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는 구위는 물론 노력을 높게 평가해 박민호를 MVP로 선정했다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투손(미 애리조나주), 김태우 기자] 2019년 SK 플로리다 1차 캠프 투수 최우수선수(MVP)는 사이드암 박민호(27)였다. 쟁쟁한 투수들 사이에서 거둔 성과라 더 값졌다.

박민호는 “캠프 기간 중 기량이 향상된 투수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저에게 더욱 분발하라고 뽑아 주신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하지만 내막을 뜯어보면 그렇지 않았다는 평가다. 지금의 기량도 기량이지만, 지난해 가고시마 캠프부터 이어온 남모를 노력을 코칭스태프가 모르지 않았다.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군 복무를 한 박민호는 지난 시즌 막판 제대했다. 그리고 적응기를 거쳐 1군에 올라갔다. 군 복무 기간 그토록 꿈꿨던 1군 마운드였다. 2군 성적도 좋아 나름대로 자신감도 있었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준비가 덜 되어 있었다는 게 박민호의 회상이다. 3경기에서 고작 2⅓이닝만 던지고 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도 끼지 못했다.

부족한 점을 깨달은 박민호는 지난해 11월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에서부터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누구보다 밤늦게까지 훈련했고, 투구 이론과 씨름했다. 이색 훈련도 많이 했다. 박민호는 마무리캠프에서 매일 방망이를 들고 타격 훈련을 했다. 밸런스 운동이었다. 타자들의 스윙하는 것과 사이드암의 중심이동 궤도가 비슷하다는 것에 착안했다. 하루 100번씩, 하루도 빼놓지 않고 방망이를 휘둘렀다.

귀국해서도 착실히 몸을 만든 박민호는 플로리다 캠프에서 테니스공과 싸웠다. 올해 공을 들이고 있는 체인지업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이색훈련이었다. 다른 구종도 마찬가지지만, 체인지업은 팔스윙과 공을 놓는 지점이 일정해야 한다. 테니스공은 야구공보다 가볍다. 자연히 공을 놓는 지점을 좀 더 당길 수 있다. 테니스공을 던지다 더 무거운 야구공으로 훈련을 하니 감각이 더 나아졌다는 게 박민호의 이야기다.

이처럼 발전을 위해 남들이 난색인 이색훈련도 피하지 않았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할 수 있는 것, 시키는 것을 전부 했다. 그 결과 공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라이브피칭에서는 최고 145㎞에 이르는 공을 던졌다. 원래부터 구위 자체가 묵직하다는 평가를 받는 박민호다. 이 정도 구속만 꾸준히 유지해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변화구 완성도가 높아지면 금상첨화다.

SK가 박민호에 거는 기대는 아주 크다. 현재 사실상 유일한 1군 사이드암 전력이기 때문이다. 김주한 백인식은 퓨처스팀(2군) 가고시마 캠프에서 몸을 만드는 단계다. 개막에 맞춰 들어오기는 어렵다. 염경엽 감독 또한 김주한을 후반기 전력으로 보고 있다. 전반기는 무조건 박민호가 버텨야 한다.

박민호도 현재 상황이 기회라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더 절박하게 플로리다 캠프를 보냈고, 그 절박함은 그를 캠프 MVP로 만들었다. 선하고 예의 바른 선수지만, 마운드에서는 누구보다 강한 투사로 변신하는 박민호이기도 하다. “남은 캠프 기간은 물론이고 올 시즌 좋은 투구로 MVP 선정에 보답하겠다”고 다짐한 박민호의 구위와 심장이 더 강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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