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국의 야구여행] 홈런 4방 치고도 패배…그 역사적 아픔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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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 준플레이오프(준PO) 2차전’을 지켜보던 몇몇 관계자들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LG가 0-8로 뒤진 상황에서 홈런을 터뜨리며 대추격을 시작했다. 4회말 로베르토 라모스와 채은성이 백투백 솔로홈런을 날렸고, 5회에는 김현수의 2점홈런과 라모스의 솔로홈런이 백투백으로 터졌다.
7-8까지 따라붙었다. 일단 이 점수 차이를 뒤집는다면 역대 포스트시즌 최다 점수차 역전승(종전 7점, 두산 2015년 준플레이오프 4차전 넥센전). 그러나 LG는 결국 초반 대량 실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7-9로 통한의 패배를 당했다.
LG의 대추격은 ‘이뤄지지 않은 기적’, ‘미완성의 신바람’으로 끝나고 말았다.
그렇다면 역대 포스트시즌에서 한 경기에 홈런 4방을 치고도 패한 팀이 존재했을까. 결론은 ‘있었다’이다.

홈런 4개를 뽑아내고도 패한다?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실제로 그동안 준PO 역사에서는 한 차례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올해 LG는 준PO 최초의 팀이 맞다.
지난해까지 준PO에서 한 팀이 4홈런 이상을 기록한 사례가 총 4차례 있었는데, 이 팀들은 모두 이겼다.
우선 준PO 한 경기 최다 홈런 기록은 5개. 2017년 NC가 마산에서 롯데와 만난 준PO 3차전에서 홈런 5방을 때려내면서 13-6으로 승리했다. 당시 NC는 재비어 스크럭스가 1방(1회 2점), 노진혁이 2방(3회 2점, 8회 1점), 나성범이 1방(5회 2점), 모창민이 1방(6회 1점)을 때려낸 바 있다.
준PO에서 한 경기 홈런 4개를 친 팀은 3차례 나왔는데 그 팀은 모두 이겼다.
최초의 팀은 1990년 삼성. 대구구장에서 열린 준PO 2차전에서 삼성은 솔로홈런 4방으로 드라마 같은 5-4 역전승 거뒀다. 그것도 9회말 동점과 끝내기 홈런이 터져 나왔다. 1-2로 뒤진 5회말 강영수의 솔로홈런, 2-4로 뒤진 7회말 김용철의 솔로포로 추격을 개시했다. 그리고 9회말 김용철은 또 다시 1점홈런으로 4-4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이만수가 끝내기 홈런을 날려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획득했다.
두산은 2004년 잠실구장에서 펼쳐진 준PO 1차전에서 홈런 4방으로 KIA를 11-8로 꺾었다. 이지 알칸트라가 2회 중월 2점홈런, 3회에도 우중월 3점홈런을 날리며 기선을 제압했다. KIA가 3-6으로 쫓아오자 안경현이 5회 2점홈런과 7회 3점홈런으로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롯데는 2017년 마산구장에서 열린 준PO 4차전에서 홈런 4방으로 NC를 7-1로 물리치고 승부를 5차전으로 끌고 갔다. 손아섭이 4회초 솔로홈런과 5회초 3점홈런을 연이어 쳤고, 이대호와 전준우가 6회와 7회 솔로포 1방씩을 보탰다.

포스트시즌 전체를 놓고 보면 이번 LG에 앞서 홈런 4방을 뽑고도 패한 팀이 두 팀 존재했다. 모두 플레이오프(PO) 무대였다.
최초의 팀은 가장 치열했던 플레이오프로 기억되는 1999년의 삼성이었다. 삼성은 그해 롯데와 PO에서 7차전 혈투를 펼쳤는데, 최종 7차전에서도 연장 11회까지 가는 사투를 벌였다. 롯데 펠릭스 호세가 방망이를 관중석에 투척하면서 대구 관중과 롯데 선수들이 대치한 바로 그 경기였다.
