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공오균 감독 "박항서 감독에게 감사…이강인 재능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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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상암, 이성필 기자/이충훈 영상 기자] "국곡리 숙소에 눈이 오면 근처 군부대 군인들과 같이 눈 치우고 그랬었죠."
국내 프로축구 대표적인 '가난한 시도민구단'의 대명사였던 대전 시티즌(현 대전 하나시티즌)은 그래도 인재 양성 구단이었다. 김은중 19세 이하(U-19) 대표팀 감독을 비롯해 이관우 청주대 감독, 최은성 전 상하이 선화 골키퍼 코치 등 좋은 선수들이 나왔다.
베트남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책임지게 된 공오균(48) 감독도 그렇다. 현역 시절 대부분을 대전에서 보냈던 공 감독은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로 연령별 대표팀을 거쳤다.
연령별 대표팀 전문가 공오균, 베트남 U-23 대표팀 휘어잡기 시작
특히 20세 이하(U-20) 대표팀 코치로 정정용 감독(현 서울 이랜드FC 감독)을 보좌해 2019 폴란드 U-20 월드컵 당시 준우승을 함께 만들었다. 연령별 대표팀 전문가가 된 공 감독에게 신태용 감독이 러브콜을 보내 인도네시아 대표팀 코치로 갔었고 지난달 베트남 U-23 대표팀 감독 지휘봉을 잡았다.
공 감독은 베트남으로 출국해 U-23 대표팀 조력에 나섰다. 지난달 끝난 U-23 아시안컵에서 한국과 함께 묶여 8강까지 올랐지만, 사우디아라비아에 패하며 4강 진출에 실패한 베트남의 뼈대를 다시 세운다.
출국 전 서울월드컵경기장 풋볼팬타지움에서 만난 공 감독은 말끔한 정장 차림이었다. 강원도 평창에서 지도자 자격증 교육인 P라이선스 교육받고 새벽에 서울로 올라와 스포티비뉴스와 만났다.
현역 시절의 대전을 잠시 회상한 공 감독은 기자도 가봤던 낡은 숙소 이야기에 웃으며 "숙소 바로 옆에 묘지가 있었죠. 목욕탕도 없어서 직접 만들었고 참 놀라운 곳이었어요"라고 기억을 꺼냈다.
오래전 일을 뒤로 미루고 공 감독은 현재와 미래를 꺼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렸던 U-23 아시안컵이 정말 아쉬웠다며 "이 연령대 선수들과 함께 지냈던 것이 17일 정도밖에 되지 않았어요. 저를 만나기 전까지 합숙이 길어서 운동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어요. 이제 알아가는 중이죠"라고 자신의 팀으로 만들기 위한 출발점에 섰다고 답했다.
8강에서 탈락했지만, 조별리그에서 한국에 비기는 등 강한 인상을 남긴 베트남이다. 박항서 감독이 A대표팀과 겸업했던 2018년 대회에서는 준우승했던 기억도 있다. 성장하는 베트남 연령별 대표팀이니 현지 분위기를 잘 알지 못했던 공 감독은 일단 하고 싶었던 계획대로 밀고 나갔다.
"베트남 언론을 못 봤죠. 주변에서 얘기해주시는 거 보면 잘했다라고 말들을 하는데 (우즈베키스탄에) 23명을 데리고 갔고 2명은 코로나 변수 때문에 추가로 갔는데 모두 출전시켜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골키퍼 한 명 빼고는 다 나갔는데 이 연령대 선수들은 경험이 없으니까 뭐가 됐든 나서는 것이 중요했거든요. 뛰는 기회를 제공해야 경험이 생긴다고 생각해요. 2002년생은 물론 2003년생도 있었어요."
'쌀딩크' 박항서 감독의 존재감 확인 "감독님이 만든 것 잘 이어가야"
호주에서 지도자 연수도 했고 영어도 괜찮게 하는 공 감독이지만, 베트남어는 잘 모르는 공 감독이다. 그래서 현지 문화 공부도 하고 전문가들에게도 조언을 요청했다. 인도네시아에서 그랬고 베트남에서도 같은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나마 인도네시아 경험으로 베트남을 조금 알고 있었기에 빠른 호흡이 가능했다.
