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성빈이 10일 중국 옌칭 국립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스켈레톤 남자 경기를 마친 뒤 믹스트존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윤성빈이 10일 중국 옌칭 국립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스켈레톤 남자 경기를 마친 뒤 믹스트존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옌칭, 고봉준 기자] ‘아이언맨’ 윤성빈(28·강원도청)은 또 자신을 낮췄다. 디펜딩 챔피언 자격을 안고 중국으로 향했지만, 4년 전 영광은 이미 잊은 눈치였다.

윤성빈은 10일 중국 옌칭 국립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22베이징동계올림픽 스켈레톤 남자 1·2차 시기에서 합계 2분2초43를 기록했다. 먼저 1차 시기에선 1분1초26(13위)으로 결승선을 끊었고, 2차 시기에선 이보다 조금 빠른 1분1초17을 마크했다. 두 기록을 합친 중간 순위는 12위다.

윤성빈은 2018평창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설상 종목 최초로 금메달을 차지하며 일약 스타가 됐다. 그간 한국은 설상 불모지로 통했지만, 어린 시절부터 올림피언의 꿈을 키워 실력을 쌓았고, 마침내 세계 정상의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윤성빈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그리 희망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자주 꺼냈다. 디펜딩 챔피언이지만, 누구보다 베이징올림픽 결과를 어둡게 전망했다.

이유는 있었다. 최근 몇 년간 본인의 스타트 부진과 경쟁자들의 기량 발전이 겹치면서 성적이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윤성빈의 2연패는커녕 메달 획득조차 긍정적으로 점치는 이들이 많지 않았다.

1·2차 예선을 마치고 믹스트존에서 만난 윤성빈의 표정은 개막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윤성빈은 “일단 오늘 경기에서 실수를 너무 많이 해서 아쉽다. 기적적인 결과를 바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준비한 것을 잘 마무리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그것마저도 잘 되지 않았다”고 자책했다.

이어 “스타트는 큰 기대를 걸 만큼의 훈련을 다하지 못했다. 주행을 더 신경 쓰려고 했는데 연습에선 아래 구간에서 가속을 붙였지만, 오늘 경기에선 실수가 나왔다. 감속이 많이 됐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윤성빈은 안방에서 열린 4년 전 평창올림픽에서 한국 설상의 역사를 새로 썼다. 한국에선 종목 이름조차 생소한 스켈레톤 국가대표로서 역사적인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지금 성적으로는 메달 획득이 힘들다”는 비관적인 인터뷰로 걱정과 관심을 함께 샀다.

윤성빈은 “아무래도 많은 분들께서 기대가 크셨는데 내가 너무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는 것 같다”면서 “올림픽은 아마추어 선수들에겐 꿈의 무대다. 긍정적인 것도 당연히 좋지만, 항상 희망적인 이야기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냉정할 필요도 있고, 현실을 직시할 필요도 있다. 너무 그렇게만 받아들이시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꺼냈다.

▲ 윤성빈을 상징하는 아이언맨 헬멧.
▲ 윤성빈을 상징하는 아이언맨 헬멧.

윤성빈의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당장 11일 3차와 4차 시기가 남아있다. 메달과 순위가 결정되는 무대. 윤성빈은 “디펜딩 챔피언은 여기 올 때부터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그랬다는 사실조차 잊으려고 했다”면서 마음을 비운 채 마지막 경기를 준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2015년부터 아이언맨 헬멧을 쓰고 경기를 뛴 윤성빈은 이번 대회에선 IOC가 정한 헬멧만 착용할 수 있다는 규정이 생기면서 다른 헬멧을 쓴 채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상징과도 같은 헬멧을 잠시 내려놓은 윤성빈은 “경기력과는 상관이 없는데 기분이 다르다. 쓰던 것을 못 쓴다고 하니까 기분이 좋을 수는 없다. 어색하다”고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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