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 초반 공수주 모두에서 대활약을 펼치고 있는 삼성 김상수 ⓒ삼성라이온즈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김상수(29·삼성)는 신인 시절부터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우승팀의 주전 유격수이기도 했고, 국가대표팀의 내야수이기도 했다. 3할을 치지는 못했지만 리그에서 가장 활발한 주자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그 면모를 잃어버렸다. 부상이 잦았고, 성적은 뚝 떨어졌다. 그 결과는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의 찬바람이었다. 20대 유격수라는 점에서 가치가 높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으나 서서히 부진에 묻혔다. 결국 삼성과 3년 총액 18억 원(계약금 6억 원·연봉 2억5000만 원·인센티브 최대 4억5000만 원)에 도장을 찍었다. 2~3년 전 예상과 비교하면 절반 아래로 떨어진 총액이었다.

의욕이 꺾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김상수는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났다. 동갑내기 내야수 이학주의 가세로 자리를 2루수로 옮겼지만 불만은 없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가벼운 몸놀림으로 관계자들의 기대를 모았다. 상승세는 이어졌다. 시즌 초반 삼성 타선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김상수는 첫 13경기에서 타율 3할4푼의 맹타를 휘둘렀다. 삼진(7개)보다 더 많은 사사구(12개)를 골라 출루율은 4할6푼7리에 이른다. 전체 타석의 절반 정도는 어떤 방식으로든 살아나갔다는 의미인데 리그 전체를 따져도 4위에 해당한다. 김한수 삼성 감독이 최근 김상수를 리드오프로 기용하는 결정적 이유다.

또 하나 달라진 게 있다. 바로 도루다. 김상수는 올해 벌써 8번이나 발로 베이스를 훔쳤다. 실패는 단 한 번도 없었다. 2위 김하성(키움·5개)를 넉넉한 차이로 앞서는 리그 1위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144경기로 환산하면 82도루 페이스다. 출루율이 높아지자 도루 기회도 늘었고, 예년에 비해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로 한 베이스를 더 간다. 출루율도 높고, 발도 따라준다. 지금 성적만 놓고 보면 리그에서 가장 좋은 리드오프감이다.

김상수는 2014년 53도루를 기록하는 등 2009년부터 2015년까지 6년간 무려 195도루를 기록한 준족이다. 이 기간에 김상수보다 많은 도루를 성공시킨 선수는 이대형 정근우 김주찬 오재원까지 네 명뿐이었다. 하지만 부상이 잦아지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됐고,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도루는 19개에 불과했다. 김상수의 가장 큰 가치 중 하나가 퇴색된 것이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단타를 치고 나가도 발로 2루타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아무나 갖추지 못해 매력적이다. 여기에 투수들의 시선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도 팀 공헌도가 있다. 타고투저 흐름에서 도루의 가치가 깎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 정도 성공 횟수와 성공률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팀에 큰 보탬이 된다. 

이처럼 공격과 주루, 그리고 2루 수비에서도 좋은 활약을 선보이고 있는 김상수가 그간의 부진을 털어낼 준비를 마쳤다. 그렇다면 3년 총액 18억 원은 전혀 아깝지 않은 금액이 될 수도 있다. '만점 가성비' 칭호를 끝까지 이어가며 자존심과 팬들의 신뢰까지 한꺼번에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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