'쌀딩크' 박항서라는 핵우산은 정말 큰 도움이 되는 존재다. 내년 1월이면 베트남 대표팀과 계약 만료로 거취가 불분명하다. 그렇지만, 동남아에서 한국 지도자의 리더십을 뽐냈다는 점은 분명 큰 성과물로 꼽힌다.
"일단 박 감독님은 누구나 다 아는 사람이었고 저도 감독님께 감사드리는 게 많아요. 제가 가기 전에 너무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빠르게 안착할 수 있게 도와주셨다는 거에 대해서는 감사드려요. 물론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죠. 감독님이 만든 것을 잘 이어가야 하니까요. 한국에는 '밥상머리 문화'라는 것이 있잖아요. 같이 식사하면서 당신이 힘들었던 것, 제가 고쳐야 할 부분 등 많은 말을 해주셨어요. 그래도 저도 큰 도움이 됐구요."
한국 입장에서는 '부메랑 효과'를 우려하는 것이 사실이다. 박 감독, 공 감독 외에도 신태용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 김판곤 말레이시아 대표팀 감독 등이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다. 격차가 좁혀진다면 아무리 아시아 정상권 전력을 유지하는 한국이라도 긴장의 끈을 조여야 한다.
김은중 감독의 U-19 대표팀과 하노이에서 평가전을 가졌던 기억도 생생하다. 상대팀에도 아는 선수들이 많았다. 만감이 교차한 공 감독이다.
"하노이에서 한국 U-19 대표팀과 경기를 하는데 첫 경기잖아요. 양팀 국가가 나오는데 뭔가 좀 이상하더라고요. 좀 먹먹했다고 해야 되나 아무튼 좀 묘했어요. U-23 아시안컵에서도 그랬어요. 양국 선수들을 번갈아 가며 봤는데 말로 표현이 되지 않더라고요. 빠른 친구들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같이 있었거든요. 그런 제자들을 상대해야 하는데 자신감은 있더라구요. 오히려 황선홍 감독님이 부담을 가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보통 축구에서 사기는 시작 전과 하프타임 선수대기실에서 이뤄지는 지도자와 선수들의 자각과 대화에서 달라진다고 한다. 공 감독은 이를 철저하게 활용했다. 아직 언어가 통하지 않으니 영상과 몸짓으로 선수들의 머리와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다.
"베트남 선수들의 경기 스타일이 전반 15분까지 자기 플레이를 제대로 못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그거를 깨주고 싶었어요. 경기마다 동기부여 영상을 매번 만들어서 보여줬어요. 통역을 거쳐서 하다 보면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요. 첫 경기 태국부터 한국, 말레이시아,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전부요. 영상을 보는 눈빛이 달라지더라구요. 처음 모여서 훈련하는 장면부터 말이죠."
한국은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태국을 상대로 자력 승리가 필요했다. 비기면 승부차기 우려까지 있었다. 힘든 승부는 베트남전 무승부가 결정적이었다. 이진용(대구FC)의 경고 누적 퇴장으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후반 18분 조영욱(FC서울)의 선제골로 1-0으로 앞서다 38분 부 티엔 롱에게 실점했다.
"2-2로 비긴 태국전 경기 영상을 선수들에게 보여줬어요. 1-1에서 후반 27분에 응우옌 반 동 선수가 슈팅해 골을 넣었어요. 사실 반 동을 태국전에서 다리에 부상이 있었는데 골이 터진 것을 확인하더니 환호하더라구요. 말은 통하지 않아도 다 이해되는 거죠."
한국을 상대로도 태국전에서 보여준 정신력을 잊지 말라는 공 감독의 전략이다. 인터넷으로 정보를 확인하는 선수들의 특징까지 확실히 활용했다.
