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의 축구환상곡] 공항 인터뷰 현장, 데얀은 프로였다
작성일: 2018.01.06 11:14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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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포국제공항, 한준 기자] “여러분이 저를 존중한다면, 내 이전 소속 팀에 대한 질문은 자제해 달라.”
교통 체증으로 예정된 시간보다 조금 늦었지만, 5일 김포국제공항 국내선 출발 게이트에서 인터뷰한 몬테네그로 공격수 데얀 다미아노비치(37)는 프로 스포츠의 스타로서 매우 모범적인 자세를 보였다. 통역 없이 진행된 공항에서 ‘간이 회견’은 누가 먼저 질문의 스타트를 끊을지 애매하던 순간, 데얀이 직접 자신의 상황을 말하고, 부탁의 말을 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데얀은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김포국[공항 국내선 3층 출발 게이트, 취재기자만 10여 명, 카메라 기자와 사진기자에 구경하는 인파까지 몰려 어수선했던 현장에서 가장 잘 중심을 잡고 있던 인물이다. 생각보다 많은 인파에 짐짓 당황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애초 통역을 맡으려던 에이전트 이싸빅도 뒤로 빠졌다. 데얀은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K리그에서 선수 이적이 이뤄지고, 그 선수가 전지훈련 장소로 향하는 공항에 취재진이 몰린 일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축구계에서 보통 공항 취재는 국가 대표 팀의 출입국이나, 유럽 진출 선수들의 출입국 상황 정도에만 이뤄진다. 데얀이 오기를 기다리는 가운데 수원 관계자, 그리고 동료 취재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김포국제공항에 오기에 앞서 23세 이하 대표 팀 미디어 데이가 열린 파주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도 데얀 이적이 주요 화제였다. FC 서울 소속인 U-23 대표 팀 주장 황현수는 “솔직히 나도 왜 그랬을까, 어떤 문제가 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며 “슈퍼 매치에서 만나면 ‘빡세게’ 막겠다”고 했다.

앞서 얘기한 대로 데얀은 인터뷰의 중심을 잘 잡았다. 먼저 이 충격적인 이적이 이뤄진 것에 대해 “서울은 날 원하지 않았고, 수원은 그와 반대로 나를 정말로 원했다”고 했다. “어제(4일)부터 공식적으로 수원 선수가 됐다”며 이제 수원과 미래에 대해 주로 물어 달라고 했다. 물론, 이적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지 않을 수는 없다. 데얀은 ‘프로’라는 키워드로 설명했다.
“수원이 내게 기회를 줬고, 내 능력을 믿어 줬다. 감사한 일이다.” 데얀은 주지하듯 서울에서 더 뛰고 싶었으나 서울이 자신을 거절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 하필 왜 수원으로? “나와 내 가족에게 최고의 선택을 했을 뿐이다. 난 한국에서 지내고 싶었고, 가족들이 한국 생활을 좋아했다. 이해할 것이라고 본다.”
프로는 직업인이다. 그는 직업적 선택을 했다. 한국 생활, 특히 서울 생활에 만족하는 데얀 가족의 선택지는 또 다른 수도권 빅 클럽 수원뿐이었다. 한 축구계 인사는 “그라운드 위에서도 그렇지만 데얀은 매우 영리한 선수다. 자신이 어디로 가야 화제가 될지 잘 안다”고 하기도 했다.
“모든 것이 아주 빠르게 진행됐다”며 수원 이적 배경을 말한 데얀이 ‘화제 몰이’까지 계산했다고 보는 것은 자나치지만, 데얀은 스스로 “한국 축구에 큰 화제가 된 것 같다. 긍정적인 효과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더 많은 관심과 관중이 슈퍼 매치에 모일 것에 대한 기대감이, 그에 대한 질문을 답하는 데얀의 표정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그의 일터가 활발해진다면 좋은 일이다.
처음에는 혼잡한 공항에서 진행하는 인터뷰에 조금은 불편한 표정이 있었던 데얀은 질문이 이어지면서 새 시즌에 대한 기대와 자신감을 꺼냈다. 웃는 횟수가 늘었다. 데얀은 이적한 선수에게 으레 던져지는 일반적인 질문에 ‘세세한’ 답을 내놓았다. 그 역시 ‘프로’다웠다.
“지난 두 시즌 동안 매년 25개의 공격 포인트를 올리겠다. 올해도 그렇게 하고 싶다. 리그에서 15골 이상 넣는다면 좋은 시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더 많이 넣고 싶다. 수원이 기회를 준다면 해낼 수 있는 일이다.”
데얀은 37살이다. 수원과 맺은 계약도 1년. 하지만 “난 은퇴하는 과정이 아니다”라고 했다. 신체 능력에 문제가 없다면 언제까지고 선수 생활을 이어 가겠다는 것이 데얀의 생각이다. 일본 축구 레전드 미우라 가즈요시가 50세에 이르러서도 현역 생활을 이어 가는 것과 비슷한 생각. 전북 현대 이동국도 데얀과 비슷한 사례다.
“난 은퇴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에도 말했지만 난 계속해서 경기할 것이다. 최선을 다해 경기장에서 보여 주겠다. 올해 말에 내가 목표로 한 기록을 달성했다면, 다음 시즌에 대해 팀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데얀은 2018년 시즌에 전력을 쏟고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이 아니라, 2019년 시즌의 미래를 만들고자 한다. 데얀은 5일 오후 6시 40분 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갔다. 애초 5시 20분에 예정이던 인터뷰는 5시 40분쯤 시작됐고, 6시까지 이어졌다. 인터뷰를 마치고 서둘러 이동하는 데얀에게 사인을 요청하는 팬도 적지 않게 모였다. 그에게 다가가 인터뷰에서 빠트린 한마디를 더 물었다.
“수원은 2008년 이후 리그 우승을 이루지 못했고 그게 가장 큰 열망인데?” 데얀은 “이제 때가 됐다. 해내고 싶다”며 웃었다. 카메라 앞에서 “비바 K리그!”를 외친 데얀은 현장에 모인 이들은 물론 수원 팬과 K리그 팬이 듣고 싶어한 이야기를 모두 했다. 인터뷰를 잘하는 것도 프로 선수에겐 매우 중요한 능력이다. “내가 가진 최고의 능력을 보여 주겠다”는 데얀의 평범한 말에 울림이 있는 것은, 그가 매사 보이는 자세에 있다. ‘K리그 레전드’인 데얀은 K리그를 띄우기 위해 제대로 마음을 먹었다.
글=한준 (스포티비뉴스 축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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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 기자 hjh@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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