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최고의 흥행 카드였다. '언더독' 노릇을 맡은 르브론 제임스(31,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는 낯설었으나 흥미로웠다. 서부 최강 골든스테이트도 40년 만에 대권 탈환을 꿈꾸는 팀이었다. 게다가 그들은 밑바닥에서부터 천천히 리빌딩을 시도하며 전력을 다져온 팀. 마냥 '영웅과 악당' '응원하고 싶은 약자 VS 빈틈을 보였으면 하는 강자'식의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결국 팬들은 좋아하는 선수, 그들이 펼치는 플레이, 감독의 묘수 등 순수한 농구로서 두 팀의 맞대결을 지켜보며 역대 손꼽히는 파이널 대전을 경험할 수 있었다.

올 시즌 리그 최다인 67승을 올린 골든스테이트와 'King' 르브론 제임스를 보유한 클리블랜드의 격돌은 현지에서 농구팬들의 군침을 돌게 하는 '꿈의 파이널'로 불렸다. 그만큼 최고의 흥행 카드였다. 시리즈가 시작되자 양 팀 팬들은 매 경기에서 응원 팀에 큰 성원을 보냈다. 파이널 앞뒤로 최상의 분위기가 조성됐다. 실제 경기 내용도 호각을 다퉈 2014-2015시즌 파이널은 근래 들어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세계 최고의 농구 리그에서 우승을 거머쥔 '황금 전사들'은 각 포지션별 최고 선수들로 구성됐다. 파이널에서 평균 26득점을 올린 'MVP' 스테판 커리를 비롯해 '서부 최고의 타짜' 클레이 톰슨, 6차전 트리플더블의 주인공 드레이먼드 그린까지 1, 2, 4번에서 리그 톱 수준의 선수들을 보유했다. 골든스테이트 구단주 조 레이콥도 우승이 확정된 뒤 기자들에게 말했다.

"믿을 수 없는 경험이다. 팀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노력해준 팀원 모두에게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지금은 코치진 포함해 모든 워리어스인들이 온전히 우승의 기쁨을 누렸으면 한다."

40년 동안 파이널 우승과 인연이 없었던 팀을 취임한 지 단 1년 만에 정점으로 이끈 스티브 커 감독도 인상적이었다. 정규 시즌에서 67승, 플레이오프에서 16승을 올리는 등 한 시즌 83승 이상을 거둔 팀은 NBA 역사상 단 3팀밖에 없다. 올 시즌 보여준 골든스테이트의 안정된 전력은 앞으로도 오래도록 회자할 것이다.

시즌에서 압도적인 전력을 자랑했던 골든스테이트에 '도전자'로 나선 르브론의 고군분투도 농구 역사에 남을 것이다. 물론 승자에게 모든 영광이 돌아가고 또 마땅히 그래야 한다. 서른 개 팀 중에서 8개월여의 대장정을 끝까지 마쳐낸 팀은 그럴 자격이 있다. 그러나 NBA 역사상 최고의 TV 시청률을 기록했을 정도로 올해 파이널이 '미국 최고 인기 시리즈'가 된 가장 큰 요인은 '운동능력을 보완한 래리 버드' '매직 존슨의 3번 버전' 르브론의 존재감이 절대적이었다.  

캐벌리어스는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올 시즌 평균 16.4득점을 올린 '리그 최고의 스트레치 4' 케빈 러브를 왼쪽 어깨 탈구로 잃었다. 시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파이널 1차전에서는 '좌장' 카이리 어빙(시즌 평균 21.7득점)을 부상으로 떠나 보냈다. 더욱이 어빙을 잃은 1차전에서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패하고 말았다. 급기야 1차전이 끝났을 무렵 시리즈가 워리어스의 싱거운 압승으로 흘러갈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올스타 2명을 빼고 파이널에 임한 팀은 그리 흔치 않다. 새해를 앞두고 팀 내 인사이드 수비의 중심 앤더슨 바레장을 부상으로 잃은 바 있는 그들은 아픈 기억을 반복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러나 결과는 좋지 못했고 클리블랜드는 올스타급 선수 3명의 자리를 메우기 위해 정규 시즌·플레이오프 내내 사투를 벌여야 했다.

그러나 르브론에게 이런 말들은 단순히 '언더독의 변명'으로 들리는 듯하다. 르브론은 조금 지쳐있었다. 주전 선수의 줄부상으로 혼자 짊어진 부담이 체력적으로도 다가온 듯했다. 골든스테이트의 우승이 유력해 보였던 6차전 후반부터는 눈에 띄게 발이 느려졌다. 물론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르브론의 기사단'은 7차전이 열리는 오클랜드로 짐을 꾸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결코 포기하지는 않았다.

2차전에서 르브론은 39득점 16리바운드 11어시스트 트리블더블을 기록했다. 연장전 끝에 원정 경기에서 골든스테이트에 승리를 거두고 시리즈 전적 균형을 맞췄다. 3차전에서도 '복병' 매튜 델라베도바가 20점을 기록하는 '깜짝쇼'로 르브론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그는 어빙 이탈 이후 열린 2, 3차전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클리블랜드의 연승을 도왔다.  

'빅 3'에서 'Code 1'이 돼버린 르브론은 사력을 다해 경기에 임했다. 시리즈 평균 35.8 득점 13.3 리바운드 8.8 어시스트라는 역대 가장 훌륭한 평균치를 기록했다. 마지막 6차전에서도 32점을 터트리며 분전한 그는 플레이오프 통산 6번째로 5000득점 이상 기록한 선수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사진1] 스테판 커리 ⓒ Gettyimages
[사진2] 르브론 제임스 ⓒ Gettyimages
[영상] NBA 파이널 6차전 하이라이트 (Recap) ⓒ 스포티비뉴스 영상편집 김용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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