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동안의 암살자'는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총구를 겨눴다. 적재적소의 외곽포, 상대 수비진을 허무는 킬패스, 노련한 템포 조절로 경기를 지배했다. 올 시즌 최강팀은 '황금전사'임을 알리며 생애 첫 NBA 우승 반지를 손가락에 끼웠다. 

골든스테이트는 17일(한국 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퀵큰 론즈 아레나에서 열린 2014-2015시즌 NBA 파이널 6차전에서 주전과 벤치를 가리지 않고 코트를 밟은 모든 선수들이 고른 활약을 보여주며 105-97 승리를 거뒀다. '골든스테이트의 농구'가 그대로 드러난 경기였다. 모두가 함께 상대 목을 조이다가 커리가 마지막 점 하나를 찍는 '화룡점정'의 역할을 소화하는 것. 이들의 필승 공식이 정확히 적용된 6차전이었다. 결국 2014-2015시즌 왕좌에는 '13명의 황금전사들'이 앉게 됐다.

1쿼터 골든스테이트가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28-15, 13점차 리드를 가져갔다. 클리블랜드가 실책 7개를 기록하며 헛점을 보이자 틈을 놓치지 않고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나갔다. 안드레 이궈달라-스테판 커리가 3점슛 2개를 포함해 16점을 합작하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이궈달라가 티모페이 모즈고프를 앞에 두고 레그스루 드리블 후 스텝백 점퍼를 꽂았다. 또 왕성한 움직임으로 빈 공간을 찾아내 좌우 베이스라인에서 와이드 오픈 찬스를 발굴해냈다. 커리는 드레이먼드 그린이 걸어준 스크린을 타고 돌아나와 45도, 탑에서 적중률 높은 슈팅을 던졌다. 개인 기술과 팀 동료를 고루 활용하는 다양한 공격 패턴으로 클리블랜드를 괴롭혔다. 골든스테이트 특유의 '이타적인 농구'가 빛을 발했다.

클리블랜드는 2쿼터 '빅라인업'을 들고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공식 프로필에 가드로 등재된 선수는 이만 셤퍼트가 유일했다. 작전은 유효했다. '전투형 백인 센터' 모즈고프의 활약이 빛났다. 페인트존의 철옹성 노릇을 소화하며 경기 흐름을 가져왔다. 앞서 백코트-프론트코트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활약했던 커리와 이궈달라를 차례로 블록해내며 수비의 짜임새를 더했다. 이외에도 해리슨 반즈, 리안드로 발보사, 그린에게 쉬운 득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수비에서 해법을 찾은 클리블랜드는 1쿼터와는 다른 경기력을 보여줬다. 트리스탄 톰슨의 풋백 덩크를 마지막으로 전반을 마무리했다. 45-43, 2점 차 턱밑까지 추격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커리도 만만치 않았다. 이궈달라, 그린, 숀 리빙스턴 등 파트너를 바꿔가며 확률 높은 2대2 게임으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커리가 볼을 잡으면 자신을 전담 수비하는 이만 셤퍼트 뿐만 아니라 모즈고프가 바로 헬프를 들어왔다. 이때 외곽 바깥으로 드리블을 하면서 두 선수를 페인트존에서 끌어냈다. 스패이싱(공간 창출)의 정석이었다. 오픈 찬스를 맞은 골든스테이트의 타짜들은 침착하게 링을 조준하며 점수 차를 벌렸다. 3쿼터 3분 4초경 페스터스 이젤리가 추가 자유투를 동반한 환상적인 풋백 덩크를 터트렸을 때 사실상 승부의 추가 기울었다. 골든스테이트는 올 시즌 경기 중에 한 번이라도 15점 차 넘게 앞서 있던 경우 승률 100%를 기록했다.

4쿼터 르브론과 커리의 자존심 대결이 펼쳐졌다. 르브론이 4쿼터 10분 13초 점수 차를 7점으로 좁히는 드라이빙 슬램 덩크로 장군을 불렀다. 그러자 커리가 상대 기세에 찬물을 끼얹는 깨끗한 3점포로 응수하며 멍군을 불렀다. 이후 르브론이 A패스로 모즈고프의 골 밑 득점을 도왔다. 그러나 다시 한번 그린의 패스를 방은 커리가 외곽슛을 적중시키며 점수 차를 두자릿수로 돌려놓았다. 경기 종료 6분여를 남기고 더블팀을 당한 커리가 반대편 외곽에 클레이 톰슨을 발견했다. '스플래시 형제'에게 패스가 전달됐다. 이날 경기 내내 지독한 야투부진에 시달렸던 톰슨은 중요할 때 그물망을 흔들었다. 89-77, 골든스테이트의 파이널 우승이 결정된 순간이었다. '동안의 암살자'가 상대 수비진의 맥을 끊었다. 차분하지만 급소를 관통하는 '커리타임'의 요체를 제대로 확인한 4쿼터였다.

[사진1] 스테판 커리 ⓒ Gettyimages

[사진2] 앤드루 보거트(左), 드레이먼드 그린(右) ⓒ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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