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밀라 발리예바 ⓒ ISU 인스타그램 캡처
▲ 카밀라 발리예바 ⓒ ISU 인스타그램 캡처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동계 올림픽의 하이라이트로 평가받는 종목은 아이스하키 결승전과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이다. 두 종목은 동계 올림픽에서 전통적으로 대회가 끝날 무렵 진행된다.

이번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도 마찬가지다. 남자 아이스하키 결승전은 대회 폐막일인 2월 20일 열린다.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은 전날인 19일 펼쳐진다.

그동안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은 동계 올림픽에서 수많은 명승부를 연출했다. 1988년 캘거리 동계 올림픽에서 '전설' 카타리나 비트(독일, 당시 동독)와 '흑진주' 데비 토마스(미국)의 대결은 전 세계의 관심을 모았다. 비트는 노련한 경기력으로 토마스의 추격을 뿌리치며 올림픽 2연패(1984년 사라예보 올림픽 금메달)를 달성했다.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에서는 '올라운더' 크리스티 야마구치(미국)와 여자 싱글 사상 처음으로 트리플 악셀에 성공한 이토 미도리(일본)의 금메달 경쟁으로 압축됐다. 일본계 미국인 야마구치는 일본 국민의 응원을 등에 업은 미도리를 꺾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 2010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김연아
▲ 2010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김연아

이후 올림픽에서 펼쳐진 여자 싱글 최고의 '빅 매치'는 김연아(32)와 아사다 마오(32, 일본)의 맞대결이었다. 애초 이 승부는 김연아가 큰 실수를 하지 않을 경우 금메달을 목에 걸 것으로 전망됐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완벽한 경기를 펼쳤다.

올림픽사에 길이 남겨질 퍼포먼스를 펼친 그는 당시 여자 싱글 사상 최고 점수인 228.56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는 러시아에서 온 두 소녀의 대결에 시선이 집중됐다. 당시 세계 최강자였던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러시아)는 같은 국적 동료이자 같은 지도자 밑에서 훈련하던 후배 알리나 자기토바(러시아)와 피할 수 없는 경쟁을 펼쳤다.

최종 승자는 자기토바였다. 프로그램 후반 '점프 몰아치기'로 승부수를 걸었던 자기토바는 15살의 나이에 올림픽 챔피언이 됐다.

▲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알리나 자기토바
▲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알리나 자기토바

그러나 베이징 올림픽은 상황이 다르다. 그동안 올림픽에서는 비슷한 실력을 지닌 맞수들이 금메달 경쟁을 펼칠 때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단 한 명의 선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근호에서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 가운데 주목해야 할 12명을 꼽았다. 이 명단에는 '라시아 피겨 천재' 카밀라 발리예바(15)도 이름을 올렸다.

일본 매체 '더 다이제스트'는 발리에바를 '러시아 피겨 스케이팅이 완성한 최고 걸작'이라고 평했다. 2020년 주니어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발리예바는 올 시즌 본격적으로 시니어 무대에 데뷔했다.

그리고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금메달을 휩쓸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챌린저 대회인 핀란디아 오픈에서 우승했고 두 개의 그랑프리 대회(스케이트 캐나다, 러시아 로스텔레콤 컵)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또한 지난 16일 열린 유럽선수권대회에서도 정상에 등극했다.

▲ 카밀라 발리예바 ⓒ ISU 인스타그램 캡처
▲ 카밀라 발리예바 ⓒ ISU 인스타그램 캡처

올 시즌 발리예바가 걸어온 발자취를 살펴보면 경이로울 정도다. 지난해 10월과 11월 열린 두 번의 그랑프리 대회에서 발리예바는 자신이 세운 세계 기록을 갈아치웠다. 특히 러시아 로스텔레콤 컵에서 세운 프리스케이팅(185.29점)과 총점(272.71점) 기록은 역대 여자 싱글 최고 점수로 각인됐다.

'천재 소녀'는 물론 '기록제조기'로 불리는 발리예바는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0순위'로 꼽힌다. 그를 위협할만한 경쟁자는 자국 동료인 안나 쉐르바코바(17)와 알렉산드라 트루소바(17) 밖에 없다. 

쉐르바코바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쿼드러플 플립 점프를 구사하고 풍부한 표정 연기가 일품이다. 그러나 트리플 악셀을 뛰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트루소바는 발리예바와 비교해 한층 다양한 쿼드러플 점프를 장착했다. 발리예바는 쿼드러플 토루프와 살코를 실전 경기에서 뛴다. 2개의 4회전 점프 뒤에 후속 점프를 연결해 막강한 콤비네이션 기술을 구사하는 점이 그의 장점이다. 

▲ 러시아의 메달 후보 안나 쉐르바코바
▲ 러시아의 메달 후보 안나 쉐르바코바

반면 트루소바는 쿼드러플 살코와 토루프는 물론 플립, 러츠도 4회전으로 시도한다. 문제는 이 점프들의 성공률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번 유럽선수권대회에서 트루소바는 쿼드러플 플립과 살코를 제외한 다른 4회전 점프에서 모두 실수했다.

발리예바의 장점은 점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누구보다 기본기가 탄탄한 그는 스케이팅이 뛰어나고 스핀에서도 세계 정상급 기량을 갖췄다. 비점프요소에서도 흠잡을 곳이 없는 발리예바는 '올라운더'의 길을 걷고 있다.

이런 정황을 살펴볼 때 발리예바의 가장 큰 적은 '자기 자신'이다. 올림픽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스스로 무너지지 않을 경우 또 하나의 세계 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따낼 가능성이 크다.

한편 베이징 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은 15일부터 막을 연다. 한국 여자 피겨 스케이팅의 간판 유영(18, 수리고)과 김예림(19, 단국대 진학 예정)은 이번 올림픽 무대에 선다. 유영은 한국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올림픽에서 트리플 악셀 성공에 도전한다. 김예림은 "올림픽에서 후회 없이 깨끗한 경기를 펼치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