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교덕 기자] 앤더슨 실바(40, 브라질)는 탈이 좋다. 포커페이스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능글맞게 상대의 독설을 받아칠 수 있다.

오는 28일(이하 한국 시간) 영국 런던 O2 아레나에서 싸우게 될 마이클 비스핑(36, 영국)이 눈앞에서 '독설 잽'을 날려도 실바는 웃었다. '비아그라(Viagra)'라는 단어에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 역시 공력이 높았다.

지난해 12월 실바와 경기가 확정됐을 때, 비스핑이 트위터에서 선제 공격을 하면서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의 상표명을 처음 꺼냈다.

"실바, 런던에서 보자. 비아그라는 멀리해."

지난해 닉 디아즈 전 약물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실바가 네바다주 체육위원회 청문회에서 "태국에서 친구가 사 준 성기능 강화제에 금지 약물 성분이 섞여 있었던 걸 몰랐다"는 해명을 비꼰 것이었다.

1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UFC 파이트 나이트 84(UFC FIGHT NIGHT 84)' 홍보를 위해 공개 훈련을 실시한 두 선수가 기자들 앞에서 대면했을 때, 비스핑은 또 '비아그라'를 언급했다.

비스핑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는 실바에게 다가가) 런던에서 보자. 친구."

실바 "거기서 봐. 행운을 빌어. 네 가족에게도 안부 전해 줘."

실바는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환하게 웃으며 비스핑을 포옹했다. 여기서 비스핑의 기습적인 '잽'이 나왔다.

비스핑 "비아그라는 안 돼."

그런데 실바는 흔들리지 않았다. 웃으며 반격했다.

실바 "(검지를 들고 흔들면서) 아니야, 아니야. 그냥 네 얼굴에 주먹을 날릴 거야. 마음 편히 가져. 걱정하지 마."

농담하듯 웃고 있었지만, 뼈가 있는 실바의 말에 체육관 밖으로 나가려던 비스핑이 갑자기 돌아섰다.

비스핑 "내 턱? 네 턱이겠지."

실바 "(다 이해한다는 듯) 그래, 그래."

비스핑도 웃으며 실바에게 다가가 갑자기 그의 수염을 만졌다. 이날 유독 돋보인 실바의 흰 수염을 걸고 넘어졌다.

비스핑 "많이 늙었네."

실바 "맞아. 난 늙었지. 하지만 그만큼 더 지혜롭지. 난 아주 오랫동안 챔피언이었어. 기억하지?"

그리곤 미소인지, 조소인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비스핑을 안았다.

실바 "이리 와. 우리 포옹하자."

비스핑을 안은 실바는 또 독설인 듯, 독설 아닌, 독설 같은 한마디를 던졌다.

실바 "이해해. 너는 한번도 챔피언벨트에 가까이 가 본 적이 없잖아. 그 실망감을 알아. 이번이 너에게 기회가 될 거야. 실력을 보여 줘."

반 농담, 반 독설의 설왕설래를 흥미롭게 바라보던 기자들과 관계자들은 말싸움이 과열 양상을 띠자 둘을 얼른 갈라 놓았다.

실바의 포커페이스와 능글맞은 말솜씨에, 독설에 일가견이 있는 비스핑이 오히려 밀렸다. 비스핑은 F로 시작하는 욕을 외치며 체육관을 빠져 나갔다.

이날 설전은 뜨거웠다. 비스핑은 기자들과 인터뷰에서 실바가 선수 생활 내내 약물을 썼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게가드 무사시와 싸우기로 돼 있었다. 그런데 데이나 화이트 대표가 실바와 경기하라고 했다. 내 선수 생활에서 가장 큰 경기다. 5~6년 만에 런던으로 돌아가 레전드 파이터 실바와 만난다. 기대된다"고 하더니 공격을 이어 갔다.

"실바는 위대한 파이터다. 그는 여러 업적을 쌓았다. 하지만 지난 경기에서 금지 약물 성분이 검출됐다. 약물검사 양성반응이 나왔다. 그는 처음으로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말하지만, 그의 말일 뿐이다.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선수 생활 내내 약을 썼을 것"이라며 목에 핏대를 세웠다.

실바는 결백을 주장했다. "지난일은 지난일이다. 과거지사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난 거짓말쟁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길 원했지만, 불행히도 그렇게 되지 않았다. 하지만 난 언제나 진실을 말한다. 절대 '경기력 강화를 위한 불법 약물(PED)'를 쓴 적이 없다"고 말했다.

비스핑의 독설에 실바는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난 오랫동안 종합격투기에 몸담았다. 사람들은 이러쿵저러쿵 많은 말을 했다. 그렇지만 일단 옥타곤의 문이 닫히면 상황은 변하기 마련이었다"며 웃었다.

대회까지 남은 기간은 2주일. 둘은 계속해서 말싸움을 이어 나갈 분위기다. 첫 대면에서 진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는 비스핑이 어떻게 반격할지 관심을 모은다.

두 선수가 메인이벤트에서 경기하는 UFC 파이트 나이트 84는 오는 28일 새벽 2시 30분에 SPOTV2가 생중계할 예정이다.

■ UFC 파이트 나이트 84 대진

-메인 카드
[미들급] 앤더슨 실바 vs 마이클 비스핑
[미들급] 게가드 무사시 vs 탈레스 레이테스
[웰터급] 톰 브리즈 vs 나카무라 게이타로
[밴텀급] 프란시스코 리베라 vs 브래드 피켓

-언더 카드
[페더급] 마이크 윌킨슨 vs 마관 아미르콰니
[밴텀급] 데이비 그랜트 vs 말론 베라
[미들급] 스콧 애스컴 vs 크리스 뎀시
[페더급] 아놀드 앨런 vs 야오친 메자
[미들급] 브래드 스콧 vs 크리스토프 요트코
[라이트급] 노만 파크 vs 루스탐 카빌로프
[헤비급] 다니엘 오미엘란척 vs 자리스 단호
[라이트급] 티무 파칼렌 vs 루카스 사제브스키
[라이트급] 다비드 테이무르 vs 마르틴 스벤손

[사진1] 앤더슨 실바 ⓒGettyimages

[사진2] 앤더슨 실바와 마이클 비스핑의 신경전 ⓒMMA 파이팅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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