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지사와 사츠키(왼쪽)와 김은정이 14일 베이징올림픽 컬링 여자 예선 한일전에서 서로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다. ⓒ연합뉴스
▲ 후지사와 사츠키(왼쪽)와 김은정이 14일 베이징올림픽 컬링 여자 예선 한일전에서 서로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베이징, 고봉준 기자] 속 시원한 승리였다. 숙명의 한일전 압승. 표정이 어둡던 ‘팀 킴’이 모처럼 웃으면서 경기를 마친 밤이었다.

한국 여자컬링대표팀은 14일 중국 베이징 국립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2022베이징동계올림픽 예선 6차전에서 일본을 10-5로 제압했다.

압도적인 승리였다. 스킵 김은정이 이끄는 한국은 초반부터 높은 공격 성공률을 뽐낸 반면, 스킵 후지사와 사츠키가 지휘하는 일본은 실수를 남발하며 일찍 승기를 내줬다. 결국 9엔드에서 한국이 2점을 추가해 10-5로 달아나자 일본 선수들이 악수를 청하며 패배를 인정했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어두웠던 4강행 희망을 밝혔다. 전날 중국전과 이날 오전 미국전에서 모두 패하며 중간 순위 6위(2승3패)로 몰리면서 분위기가 침체됐지만, 일본을 제압하면서 공동 5위(3승3패)로 뛰어올랐다. 이러한 분위기를 앞세워 남은 3경기도 모두 잡으면 준결승 진출도 노려볼 수 있다.

이날 경기의 이슈는 역시 라이벌 구도였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김은정과 후지사와의 맞대결 자체만으로도 양국의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경기 후 만난 김은정은 “(지난해 12월 베이징올림픽 자격대회에서) 2번 모두 져서 부담이 많았다. 당시에는 출전권이 걸려있어서 긴장도 많이 됐고, 이기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그러나 이번에는 앞서 두 번이나 진 만큼 그냥 (경기에만) 집중하려고 했다. 일본을 생각한다기보다 오늘 오전 잘 되지 않았던 부분 등을 보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날 김은정은 경기 내내 안정적인 드로우를 뽐냈다. 직전 중국전과 미국전에선 감각이 온전치 않은 느낌이었지만, 한일전에서만큼은 국가대표 스킵다운 기량으로 게임을 리드했다.

반면 일본 후지사와의 경기력은 기대를 미치지 못했다. 잦은 실수가 나왔다. 한국은 이를 놓치지 않았고, 이는 결국 이날 경기의 승패를 갈랐다.

김은정은 “한일전은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해도 신경이 쓰인다. 그러면서 몸도 굳는다. 그래서 오늘은 우리가 집중만 잘하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일전을 대하는 자세를 말했다.

후지사와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었다. 가깝고도 먼 한국과 일본의 사이처럼, 양국 스킵의 관계 역시 보이지 않는 거리감이 조금은 느껴졌다.

김은정은 “경쟁 의식은 없다. 일본이니까 이기고 싶은 마음뿐이다”면서도 “후지사와는 샷 감각이나 리더십 측면에서 배울 점이 많은 친구다. 같은 스킵 입장에서 좋게 생각한다. 이렇게 만나지 않았다면 좋은 관계가 될 것 같은데 일본과 우리나라라 힘든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4강행 빨간불이 들어왔던 한국은 이날 한일전 승리로 기사회생했다. 그러나 아직 안심할 수는 없다. 남은 3경기를 모두 잡아야 준결승과 가까워질 수 있다.

이날 2경기를 연달아 치르며 체력을 소비한 한국은 15일 휴식과 훈련을 병행한 뒤 16일 다시 스위스, 덴마크와 더블헤더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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