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위즈 이강철 감독(왼쪽)은 감독 데뷔 5연패에 빠졌다. 역대 감독 데뷔 최다 연패 기록은 1986년 청보 허구연 감독의 7연패다. 33년 전의 허구연 감독이 마치 이강철 감독 뒤로 "힘내라"고 소리치는 듯하다.

[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승리의 요술램프는 어디로 간 것일까.

kt 위즈가 2019시즌이 개막됐지만 좀처럼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23~24일 인천 개막 2연전에서 SK에 2연패를 당하더니, 26~28일 마산에서 NC에 또 3연패했다. 개막 이후 1승도 없이 5연패의 늪에 빠졌다.

예상치 못한 행보다. 지난 시즌 후 kt 3대 사령탑에 오른 이강철 감독은 의욕에 넘쳤지만, 개막 후 1승도 올리지 못하면서 초반부터 힘든 여정을 맞이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강철호는 시즌 개막에 앞서 열린 시범경기에서도 승리의 스탬프를 찍지 못했다. 6경기에서 1무5패. 시범경기 역시 KBO 기록에 남는 공식전이지만 그때만 해도 kt는 "시범경기일 뿐"이라며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시범경기부터 개막 이후 5경기까지 11경기에서 1무 포함 10연패를 기록 중이다. 초보 감독에게 찾아온 통과 의례로 볼 수 있지만, 이 정도면 자칫 레이스에 차질을 빚는 큰 시련이 닥칠 수도 있다.

감독 데뷔 후 개막 5연패. 이는 KBO리그 역사에서 어디쯤에 위치해 있을까. 역대 감독 데뷔 후 최다 연패의 역사와 스토리를 추적해본다.

◆역대 감독 데뷔 최다 7연패…청보 허구연 감독과 코미디언 이주일의 눈물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감독 데뷔 후 최다 연패 기록은 1986년 청보 핀토스 사령탑을 맡은 허구연 감독의 7연패다.

원년부터 해설위원으로서 맹활약하던 허구연은 1985시즌이 끝난 뒤 넥타이를 풀고 그라운드로 내려와 지휘봉을 잡았다. 1951년생으로서 청보 감독으로 취임한 날이 1985년 10월 17일이었으니 당시 나이 만 34세였다(올해 만 34세에 접어든 선수는 1985년생들로 삼성 강민호, 두산 장원준, NC 박석민, 한화 정우람 등이 있다).

청보는 당시 라면과 청바지가 주력사업이었는데, 삼미를 인수해 1985년 후반기부터 프로야구에 뛰어들었다. '프로야구에 새 바람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출발한 청보는 그해 시즌이 끝난 뒤 대대적인 정비를 통해 새바람을 불러일으킬 요량이었다. 그래서 프로야구 코치 경험이 없었지만 해박한 야구지식을 자랑한 허구연 해설위원을 감독으로 영입하는 신선한 선택을 했다. 그러나 1986년 개막전인 3월 29일 대구 삼성전에서 5-6으로 아쉽게 1점차 패배를 당하더니 4월 5일 인천 빙그레전까지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7연패를 기록했다.

4월 6일 춘천구장에서 신생팀 빙그레를 불러들여 춘천 개막전을 치른 청보는 8회초까지도 3-8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그런데 8회말 3점을 뽑아 6-8로 따라붙더니 9회말 양승관의 극적인 끝내기 3점홈런으로 9-8 역전승을 거두면서 힘겹게 연패를 탈출했다. 말그대로 7전8기. 허구연 감독은 1승에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날 눈물을 흘린 이는 허구연 감독만이 아니었다. '청보라면' 광고 모델이었던 춘천 출신의 당대 최고 코미디언 이주일이 춘천 개막전을 맞아 시구를 한 뒤 관중석에 올라 응원단장까지 맡아서 파도타기 응원을 유도했다. 그리고는 극적인 홈런으로 연패에서 탈출하자 이주일은 울먹이며 내야에서 외야석까지 뛰어다니며 관중들과 함께 “청보! 청보!"를 외쳤다(2005년 발행된 이종남 기자가 저술한 ‘인천야구 이야기’ 124P 참고).

