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앤더슨 실바, 차남 칼릴, 장남 가브리엘 (인스타그램 캡처)
[SPOTV NEWS=이교덕 기자] "으으윽" 앤더슨 실바(39, 브라질)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2013년 12월 29일(한국시간) UFC 168 크리스 와이드먼 전에서 왼쪽 정강이가 부러진 실바는 들것에 실려 응급실로 향할 때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의 가족들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차남 칼릴은 "이제 아빠가 은퇴했으면 좋겠다"며 슬퍼했다. "매일 훈련하는 아빠를 지켜보는 게 안타까웠다. 아빠는 두세 달 우리와 떨어져 있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바가 지난 1일 UFC 183에서 닉 디아즈를 상대로 복귀전 승리를 거둔 후에도 칼릴의 마음은 변함이 없었다. 실바는 대회 후 기자회견에서 "경기를 마치고 락커룸으로 돌아가 가족에게 전화를 했다. 칼릴이 '아빠, 축하해요. 하지만 이제 그만해요. 더 이상 경기할 필요 없어요. 싸우지 말고 집으로 돌아오세요'라고 울면서 말했다"고 밝혔다.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싶지만, 아내와 다섯 아이는 그를 원한다. 실바는 고민에 빠졌다. "이 일을 사랑한다. 이게 바로 나다. 하지만 가족들과 진지하게 대화를 해야 한다. 지금이 내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바는 17살 때 13살이던 아내 다야네(Dayane)를 만났다. 그녀는 17살이 되던 해 첫째 딸 카오리를 가졌다. 21살 어린 나이에 가장이 된 실바는 22살부터 종합격투기 프로파이터가 돼 가족을 부양했다. 태권도, 무에타이, 주짓수, 카포에라 등을 섭렵한 그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었다.

브라질에서 시작해 일본 프라이드, 영국 케이지레이지(CageRage) 등 활동무대를 옮겨가며 돈을 벌었다. 그 사이 장남 가브리엘, 차남 칼릴, 차녀 카우아나, 삼남 조아오 비토를 차례로 낳았다.

▲ 앤더슨 실바와 그의 자녀들
2006년 UFC에 입성하면서 '쨍하고 해뜰날'이 시작됐다. 리치 프랭클린을 꺾고 미들급 챔피언에 오른 뒤 연전연승했다. 16연승에 미들급 타이틀 10차 방어에 성공했고, 라이트헤비급 파이터 3명을 KO시켰다. 어느새 그는 레전드 파이터 반열에 올라섰다.

아내 다야네는 "남편은 '언젠가 당신을 위해 좋은 집과 좋은 차를 사주겠소'라고 약속하곤 했는데, 결국 그 말을 지켰다"고 말했다. UFC에서 한 경기 8억원 이상의 파이트머니를 받는 실바는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가족을 위한 저택을 짓고 있다.

그러나 선수생활에 매진할수록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실바도 알고 있었다. 그는 "UFC에서 활동한 지난 7년 동안 3개월 이상 가족과 지내본 적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가 정강이 부상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자 가족은 오히려 행복했다. 몇 개월 동안 훈련에만 열중하던 아버지와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막내 조아오 비토는 "아빠의 부상으로 반은 좋고 반은 나빴다. 우리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이 좋은 점이었다"고 했다. 넷째 카우아나는 "지금 이 순간이 좋다. 이 순간을 즐기고 있다. 아빠가 그리웠다"고 말했다.

가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복귀를 위해 재활훈련에 돌입할 때 실바는 아이들에게 "이것이 바로 나 자신이고, 이것이 바로 내가 할 일"이라고 말하며 설득했다. 그리고 결국 1년 1개월 만에 케이지에 올라 승리하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스파이더가 옥타곤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가족들은 그들의 슈퍼맨이 집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다시 한 번 타이틀을 위해 달릴 것인가, 모든 짐을 내려놓고 사랑하는 가족의 품에 안길 것인가. 아직 뜨거운 열정이 남아있어 실바는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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