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선수로는 첫 3경기 연속 10탈삼진&무자책점을 기록한 오타니 쇼헤이
▲ 아시아 선수로는 첫 3경기 연속 10탈삼진&무자책점을 기록한 오타니 쇼헤이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아시아 출신으로 성공을 거둔 투수는 생각보다 꽤 많다. 박찬호와 노모 히데오는 각각 통산 120승 이상을 거뒀다. 그 후 한국과 일본의 후배들은 꽤 좋은 대우를 받고 메이저리그 무대에 입성한 경우가 많았고, 리그에서 적잖은 실적을 거뒀다. 

당장 2020년 사이영상 최종 투표 3위 내에는 세 명의 아시아 선수(류현진‧다르빗슈 유‧마에다 겐타)가 있었다. 그런데 재능 하나는 최고의 투수가 나타났을지도 모른다. 투‧타 겸업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28‧LA 에인절스)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 오타니가 리그 MVP를 차지할 수 있었던 건 홈런왕 레이스까지 뛰어들 정도의 가공할 만한 방망이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투수로도 물론 좋은 기록을 거두기는 했지만, 등판마다 기복이 심한 양상들이 더러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조금 양상이 다르다. 타자로도 괜찮은 성적에, 투수로 더 진화한 양상으로 MVP 2연패의 밸런스를 맞추고 있다. 

갈수록 체력이 빠져 힘겨워야 하는데, 전혀 아니다. 마운드에서는 갈수록 더 좋아진다. 오타니는 5월 이후 10경기에서 61⅔이닝을 던지며 6승2패 평균자책점 1.90의 호성적을 거뒀다. 이 기간 탈삼진은 무려 81개에 이르렀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K머신’들에 전혀 밀리지 않는 업적이다.

특히 최근 3경기에서는 모두 10탈삼진 이상을 기록했다. 6월 23일 캔자스시티전에서 13탈삼진, 6월 30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서 11탈삼진, 그리고 7일 마이애미전에서도 10탈삼진을 기록했다. 여기에 자책점은 단 하나도 없었다.

오타니는 최근 3경기에서 루킹 스트라이크 및 헛스윙 스트라이크가 총 126개였다. 올 시즌 그 어떤 투수도 3경기에서 126개를 기록한 적이 없다. 최근 세 경기는 말 그대로 ‘압도적’이라는 단어를 붙이기에 충분했다. 아시아 선수들에게 쉽게 허락되지 않았던 단어다.

2003년 이후 20년 동안 3경기 연속 10탈삼진 이상, 자책점 0을 기록한 선수도 오타니 이전에 7명 뿐이다. 페드로 마르티네스, 어빈 산타나, 존 래키, CC 사바시아, 클레이튼 커쇼, 크리스 세일, 그리고 가장 근래에는 제이콥 디그롬이 달성했다. 3경기라는 표본이 작아 보이지만, 이 기록은 이처럼 어려운 난이도였다. 아시아 역사로는 최초였다.

박찬호와 노모 또한 아시아 야구의 선구자로 명성을 떨쳤고 오랜 기간 메이저리그에서 뛰며 아시아 야구의 편견을 지워냈다. 구로다 히로키는 리그에서 가장 성실하고 꾸준한 투수였다. 다르빗슈 유는 아시아 선수들의 약점이었던 구속의 한계를 지워냈고, 류현진은 최강의 제구력으로 아시아 선수들의 성공 비전을 제시했다. 이제 오타니는 아시아 선수들도 타자를 숨죽이게 하는 ‘압도적 구위의’ 투구 내용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출발선에 섰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