▲ 트레이 힐만 전 SK 감독
◆힐만의 감독데뷔 6연패, 장정석 유백만 이강철의 5연패

1986년 청보 허구연 감독의 7연패 다음으로 감독 데뷔 후 최다 연패는 2017년 SK 와이번스 지휘봉을 잡은 트레이 힐만의 6연패다. 힐만 감독은 그해 3월 31일 kt와 치른 개막전에 2-3으로 패한 뒤 4월 7일 인천 NC전까지 내래 6연패를 당했다.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는 암흑의 터널 속으로 들어간 듯했지만 4월 8일 NC전에서 9-2 승리를 거두면서 연패를 탈출하더니 반전을 일으켰다. 7연패 이후 곧바로 10경기에서 9승1패의 파죽지세로 개막 6연패의 부진을 만회했다. 그리고는 그해 5위로 포스트시즌까지 진출했다.

이어 2017년 넥센 히어로즈 사령탑에 오른 장정석 감독도 개막 이후 5연패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그 이전에 MBC 유백만 감독도 1988년 정식 감독이 된 뒤 개막 5연패를 당한 바 있다. 유백만 감독은 1983년(25경기), 1986년(1경기), 1987년(54경기) 감독 대행을 맡은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다른 이들과는 다소 상황이 다르지만 정식 감독 데뷔 후 5연패는 기록으로 남아 있다. 결국 kt 이강철 감독이 28일까지 기록한 5연패는 역대 감독 데뷔 최다연패 공동 3위인 셈이다.

◆감독 데뷔 최다 연승은 롯데 김명성 감독의 6연승

반대로 감독 데뷔 후 최다 연승 기록은 어떨까. 고인이 된 롯데 김명성 감독의 6연승이 최고 기록이다. 1988년 중반 감독 대행을 맡았다가 시즌 후 롯데 정식 감독에 오른 김명성 감독은 1999년 시즌 개막전인 4월 3일 사직 두산전 승리를 시작으로 4월 10일 잠실 LG전까지 연전연승 퍼레이드를 펼쳤다. 1997년과 1998년 2년 연속 최하위에 빠진 롯데는 김명성 감독의 지휘 아래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 부문 2위 역시 롯데 감독이 주인공이다. 2008년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개막전인 3월 29일 대전 한화전에서 승리를 거둔 뒤 2008년 4월 2일 사직 SK전까지 4연승을 내달렸다. 롯데는 2001년부터 2007년까지 8개구단 순위표에서 '8888577'을 찍으며 암흑기에 빠져 있었지만 로이스터 감독이 부임하면서 '노피어(No fear)' 정신으로 시즌 시작부터 사직 노래방을 만들었고, 거인의 큰 걸음은 가을야구까지 진격했다.

◆10년 연속 10승 특급잠수함, 감독 데뷔 첫승은 언제쯤

이강철 감독은 현역 시절 통산 152승을 기록해 KBO리그 역대 다승 단독 3위(송진우 210승, 정민철 161승에 이어)다. 4위인 선동열의 146승보다 6승이 많다. 그리고 1989년 데뷔 첫해부터 1998년까지 역대 유일하게 10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올리기도 했다. 승리를 식은 죽먹기처럼 거뒀던 특급 잠수함 투수였다. 그러나 감독으로서는 데뷔 첫 경기부터 풀리지 않더니 좀처럼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잠수함처럼 수면 아래 최하위로 가라앉아 있다.

이 연패는 '강철'처럼 더 단단해지기 위한 시련일까. 2017년 SK 힐만 감독처럼 극적인 분위기 반전이 그에게도 이뤄질까. 이강철 감독에게 승리의 마법은 언제쯤 열릴까.

◆역대 감독 데뷔 후 최다연패 리스트

[1위] 7연패=1986년 청보 허구연 감독

[2위] 6연패=2017년 SK 트레이 힐만 감독

[3위] 5연패=2019년 kt 이강철 감독(3월 28일 현재)

              2017년 넥센 장정석 감독

              1988년 MBC 유백만 감독

[6위] 4연패=1989년 OB 이광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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