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헨더슨과 세로니의 채점표.

[SPOTV NEWS=이교덕 기자] 벤 헨더슨(31, 미국)은 놀란 토끼눈이 됐다. 승리를 확신하고 있다가 링아나운서 브루스 버퍼가 도널드 세로니(31, 미국)의 3-0 판정승(29-28·29-28·29-28)을 외치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세로니도 겸연쩍다는 듯 웃었다.

지난 19일(한국시간) 미국 보스턴 TD가든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UFN) 59'에서 헨더슨은 그렇게 승리를 빼앗겼다. 3명의 저지(judge) 중 2명이 1·2라운드를 세로니가 이겼다고 봤고 1명은 2·3라운드를 세로니가 가져갔다고 채점했다.

헨더슨은 최근 경기에서 하파엘 도스 안요스에게 1라운드 2분 31초 만에 KO패했다. 이번 경기를 반등의 기회로 삼으려 했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판정에 연패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 2006년 프로 데뷔 후, 두 경기 연속 고배를 마신 건 이번이 처음이다.

헨더슨만큼 경기를 지켜본 UFC 파이터들도 놀랐다. 차기 라이트급 타이틀 도전자가 된 도스 안요스는 SNS를 통해 "세로니도 존경스럽지만 이 경기는 헨더슨의 승리"라고 했다가 판정결과가 발표되자 "오늘 심판들은 장님인가봐"라고 말했다. 플라이급 챔피언 드미트리우스 존슨은 "정말 어처구니없다"고, 라이트급 컨텐더 TJ 그랜트는 "동의할 수 없다. 세로니가 밀렸다"고 했다. 대부분의 파이터들은 SNS를 통해 당혹스러움을 숨기지 못했다.

자체적으로 경기를 채점하는 미국의 전문지들도 헨더슨이 우세했다고 보고 있었다. MMA파이팅은 30-28로, MMA정키·MMA매니아·블러디엘보우는 29-28로 헨더슨이 승리했다고 채점했다. 3명의 기자가 참가하는 셔독에선 두 명이 29-28로 헨더슨 승리, 한 명이 29-28 세로니 승리라고 봤다.

데이나 화이트 대표는 대회 후 폭스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이날 함께 논란이 된 카달 펜드레드의 판정승과 더불어 헨더슨의 판정패에 대해 "경기를 다르게 봤다. 심판들이 채점한 것과 반대였다"고 밝혔다.

경기를 분석하는 파이트메트릭(FightMetric)에 따르면, 헨더슨은 2라운드 한 차례 테이크다운을 당했지만 금방 일어났고 유효타 횟수에서도 86대57로 앞섰다. 공격비율은 머리 48%·몸통 18%·다리 34%였다. 세로니(머리 62%·몸통 22%·다리 16%)에 비해 하체 공격비율이 높았던 것이 아쉽다면 아쉬운 부분이었다.

김대환 UFC 해설위원은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흐름상으로 헨더슨의 박빙의 우세라고 봐도 문제가 없었다. 헨더슨은 테이크다운은 물론 클린치까지 배제한 허를 찌르는 타격전 전략을 들고 나왔다. 치고 빠지기를 계속하면서 킥복서 세로니의 리듬을 흐트러뜨렸다. 만약 예전처럼 클린치를 섞었다면 세로니가 적절하게 대응했을 것이다. 전략적 선택이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헨더슨은 처음부터 판정 승부를 생각하고 옥타곤에 오른 것 같다. 이전 스타일을 버린, 철저하게 준비된 포인트 싸움이었는데 저지들은 생각이 달랐다"고 말했다.

데이나 화이트 대표는 이날도 "승패를 저지들의 손에 넘기지 마라"고 했다. KO나 서브미션으로 화끈하게 경기를 끝내라는 의미도 있지만, 저지들을 믿을 수 없으니 스스로 승부를 결정지으라는 뜻도 있다. 최근엔 주 체육위원회에서 어떤 저지를 배정하는지가 중요한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저지의 종합격투기 이해도가 승패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복불복 난타전보다 전략적 포인트 싸움이 더 위험할 수 있다.
[동영상] 헨더슨 vs 세로니, 캐스터 최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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