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퀄리티스타트에 가까운 호투로 팀 마운드를 든든하게 이끈 롯데 박시영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양상문 롯데 감독은 올해 새로운 실험에 나선다. 불안한 5선발 자리를 이른바 ‘1+1 전략’으로 돌파한다는 구상이다. 그것도 1+1를 두 세트나 풍성하게 준비했다.

첫 성적은 좋지 않았다. 3월 28일 사직 삼성전에서 윤성빈과 송승준을 묶었으나 윤성빈의 난조로 시작부터 꼬였다. 윤성빈이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고 마운드를 내려간 가운데 송승준이 뒤이어 마운드에 올랐으나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두 선수가 4이닝 6실점에 머물렀다. 이닝조차 소화하지 못해 불펜 운영도 힘겨웠다.

이번에는 우완 박시영(30)과 김건국(31)의 조합이었다. 3일 인천 SK전 등판이 예정된 두 선수는 2일 1군에 올라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김건국은 등판하지 못했다.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박시영이 너무 잘 던졌다. 양 감독이 굳이 1+1 전략을 쓸 필요가 없을 정도로 박시영이 호투했다. 야수들도 든든한 수비로 박시영의 뒤를 지켰다. 

박시영은 3일 인천 SK전에서 5⅔이닝 동안 2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타선이 상대 선발 문승원을 공략하지 못해 비록 승리투수 요건은 없었지만, 벤치의 기대에 200% 부응하는 투구로 경기를 대등하게 끌고 나갔다.

최고 146㎞가 나온 포심패스트볼의 제구가 좋았고, 커브와 슬라이더, 포크볼을 섞어 SK 타자들의 타이밍을 흔들었다. 6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등 공에 힘이 있었다. 패스트볼은 물론 슬라이더·포크볼로도 모두 삼진을 기록하는 등 전체적으로 구종 분배가 좋았다.

2회가 가장 큰 위기였다. 선두 로맥, 1사 후 최정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1사 1,2루에 몰렸다. 제구가 크게 나쁘지는 않았지만 상대 타자들이 유인구를 잘 골라냈다. 하지만 정의윤을 중견수 뜬공으로, 최항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고 위기에서 벗어났다. 중견수 민병헌의 수비도 박시영을 도왔다.

5회에는 선두 정의윤에게 좌전안타를 맞았지만, 역시 야수들이 수비로 뒤를 받쳤다. 1사 1루에서 김성현의 우전안타성 타구를 2루수 아수아헤가 껑충 뛰어 잡아냈고, 미처 귀루하지 못한 정의윤을 1루에서 잡아내며 그대로 이닝을 종료했다.

비록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이날 박시영의 투구는 팀 3-1 승리의 발판이 됐다. 롯데는 박시영이 5⅔이닝을 버티자 대기하던 김건국을 아끼고, 윤길현을 올려 불펜 버티기에 들어갔다. 7회 3점을 뽑고 리드를 잡자 필승조가 올라와 2연승을 완성했다. 이날 1+1을 하겠다고 밝힌 양상문 감독은 본의 아니게 거짓말쟁이가 됐지만, 그것을 감수하고도 남을 만한 하루였다.

경기 후 박시영은 "전날 게임으로 SK 타선에 대한 분석, (전날 선발이었던) 시환이형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 요즘 (김)준태 리드가 좋아서 준태를 믿고 최대한 스트라이크를 던지고자 투구했다. 뒤에 건국이형과 불펜투수들이 버티고 있는 것을 알기에 타자 상관없이 전력투수로 던졌다"면서 "1+1의 첫 투수와 선발투수는 준비하는 데 있어 큰 차이가 없고,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양 감독은 1+1 전략의 성과를 계속 지켜보겠다는 생각이다. 계속 갈 수도 있지만, 상황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 만약 언젠가 고정 5선발이 생긴다면, 이날 박시영의 투구는 좋은 참고 자료가 될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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