해할만한 생각은 잔가지 치듯 쳐낸다. 지난달 31일 전화기자회견에선 "누구도 악역이 되길 원하지 않지만 사람들은 이미 날 나쁜 놈으로 여기고 있다. 그래서 그냥 놔두자고 생각했다"며 "UFC가 내 나쁜 이미지를 이용해 홍보해도 놀라지 않는다. 내가 품고 가야할 것이다"며 넘겼다.

존스는 코미에를 꺾고 8차 방어에 성공하면, 알렉산더 구스타프손과 앤서니 존슨의 경기 승자와 결판을 내고 헤비급으로 올라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원대한 포부를 상기시키면서 모티베이션을 끌어올리는 것은 파운드 포 파운드 최강 파이터의 마인드컨트롤 방법 중 하나다. "지금 난 최고가 아니다. 앤더슨 실바와 조르주 생피에르가 놀라운 업적을 남겼다. 언제나 최고의 챔피언으로 기억되고 싶다. 내 앞에 위대한 챔피언들이 많이 있지만 목표를 따라간다면 결국 그들에게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코미어 역시 목표를 위한 통과점이라는 생각으로 승리의지를 활활 태우고 있다.

존스는 팔다리가 긴 신체스펙이 좋은 파이터다. 동시에 승부욕이 강하고, 반복훈련을 즐기며,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챔피언이다. 최종 목표도 있다. 존스에 대한 반감 때문에 코미어를 응원하는 UFC 팬들이 많지만, 여러 전문가들은 존스의 승리가능성이 더 높다고 점친다. 그것은 이미 존스가 여러 강자들을 거치면서 증명한 것이 많기 때문이다. 실력과 자세 면에서 절대 존스를 가볍게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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