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현철 기자] “실수해도 위축되지 말라는 조언들을 해 주셔서 감사했어요. '루키잖아, 그냥 던지고 오면 되지'라고 해 주셨거든요.”

사람은 경험을 먹고 산다. 선수도 코치도 감독도.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땀을 흘리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2015년 후반기 현장에 가세해 짧다면 짧다고도 할 수 있는 경험의 기간. 그러나 SPOTV 이향 아나운서는 그 경험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다음 시즌 더 깊은 안목과 성실한 자세, 그리고 현장에 대한 배려로 야구에 다가가고자 했다.

올 시즌 후반기부터 SPOTV 중계 현장 전력으로 가세한 이 아나운서는 전 경기 출장한 최두영 캐스터와 함께 더 좋은 목소리와 친근한 분위기를 보여 주고자 했고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야구에 대한 맑은 시선으로 페넌트레이스 막바지와 포스트시즌을 바라본 이 아나운서. 2015년 세밑. 이 아나운서가 자평한 자신의 프로 야구 1군 데뷔 시즌은 어땠을까.

“그라운드에 서겠다는 꿈을 갖고 '1군 무대를 밟고 싶다'는 의지가 있었어요. 한 달 반 가량을 준비하고 현장에 나갔거든요. 야구장으로 출근하고 인터뷰를 위해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행복했어요. 아직 저는 부족하고 풀타임 시즌을 치르지는 못했기 때문에 올해는 마치 어학 연수를 받듯 몇 달 간 '야구 연수'를 받은 것 같아요. 많이 배웠습니다.”

1년 차는 쉽지 않다. 선수가 단순히 경기력에 적응하는 것 뿐만 아니라 경기 일정과 환경에 맞춰 준비하기 위해 쏟는 노력도 상상 이상이다. 더욱이 생방송 중계라면 작은 실수 하나가 전파를 타고 팬들에게 여과 없이 전해지는 만큼 더 어렵다. 선수만이 아니라 방송 관계자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선배들의 조언도 중요했을 것 같아 그와 관련한 질문을 던졌다.

“오히려 '잘할 수 있을거야'라는 조언은 듣지 못했던 것 같아요. 대신 선배들께서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편하게 말씀하셨지요. '괜찮아, 새내기니까. 루키인데 실수 할 수도 있지 뭐. 부담 없 던지고 와'라는 말씀이 있었는데 더 힘을 받을 수 있었어요. 실수해도 위축되지 말라는 뜻이었겠지요. 제가 선수와 했던 첫 인터뷰가 박건우(두산) 선수와 했던 경기 전 인터뷰였는데요. 그 때도 많이 배웠어요.”

2016년 두산 외야의 주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박건우도 프로 데뷔는 2009년에 했으나 1군에 자리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선수다. 그래서 1군 기회가 주는 부담의 무게가 더 할 수 있었으나 김태형 감독으로부터 부담 없이 하라는 조언을 들은 뒤 좋은 경기를 펼쳤다는 인터뷰였다. 이 아나운서는 박건우와 인터뷰에서 또 하나를 배운 듯했다.

“저도 박건우 선수와 경기 전 인터뷰가 사실상 제가 선수와 대화를 주도하는 첫 인터뷰였습니다. 그런데 박 선수가 그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김 감독님께서 '자신 있게 스윙 해. 신예 선수니까'라고 하셨다고. 그래서 '안타는 못 쳐도 볼넷이라도 얻어 나가자'라는 생각을 했는데 결과가 아주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도 많이 느꼈어요.” 부담 없는 자세와 함께 이 아나운서의 기량도 부쩍 성장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지난 8월 26일 대전 한화-삼성전(10-9 한화 끝내기 승리)이 이 아나운서의 데뷔전이다. 이날 김태균의 끝내기타로 한화가 짜릿한 승리를 거뒀는데 이 아나운서가 김태균과 인터뷰에서 작은 실수를 저질렀다. '끝내기 안타'를 '끝내기 홈런'으로 잘못 이야기했기 때문. 다행히 김태균의 재치로 이 실수를 만회할 수 있었다.

“연장이라 언제 경기가 끝날지 알 수 없었고 그래서 인터뷰 대상자 후보나 승리 예상팀도 계속 바뀌었어요. 더그아웃 뒤 통로로 계속 이동하면서 어느 팀, 어느 선수를 인터뷰해야 할지  정신 없었고요. 그 정신 없던 찰나에 제가 실수를 저질렀어요. 그때 김태균 선수가 진짜로 못 들으신 건지 아니면 모르는 척을 해 주셨던 것인지 잘 모르겠어요.” 김태균의 착하고 배려심 많은 성품이라면 후자일 것이라고 전하자 이 아나운서는 활짝 웃은 뒤 고마운 마음을 표시했다.

[영상] 이향 아나운서 인터뷰 ⓒ 영상편집 송경택.

[사진] 이향 아나운서 ⓒ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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