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호가 8일 장자커우 겐팅스노우파크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 8강을 마치고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자커우, 고봉준 기자
▲ 이상호가 8일 장자커우 겐팅스노우파크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 8강을 마치고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자커우, 고봉준 기자

[스포티비뉴스=베이징, 고봉준 기자] 월드 챔피언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도전자에겐 다시 4년이라는 충분한 시간이 남아있다.

‘배추보이’ 이상호(27·하이원)가 못다 이룬 꿈을 간직한 채 한국으로 돌아간다. 이상호는 9일 오후 4시 베이징서우두국제공항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출발하는 귀국행 비행기로 몸을 싣는다.

이상호는 8일 중국 장자커우 겐팅스노우파크에서 열린 2022베이징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 8강에서 빅 와일드(36·러시아올림픽위원회)에게 패해 4강행 티켓을 놓쳤다. 이로써 2018평창동계올림픽 은메달의 뒤를 이은 2연속 메달 획득도 무산됐다.

이변과도 같은 탈락이었다. 메달권은 물론 내심 우승까지 노렸기 때문이다. 평창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한국 스키·스노보드 역사상 최초의 동계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된 이상호는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선 더 높은 곳을 바라봤다. 최초의 메달리스트를 넘어 독보적인 챔피언으로 오르기 위해 4년이라는 시간을 준비했다.

과정은 순조로웠다. 이번 시즌 월드컵에선 메달 4개(금1·은2·동1)를 거머쥐며 종합 1위를 차지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또, 막판까지 해외 전지훈련을 소화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8강에서 만난 복병 와일드에게 4강행 티켓을 내주고 말았다. 불과 0.01초 차이 패배. 결승선을 통과할 때까지 앞서거니 뒤서거니 싸움을 벌였지만, 육안으로는 식별이 불가능한, 단 0.01초가 느려 메달의 꿈을 접고 말았다. 예선부터 16강까지 완벽한 레이스를 펼쳤던 터라 아쉬움이 더욱 컸다.

그러나 경기 후 만난 이상호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후회 없이 질주했다는 후련함이 엿보였다.

이상호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큰 목표는 후회 없는 경기를 하는 것이었다. 결과는 아쉽지만 후련하다”고 말했다. 이어 “나에게 정말 고생 많았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부상이나 장비 문제 같은 어려움이 있어서 멘탈적으로 관리하기가 어려웠다”고 그간의 고충을 이야기했다.

▲ 스노보드 국가대표 이상호. ⓒ연합뉴스
▲ 스노보드 국가대표 이상호. ⓒ연합뉴스

이상호는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이 꼽은 메달 기대주였다. 평창올림픽에서 이미 기량을 인정받았고, 최근 월드컵에서도 뛰어난 성적을 뽐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쉬운 탈락으로 조금은 쓸쓸한 마음을 안고 한국으로 돌아가게 됐다.

그래도 이상호는 “내 시즌은 아직 진행 중이다. 이번 시즌 가장 큰 대회인 베이징올림픽에선 떨어졌지만, 아직 대회가 남았다. 남은 시즌을 종합 1위로 마무리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숨 가쁜 베이징 여정을 마친 이상호는 귀국 후 잠시 휴식을 취하다가 월드컵이 열리는 오스트리아로 넘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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