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는 겨울 동안 잠실야구장 잔디와 흙을 전면 교체했다.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되도록 신경 쓰지 말라고 주문하고 있다."

조성환 두산 베어스 수비 코치는 그라운드 적응에 조금은 예민해진 야수들을 다독였다. 까다로운 땅볼들을 처리해야 하는 내야수들은 시즌 3경기를 치르면서 예상치 못한 바운드에 고개를 갸웃하는 일이 잦았다. 원정 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두산과 잠실에서 개막 시리즈를 치른 한화 이글스와 26일부터 주중 3연전을 치르고 있는 키움 히어로즈도 그라운드 적응 훈련부터 시작했다.

서울시는 겨울 동안 약 28억 원을 투입해 두산이 홈으로 쓰는 잠실야구장 그라운드 잔디와 흙을 전면 교체했다. 2007년 2월 이후 11년 만에 잔디를 다시 심었고, 홈플레이트와 내야 구간에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쓰고 있는 토사를 깔았다. 공사는 개막 나흘 전인 지난 19일에야 끝났다. 

두산은 물론, 함께 잠실을 홈구장으로 쓰고 있는 LG 트윈스 선수들도 그라운드에 적응할 시간이 없었다. 두산 선수단은 개막 하루 전에야 그라운드 적응 훈련을 할 수 있었다. 두산은 이제 시즌 3경기를 치렀고, LG 선수들은 아직 홈에서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그라운드는 인필드믹스로 불리는 흙 위에 알갱이처럼 생긴 컨디셔너가 깔려 있는 구조다. 컨디셔너는 타구 속도 완화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잠실을 비롯한 사직구장(롯데), 창원NC파크(NC), 고척스카이돔(키움), SK행복드림구장(SK), kt위즈파크(수원) 등 6개 구장이 같은 토사와 컨디셔너를 쓰고 있다. 그라운드에 깔린 재료는 같지만, 관리 방법에 따라 그라운드 컨디션은 천차만별이다.

예쁜 옷도 몸에 딱 맞지 않으면 손이 잘 가지 않는 법이다. 기본적인 그라운드 사정은 공사 전과 비교해 훨씬 좋아졌다고 한다. 다만 새 흙이라 경기를 더 치르면서 다져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컨디셔너 관리는 가장 큰 이슈로 떠올랐다. 알갱이들이 고르게 분포돼야 제 기능을 하는데, 아직까지는 관리가 익숙하지 않아 한곳에 몰려 있는 경우가 잦다고 한다. 심하면 컨디셔너가 없는 곳은 움푹 파진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는 선수도 있었다. 

3루수 허경민은 사정이 조금 낫다고 했다. 그는 "3루는 타구가 워낙 빨리 오는 편이라 그라운드 사정을 떠나서 생각할 시간이 적다. 타구가 여러번 튀어서 갈 수 있는 유격수나 2루수 쪽은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26일 경기 전 잠시 수비 훈련에 나섰던 2루수 최주환은 "튀는 타구가 아직 적응이 안 된다"고 털어놨고, 유격수 김재호는 "타구 속도를 늦춰준다고 들었는데, 공이 튀는 느낌을 받았다. 알갱이(컨디셔너)가 고르지 못하면 예측이 더 힘들어서 불안 요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조 코치는 시간이 필요한 문제라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 선수들도 적응하고, 그라운드 관리 수준도 높아질 것이란 것. 다만 한 가지 선수들이 그라운드 사정으로 실책이 나왔을 때 스스로 탓하지 않았으면 했다. 

조 코치는 "그라운드가 자리를 잡기까지 시간이 필요한데, 지금 그라운드 컨디션이 좋은 상태는 아니다. 선수들에게는 그라운드 신경 쓰지 말고 연습해온 방식 대로만 하자고 이야기했다. 선수들이 '나한테 문제가 있나'라고 생각할까봐 걱정이긴 하지만, 바뀐 흙에 적응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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