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그야말로 장군멍군이다. 사실상의 FA 맞교환. 중심 강타자를 내주기가 무섭게 핵심 마무리를 데려오며 맞불을 놓았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LA 다저스의 신(新) 라이벌 구도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애틀랜타는 19일(한국시간) 깜짝 뉴스를 알렸다. 지난해까지 다저스에서 뛰었던 FA 우완투수 켄리 잰슨을 영입한다는 소식이었다.
이날 MLB닷컴은 “애틀랜타가 잰슨과 1년 1600만 달러 계약을 마쳤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로써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애틀랜타의 불펜은 더욱 탄탄해졌다”고 보도했다.
잰슨의 거취는 이번 스토브리그 이슈 중 하나였다. 2010년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뒤 줄곧 같은 유니폼만 입고 뛴 잰슨이 다저스를 떠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통산 350세이브를 챙긴 잰슨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FA 신분을 얻었다. 다저스는 잔류를 목표로 내걸었지만, 불펜 강화를 꾀하는 여러 구단이 잰슨에게 관심을 드러냈다.
대표적인 곳은 토론토 블루제이스였다. 토론토에는 조던 로마노가 있지만, 로마노는 왼쪽 무릎 수술을 받고 현재 회복하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복귀는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로마로만으로 험난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순위 경쟁을 버텨내기는 힘들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잰슨의 토론토행이 점쳐졌던 이유. 그러나 잰슨은 이날 깜짝 애틀랜타행을 발표하면서 다저스와 각을 세우게 됐다.
이번 잰슨의 이적으로 내셔널리그 정상을 놓고 다투는 애틀랜타와 다저스의 경쟁 구도는 더욱 흥미로워졌다. 명문 구단 입지를 탄탄히 다진 다저스와 최근 몇 년간 전력을 극대화하며 지난해 월드시리즈 패권을 차지한 애틀랜타가 스토브리그에서 으르렁거리며 자존심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영입전의 시작은 1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다저스는 FA 1루수 프레디 프리먼과 6년 1억62000만 달러의 대형 계약을 발표했다. 지난해까지 애틀랜타의 중심타선을 책임졌던 홈런 타자의 깜짝 이적이었다.
프리먼은 잰슨과 마찬가지로 2010년 메이저리그 무대를 처음 밟았다. 애틀랜타 유니폼을 입고서였다. 이어 지난해까지 1565경기에서 타율 0.295 271홈런 941타점 969득점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1루수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프리먼은 FA 계약을 놓고 애틀랜타와 좀처럼 협의점을 찾지 못했다. 선수는 6년을 요구했지만, 구단은 이보다 짧은 기간을 원했다. 그러는 사이 프리먼을 대체할 수 있는 맷 올슨이 트레이드를 통해 애틀랜타로 이적하면서 프리먼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친정을 떠나야 했고, 결국 애틀랜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다저스로 이적했다.
그런데 며칠 뒤 이번에는 다저스의 상징적인 마무리가 애틀랜타로 향하면서 보는 재미가 더해졌다. 잰슨 역시 다저스와 협상 진전이 더딘 상황에서 이적을 결심했다. 공교로운 점은 잰슨이 향한 곳이 프리먼을 내준 애틀랜타라는 사실이다.
이렇게 스토브리그에서의 전초전은 많은 이야기를 낳으며 흥미롭게 끝났다. 이제 관심사는 올 시즌 패권의 향방. 애틀랜타는 월드시리즈 2연패를 정조준하고 있는 가운데, 다저스 역시 언제나처럼 정상 등극을 목표로 두고 있다. 총성 없는 전쟁이 불가피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