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UFC 파이트나이트 59 맞대결을 앞두고 미디어데이에서 서로의 모자를 바꿔 쓴 도널드 세로니와 벤 헨더슨.
[SPOTV NEWS=이교덕 기자] "되도록 빨리 다음 경기를 갖고 싶다. 누구와 언제든지 어디서라도 싸울 수 있다." 지난달 19일(한국시간) 'UFC 파이트나이트(UFN) 59'에서 벤 헨더슨(31, 미국)이 도널드 세로니(31, 미국)에 아쉽게 판정패한 후 포효하듯 외친 말이다.

그의 바람은 곧 현실이 됐다. 일주일 후, UFC에서 급히 연락을 받았다. 오는 4월 5일 UFN 63에서 조지 마스비달(30, 미국)을 상대할 예정이던 바비 그린이 부상으로 빠졌으니 대체선수로 들어가 달라는 내용이었다.

마스비달은 36전 28승 8패로 경험 많은 베테랑이다. 2008년 11월 '센고쿠 6'에서 방태현에게 판정승한 바 있다. 지난해 옥타곤에서 3연승을 기록했다. 하파엘 도스 안요스에 이어 세로니에게도 패해 생애 첫 연패에 빠진 헨더슨에겐 분위기 반전이 가능한, 나쁘지 않은 대진이었다. 헨더슨의 대답은 당연히 오케이였다.

그런데 일이 재밌게 꼬였다. 일주일 뒤 헨더슨에 놀랄 만한 요청이 다시 들어왔다. 오는 15일 UFN 60 메인이벤트에 서달라는 오퍼였다. 대회 2주를 남기고 스티븐 톰슨이 부상을 당해 발등에 불이 떨어진 UFC가 기댈 곳은 헨더슨뿐이었다.

상대는 11승 1패의 떠오르는 강자 브랜든 댓치(29, 미국)다. 이번 경기는 댓치가 부상으로 1년 3개월 동안 공백기를 가진 뒤 갖는 복귀전이다. 중요한 건 그가 188cm의 장신 웰터급 파이터라는 사실.

예정대로 마스비달과 붙어도 될 상황이었지만, 헨더슨은 다시 오케이 사인을 줬다. 헨더슨은 지난해부터 웰터급 전향가능성을 내비쳐왔다. 감량고가 컸기 때문이다. 4주 만에 옥타곤에 오르는 것도 모자라 갑작스레 웰터급 데뷔전을 치르게 된 그는 댓치를 상대로 상위체급에서 얼마나 통할지 가능성을 타진한다.

마스비달은 낙동강 오리알이 됐다. 지난 2일 SNS에 "경기하기로 한 두 명의 상대들이 모두 빠져나가 버렸다"며 신세를 한탄했다. "톱10 랭커와 싸우길 원한다"고도 했다. 그러다가 번뜩이던 것이 있었는지 또 다른 '5분 대기조' 파이터에 SNS 메시지를 보냈다. "세로니, 상대 찾고 있지 않나?"고 물었다.

세로니는 지난달 4일 UFC 184에서 마일스 쥬리에 판정승하고 부상으로 빠진 에디 알바레즈를 대신해 2주 뒤 헨더슨과 붙었다. 최근 닉 디아즈가 공개훈련에 참석하지 않는 등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앤더슨 실바의 상대가 없다면 내가 나서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빼는 법이 없는 세로니의 대답은 당연히 '좋다'였다. "나와 싸우자. 나도 상대를 찾고 있었다"고 마스비달의 요청에 긍정적인 답을 내놓았다. 마스비달은 "완벽하다. 4월 5일 해보자"고 합의했다. UFC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가 남았다.

출전예정선수의 부상에 급히 대체선수가 필요할 때, UFC는 믿을 만한 대기조를 찾는다. 이 명단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세로니와 헨더슨의 이름이다. "누구와도 싸울 준비가 돼있다"는 1983년생 두 동갑내기 파이터들이 새해 여러 번 UFC를 구하고 있다.

헨더슨과 세로니는 지금까지 세 번이나 맞붙은 라이벌 관계다. 싸우면서 정이 들어 이제는 서로를 존중하는 친구가 됐다. 유유상종이다.

세로니는 지난 2일 열린 NFL 슈퍼볼의 입장권을 헨더슨 부부에게 선물했다. 헨더슨은 SNS에 슈퍼볼이 열린 경기장에서 아내와 찍은 사진을 올리며 "내 친구 세로니와 그의 스폰서 버드와이저가 좋은 자리를 준 것에 감사하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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