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마모토 '키드' 노리후미는 레슬링 가문에서 태어난, 일본을 대표하는 종합격투기 경량급 강자였다. ⓒGettyimages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기자] 1초, 2초, 3초, 4초. 쾅!

심판이 "파이트(Fight)"라고 소리친 지 4초 만이었다. 2006년 5월 3일 도쿄 요요기 체육관에서 열린 종합격투기 대회 '히어로즈 5(HERO'S 5)' 메인이벤트는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났다. 일본을 대표한 경량급 파이터 야마모토 '키드' 노리후미(39, 일본)의 실신 KO승이었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관중석은 난리가 났다.

어떻게 4초 만에 경기를 끝낼 수 있었을까? 야마모토는 처음부터 플라잉 니를 노리고 있었다. 글러브 터치 없이 상대 미야타 가즈유키(40, 일본)에게 달려가 붕 하고 뛰어올랐고 무릎을 정확히 미야타의 턱에 맞혔다. 기습 공격을 예상하지 못한 미야타는 맞는 순간 선 자세에서 정신을 잃었고 고목나무 넘어가듯 바닥으로 쿵 떨어졌다. 야마모토는 추가 파운딩을 내리쳤지만 사실 의미는 크게 없었다. 심판이 더 빨리 경기를 끝냈으면 공식 경기 시간 기록이 3초로 단축됐을 뻔했다.(▶ 영상 보러 가기 https://www.youtube.com/watch?v=BEjO8u5Bbcc)

마크 콜먼이 2000년 5월 1일 프라이드 그랑프리 2000 준결승전에서 후지타 가즈유키를 2초 만에 꺾은(?) 적이 있다. 그런데 그때는 경기 시작과 동시에 후지타의 코너에서 수건을 던져 기권한 것이었다. 실제 타격으로 4초 만에 상대를 쓰러뜨리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야마모토 노리후미는 레슬러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야마모토 이쿠에이는 1972년 뮌헨 올림픽 레슬링 자유형 국가 대표였다. 누나 야마모토 미유와 여동생 야마모토 세이코는 세계레슬링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세이코는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의 특급 투수 다르빗슈 유와 교제해 더 유명해졌다.

그의 신체 능력과 감각은 타고 났다. 승리욕도 대단했다. 대학교 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는데, 영결식 3일 뒤 대학레슬링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다. 2001년 종합격투기에 데뷔해 2007년까지 17승 1패 1무효를 기록했다. K-1 70kg급 챔피언 마사토와 킥복싱 룰로 싸워 한 번의 다운을 얻어 냈을 정도로 맞히는 능력이 뛰어났다. 프라이드에 고미 다카노리가 있었다면, 히어로즈엔 야마모토 노리후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본 경량급을 끌고 가던 양대 산맥이었다.

▲ 야마모토 노리후미(오른쪽)는 지난해 2월 UFC 184에서 복귀전을 치렀으나 로마 살라자르가 눈을 찔려 무효 경기가 됐다. ⓒGettyimages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레슬링 자유형 국가 대표가 되겠다며 종합격투기를 잠시 떠나지 않았다면 14연승에서 연승 기록이 끝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국가 대표 선발전에서 고배를 마시고 2009년 5월 돌아온 그는 예전의 '키드'가 아니었다. 조 워렌과 가네하라 마사노리에게 판정패하면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2011년 UFC 밴텀급에 진출해 기대를 모았지만 2012년까지 드미트리우스 존슨, 대런 우에노야마, 본 리에게 3연패했다. 3년을 쉬고 지난해 2월 UFC 184에서 복귀전을 치렀는데, 이번엔 로마 살라자르가 눈을 찔려 경기가 무효(노 콘테스트)로 끝났다. 그는 결국 5년 동안 한번도 이긴 적이 없다.

야마모토는 다음 달 19일 UFC 파이트 나이트 89에서 크리스 빌(30, 미국)과 밴텀급에서 경기한다. 4초 KO승 같은 건 바라지도 않는다. 플라이급으로 내려갔다가 2연패하고 다시 밴텀급으로 올라온 크리스 빌과 대등한 경기력만 보여 준다고 해도 그를 기억하는 팬들에겐 만족감을 안길 수 있다.

크리스 빌도 환상적인 플라잉 니로 KO승한 적이 있다. 2014년 4월 UFC 172에서 패트릭 윌리암스를 기절시켰다. 야마모토 노리후미의 플라잉 니와 비교해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 영상 보러 가기 https://www.youtube.com/watch?v=jGc6P-R5q48)

UFC에선 아직 4초 만에 끝난 경기가 없다. 공식 기록에서 2006년 듀앤 루드윅이 조나단 굴렛에게 따낸 6초 KO승이 최단 시간 기록이다. 토드 더피(UFC 114 팀 헤이그 전), 정찬성(UFC 140 마크 호미닉 전), 라이언 짐모(UFC 149 앤서니 페로시)가 7초 KO승 기록을 갖고 있다.

UFC는 심판이 경기 시작을 알리고 경기 종료를 선언할 때까지 시간을 잰 적이 있는데 여기서 '코리안 좀비' 정찬성은 마크 호미닉을 7초가 아닌, 6초 26 만에 쓰러뜨린 것으로 밝혀졌다. 최단 기록인 듀앤 루드윅의 6초 06와 겨우 0.2초 차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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