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선수단은 민병헌에게 보내는 '롤링페이퍼'를 만들었다. ⓒ김건일 기자

[스포티비뉴스=부산, 김건일 기자] 올 시즌 양상문 롯데 감독은 홈 더그아웃 내 화이트보드에 메시지를 쓴다. 5일 한화와 경기에선 개막전에 썼던 '함 해보자!'를 다시 적었다.

이날 화이트보드 옆엔 또 다른 '판'이 있었다. 경기 중 손가락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민병헌을 위한 롤링페이퍼였다. 민병헌의 등번호와 이름이 쓰인 홈 원정 유니폼 두 벌 그림과 함께 민병헌을 응원하는 메시지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롯데 관계자에 따르면 양상문 감독이 민병헌에게 응원 메시지를 보내자고 제안해 시작한 이벤트다. 업체에 제작한 그림판을 이날 오후 경기장에서 수령했고 양 감독을 포함한 롯데 선수단이 자발적으로 펜을 들었다. 선수들은 등번호를 붙여 자신의 메시지라는 사실을 알렸다.

등번호 10번 이대호는 '빨리 보자 그리울 거야'라며 하트를 붙였다. 등번호 79번 양상문 롯데 감독은 홈 유니폼에 '빨리 보자'고, 원정 유니폼에 '빨리 만나자'고 메시지 두 개를 남겼다. 진지한 메시지는 물론이고 롯데 선수들의 위트 있고 짓궂은 메시지가 롤링페이퍼를 채웠다. 등번호 17번 채태인은 '너 없는 야구장은 의미 없다'라고, 썼으며 등번호 28번 장시환은 '라커룸 잘 지키고 있으메'라고 적었다. 등번호 36번 전병우는 '빨리 와서 밥 사주세요'라고 어리광을 피웠다. 민병헌은 평소에 전병우 한동희 등 후배들에게 자주 밥을 샀다.

외국인 선수들도 빠지지 않았다. 브룩스 레일리와 카를로스 아수아헤는 '빨리 회복하라'고 응원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써넣었다. 레일리는 '레일리', 아수아헤는 '아수'라고 적었다.

▲ [스포티비뉴스=잠실, 한희재 기자]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2019 KBO리그 경기가 3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롯데 민병헌이 경기 전 연습을 하고 있다.

이날 롯데는 한화를 5-2로 이겼다. 이대호가 시즌 첫 홈런을 포함해 4안타 3타점을 몰아쳤고 민병헌을 대신해 1번 타자 중견수로 나선 정훈은 3차례 출루와 함께 안정적인 수비로 외야를 지켰다.

이대호는 민병헌이 빠진 상황과 관련해 선수들끼리 특별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서도 "마음적으론 선수들이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승부욕이 강한 선수들"이라며 "감독님께서 편안하게 하자고 말씀해 주셨다. (손)아섭이, 병헌이가 빠졌지만 열심히 해서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양 감독은 "선수들이 병헌이 몫까지 하겠다는 의지가 좋은 결과로 나온 것 같고 감독으로서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올 시즌 롯데의 모토는 원팀(One team). 롯데는 위기에서 더 단단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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