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관중 속에서 경기를 펼친 여자 축구 대표팀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김도곤 기자] 한국 축구의 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6일 용인시민체육공원주경기장에서는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과 아이슬란드 여자 축구 대표팀의 평가전이 열렸다.

용인시민체육공원은 지난 2017년 11월 준공됐다. 이곳에서 한국과 아이슬란드의 평가전이 개최되면서 준공 이후 첫 A매치가 열렸다.

용인시민체육공원은 접근성이 뛰어난 경기장이 아니다. 용인에 위치한 이름만 말하면 누구나 다 아는 놀이공원에 갈 수 있는 '에버라인'이 지나간다. 하지만 말그대로 지나갈 뿐이다. 경기장은 초당역과 삼가역 사이에 있다. 역 사이에 위치해 인터넷 지도로 보면 쉽게 갈 수 있을 것 같지만 꽤 걸어야 한다.

경기 전 차나 버스를 이용하지 않고 역에서 걸어가봤다. 지도상으로 보면 가기 쉬워보였기 때문에 체험 삼아 걸어 갔다. 성인이 걷는다면 '힘드네'라는 느낌이 들 정도는 아니었다. 단 아이와 함께 오거나 한다면 꽤 고단한 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나 쉽게 허락하는 경기장이 아니다.

경기장 주변에 부대 시설이 없어 경기가 끝나면 팬들이 놀만한 곳도 근처에 없다. 이름은 공원이지만 예산 문제로 당초 구상한 볼링장, 보조경기장 등은 없고 주경기장만 있다. 용인 시민들이 보면 뒷목 잡을 경기장이다. 더 놀라온 사실은 이날 경기는 첫 A매치인 것은 물론 첫 공식 경기였다는 점이다. 준공 이후 단 한번도 공식 경기는 없었다. 프로 경기나 전국체전이나 경기가 열리려면 충족해야 할 조건이 있는데 그 조건을 채우지 못하고 준공됐기 때문이다.

그런 경기장에 무려 1만 5839명의 관객이 찾았다. 이는 국내에서 열린 여자 축구 A매치 최다 관중 기록 경신이다. 종전 기록은 지난 2015년 4월 8일 대전에서 열렸던 러시아와 평가전 6899명이었다. 두 배 이상으로 경신했다.

▲ 예매처와 현장 예매처에 길게 늘어선 줄 ⓒ 김도곤 기자
▲ 줄은 계단까지 이어졌다. ⓒ 김도곤 기자
경기 시작 한 시간 반 전쯤 넉넉하게 도착했을 때부터 팬들이 줄을 서 있었다. 경기장에 들어갔을 때 이미 1층 관중석은 대부분 차 있었다. 킥오프 30분여 전에 다시 한 번 밖으로 나가봤다. 놀라운 그 줄이 아직도 있었다. 예매 수령처와 현장 예매처가 같이 있었는데 두 줄 모두 빼곡했다. 길을 넘어 맞은편 계단까지 줄이 이어져 있었다. 경기 시작 후에도 팬들이 계속 들어와 자리를 채웠다.

선수들도 팬들의 방문은 기쁠 수밖에 없다. 장슬기는 "이렇게 많이 오셔서 긴장됐다. 하지만 덕분에 정말 기쁘게 뛸 수 있었다"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물론 결과가 따라왔으면 좋아겠지만 이나 한국은 2-3으로 패했다. 최다 기록 경신 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해 선수들과 감독은 고개를 숙였다. 이민아는 "내 실수때문에 나온 실점으로 죄책감이 든다. 오늘 정말 많이 와주셨는데…"라며 고개를 숙였고 윤덕여 감독 역시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가장 먼저 한 말이 "정말 많이 와주셨는데, 팬 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합니다"였다. 장슬기 역시 팬분들 앞에서 이기지 못해 죄송하며 아쉽다고 했다.

이겼으면 정말 좋았을 일이다. 하지만 경기 내용도 실수가 나와서 그렇지 경기력 자체는 아이슬란드를 압도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많은 팬들이 있는 경기장에서 뛰었다.

한국 축구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시작으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그 인기에 불을 붙였다. 그 열기는 고스란히 K리그로 이어졌다. 당시 K리그는 시즌이 마무리되던 시점, 연일 구름 관중으로 인기몰이를 했다. 시간이 지나고 새 시즌이 시작됐다. 몇 달의 시간이 흘렀지만 열기는 그대로 이어졌고 K리그는 개막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이제 남자 축구에 비해 관심을 받지 못한 여자 축구도 역대 최다 관중 경신이라는 타이틀로 한국 축구 봄 대열에 합류했다. 날씨가 조금 쌀쌀하긴 한데 현재 계절은 봄이다. 그리고 한국 축구도 여전히 봄이다.

▲ 팬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한 장슬기 ⓒ 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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