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최근 친정팀 SSG와 계약하며 KBO리그에 복귀한 김광현(34·SSG)은 메이저리그에서의 좋은 추억만 가지겠다고 했다. 그 ‘좋은 추억’의 중심에는 세인트루이스의 베테랑 선수들인 애덤 웨인라이트(41)와 야디어 몰리나(40)가 있다.
김광현은 2020년 세인트루이스와 2년 계약을 했다. 그런데 시작부터 큰 시련에 빠졌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하며 전 세계를 휩쓸었고, 메이저리그 또한 개막이 무기한 연기됐다. 실제 2020년 메이저리그는 전체 일정의 37%인 팀당 60경기 체제로 진행됐다.
김광현도 미국에 발이 묶였다. 한국으로 돌아가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김광현은 통역과 함께 세인트루이스의 집에서 지루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지루한 것도 지루한 것이지만, 훈련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개방된 훈련 시설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그때 손을 내민 것이 웨인라이트와 몰리나였다.
베테랑 선수들로 집에서도 훈련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있었던 두 선수는 외로운 김광현을 불렀다. 김광현 또한 “마당에서 캐치볼을 했던 기억은 정말 잊을 수 없을 것 같다”며 두 베테랑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2020년 스프링트레이닝 당시 김광현과 바로 옆 라커를 썼던 웨인라이트는 이 신입생을 살뜰히 챙겼다. 세인트루이스 투수진의 리더이자 존경받는 베테랑인 웨인라이트는 김광현의 현지 적응에 큰 도움을 줬다.
몰리나는 안정된 리드로 김광현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KBO리그와는 완전히 다른 볼 배합으로 김광현 스스로도 몰랐던 자신의 능력을 이끌어냈다. 실제 김광현은 KBO리그와는 다른 투구 패턴을 보여준 적이 많았다. 서드피치 정도로 생각했던 커브와 체인지업의 구사 비율이 늘어났고, 이는 약한 타구 유도에 힘을 보탰다.
몰리나는 리그 최고의 포수 중 하나로, 명예의 전당 입성도 유력한 선수다. 2004년 세인트루이스에서 데뷔해 오직 이 프랜차이즈를 위해 2146경기를 뛰었다. 10차례나 올스타에 선정됐고, 특히 수비력에서 큰 인정을 받았다. 9번의 골드글러브, 4번의 플래티넘 골드글러브(골드글러브 선정 선수 중에서도 최고를 뽑는 상)가 모든 것을 설명한다.
다만 이제는 몰리나의 세월도 지고 있다. 몰리나는 지난해 121경기에 나갔으나 OPS(출루율+장타율)는 0.667에 그쳤다. 개인 통산(.733)을 세 시즌 연속 밑돌았다. 골드글러브 수상도 2018년이 마지막이다. 혈기왕성하고 방망이가 좋으며 프레이밍까지 갖춘 젊은 포수들의 등장에 몰리나의 순위 또한 밀리고 있다.
MLB네트워크가 19일(한국시간) 선정한 ‘현시점 최고 포수 TOP 10’에서도 몰리나의 이름은 없었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다. J.T 리얼무토가 2년 여속 1위를 차지했고, 야스마니 그랜달, 윌 스미스, 윌슨 콘트라레스, 살바도르 페레스가 뒤를 이었다. 이제 몰리나에게 남은 시간은 1년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몰리나가 베테랑의 자존심을 살리며 마지막을 장식할 수 있을지도 올 시즌의 화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