삼성은 0-0 동점으로 진행되던 4회말 이승엽과 김기태가 솔로홈런 한 방씩을 날리면서 롯데 선발투수 문동환을 강판시켰다. 삼성 선발투수 노장진의 구위에 눌리던 롯데는 6회말 호세가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포를 치면서 타격전의 막을 올렸다.
그런데 호세가 3루를 도는 순간 그라운드로 맥주캔이 날아들었고, 흥분한 호세가 1루 덕아웃 앞에서 배트를 1루 관중석으로 집어던지면서 관중과 선수단이 대치하는 대소란이 일어났다.
23분간의 중단 끝에 재개된 경기에서 롯데 마해영이 솔로홈런으로 동점을 만들고 포효했다. 그리고 7회초 김응국의 적시타로 롯데가 3-2로 역전에 성공했다.
삼성은 8회말 무사 2루에서 김종훈의 재역전 2점홈런과 이승엽의 솔로홈런으로 5-3으로 앞서나가며 승기를 잡는 듯했다. 삼성은 이로써 이날 홈런 4방을 기록했다.
그러나 9회초. 롯데는 1사 1루서 고(故) 임수혁이 삼성 마무리투수 임창용을 상대로 극적인 동점 투런홈런으로 기사회생했다. 롯데 역시 이 경기에서 홈런 3방을 터뜨렸다.
승부는 연장 11회에 갈라졌다. 11회초 1사 2루서 롯데 김민재의 짧은 좌전 안타 때 2루주자 신인 임재철이 홈까지 역주를 펼쳐 6-5 결승득점에 성공했다. 주형광은 연장 11회말에 ‘KKK’ 3연속 삼진으로 승리를 마무리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두산 역시 이날 경기에서 홈런 4방을 터뜨렸다는 사실. 두산은 박건우가 1회말 솔로홈런, 김재환이 3회말 3점홈런을 날린 데 이어 4-6으로 뒤진 6회말 최주환이 만루홈런을 쏘아올리며 전세를 뒤집었다. 이어 김재환도 6회말에 3점홈런을 폭발시켰고, 두산은 6회에만 8점을 쓸어담아 17-7로 대승을 거뒀다.
결국 홈런 4방을 뽑은 두 팀 중 한 팀은 이기고 한 팀은 패할 수밖에 없는 경기였는데, 두산이 이기고 NC가 졌다. 이날 양 팀 합쳐 나온 8개의 홈런은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다홈런 기록으로 남아 있다.
한편, 올해 준PO 2차전의 LG는 한 경기에서 4홈런 이상을 기록한 역대 포스트시즌 16번째 사례로 기록됐다. 그 중 5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한 3팀은 모두 승리했다. SK는 2009년 두산과 맞붙은 문학 PO 5차전에서 무려 홈런 6방을 날려 한 경기 팀 최다홈런 신기록을 썼다. 당시 두산을 14-3으로 꺾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포스트시즌 홈런 5방을 터뜨린 팀은 2팀. 2017년 포스트시즌이었다. NC는 앞서 설명한 대로 마산 준PO 3차전에서 홈런 5방으로 13-6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두산은 NC와 격돌한 마산 PO 4차전에서 홈런 5방으로 14-5로 이겼다.
그리고 포스트시즌에서 패하지는 않았지만 홈런 4방으로도 승리하지 못한 사례는 한 차례 더 있다. 2004년 수원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 현대는 송지만이 2개(1회 1점, 2회 1점), 김동수가 1개(2회 2점), 브룸바가 1개(7회 1점)의 홈런을 뽑아냈지만 삼성과 8-8 무승부를 기록했다. 그해 경기 개시 4시간 후에는 새로운 이닝에 들어갈 수 없다는 시간제한 규정에 따라 9회 무승부가 됐다.
스포티비뉴스=잠실, 이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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