"이강인 재능 있어, 조급해하지 않아야…엄원상 자신감↑"
공 감독은 U-20 월드컵 준우승 주역이었던 이강인(마요르카), 엄원상(울산 현대) 등에 대한 감정도 남다르다. 이강인은 U-20 월드컵에서 골든볼을 수상하며 훨훨 날아갈 것 같았지만, 발렌시아와 마요르카에서 확실한 주전 자리를 잡지 못했다. 자기 포지션도 명확하지 않다. 정체됐다는 평가와 마주한 제자를 바라보는 공 감독의 마음은 어떨까.
"(이)강인이 같은 경우는 참 좋은 선수예요. 제가 눈으로도 직접 확인을 했지만, 정말 좋아요. 쿠보 다케후사도 좋지만, 직접 지도한 이강인은 정말 괜찮은 선수입니다. 이번 아시안컵은 부상도 있었고 그래서 부담이 좀 있었던 것 같아요. 소속팀에서 경기도 꾸준하게 출전한 것도 아니고 이렇게 들쑥날쑥하다 보니까 아마 컨디션 적인 게 조금 문제가 있어서 그랬을 것 같은데 저는 좋은 선수라고 생각해요."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견뎌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직은 어린 나이기 때문에 애정 어린 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공 감독의 생각이다.
"요즘 (이)승우 경기도 많이 보고 좋은 소식도 많이 들리잖아요. 이제 20대 중반이 됐는데 진짜 열심히 해서 좋은 경기도 하고 득점도 하고 A대표팀에 물망도 오르내리잖아요. 강인이는 아직 어려요. 20대 초반인데 지금 당장의 이 선수를 평가하기에는 조금 좀 무리가 생각해요. 분명 재능이 있는 선수입니다. (이강인에 대한 여론이)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벤투호에도 호출되는 엄원상은 공 감독의 현역 시절과 비슷한 플레이를 한다. 저돌적이면서 과감성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공간을 침투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우리 엄살라는 저보다 훨씬 낫죠. (3년 전보다) 더 좋아진 것 같아요. 일단 자신감도 더 생긴 것 같아요. 예전에는 이 정도의 선수가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또 성장하는 겁니다. 경기에 꾸준히 나서고 감독, 코칭스태프 도 잘해주시니 더 성장을 빨리한 것 같아요. 조영욱도 재능은 뛰어나도 잠재력도 충분해요. 아직 기회도 많구요. 다만, 가끔 통화도 하지만, 자신감은 있어도 약간 소극적인 것이 보여요. 자기 플레이가 잘 안 되거나 득점을 못 했을 때 본인 스스로가 '왜 안 되지'라는 깊은 생각하는 편이죠. 그냥 편하게 하라고 해요."
제자들을 성장을 기원한 공 감독은 베트남에서 무엇인가 남기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성적보다는 공 감독의 지도 철학과 그로 인해 성장하는 선수들이 베트남의 중요 축이 되길 바란 것이다. 내년으로 연기된 항저우 아시안게임, 2024 파리 올림픽 본선까지 다양한 대회가 기다리고 있다는 점에서 결과에 욕심이 나는 것이 이상하지 않지만, 거시적인 관점으로 U-23 대표팀을 보겠다는 생각이다.
"베트남 축구협회에 우승컵을 많이 갖다주면 좋아하겠지만, 그것보다는 (언젠가) 제가 떠났을 때 우승컵보다는 선수를 남기고 싶다고 말했어요. 한 세대가 지나면 또 새롭게 만들어야 하고 시간이 걸리니 유지할 수 있게 만들고 싶다는 뜻이죠. 제가 우승컵을 따라간다고 하면 선수들한테 심적으로 힘들어진다고 해야 하나, 좀 조바심이 날 것 같아요. 저의 욕심이 선수들에게는 부담감으로 올 수 있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인재 풀이 넓어져야 팀도 강해진다고 생각해요. 좋은 선수를 많이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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