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교덕 기자] 알리스타 오브레임(35, 네덜란드)은 4~5년 전만 해도 사람이 아닌 괴물에 가까웠다. 2010년 일본 종합격투기 대회 드림(Dream) 헤비급 챔피언과 입식타격기 대회 K-1 헤비급 챔피언에 올랐다. 이듬해엔 미국 스트라이크포스(Strikeforce) 헤비급 토너먼트에서 우승했다. 벨트만 3개를 둘러매고 있었다. 야생의 고릴라도 이길 것 같았다.

2011년 12월 31일(이하 한국 시간) UFC 141에서 치러진 그의 옥타곤 데뷔전에 당연히 스포트라이트가 떨어졌다. 상대는 WWE 프로 레슬링 출신으로 UFC 헤비급 타이틀까지 거머쥔 바 있는 브록 레스너(38, 미국). UFC는 키 191cm 몸무게 120kg의 레스너와 키 193cm 몸무게 116kg의 오브레임, 두 거구의 사이즈에 초점을 맞춰 포스터를 제작했다.

당시 오브레임은 힘도 좋았지만 순발력도 뛰어났다. 레스너에게 체격에서 밀리지 않았다. 경기 경험도 훨씬 많았다. 레스너는 여러모로 오브레임에게 역부족이었다.

레스너의 원 레그 테이크다운을 방어한 오브레임은 클린치에서 레스너의 복부에 니킥을 넣어 승기를 잡았다. 고통을 느낀 레스너는 뒷걸음질 치기 바빴다. 그러다가 오브레임의 미들킥을 맞고 주저앉았다. 오브레임은 전의를 잃은 레스너의 안면에 파운딩 세례를 퍼부어 경기를 마무리했다. 1라운드 2분 26초 만에 차지한 압도적인 TKO승이었다.

'게실염'이라는 병에 걸려 온전한 상태가 아니었다는 레스너는 이 패배 충격으로 UFC를 떠나 WWE로 돌아갔다. 그가 UFC로 복귀하지 않고 이대로 선수 생활을 마감하면 오브레임 전이 그의 종합격투기 마지막 경기가 된다.

▲ UFC 141 포스터
오브레임은 UFC 헤비급까지 씹어 먹을 기세였다. 2012년 5월 27일 UFC 146에서 당시 챔피언 주니어 도스 산토스까지 꺾으면 네 번째 챔피언벨트를 수집할 수 있었다.

여기서 사고가 터졌다. 오브레임이 타이틀전을 앞두고 약물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체내에 남성 호르몬이 여성 호르몬에 비해 너무 많았다. 테스토스테론과 에피테스토스테론 비율이 허용치인 6-1보다 훨씬 높은 14-1이었다. 남성 호르몬을 외부에서 주입했다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네바다주 체육위원회는 오브레임에게 9개월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 그런데 2013년 2월 3일 UFC 156에 나선 오브레임은 어딘지 모르게 바뀌어 있었다. 근육의 선명도가 떨어졌고 체격이 작아진 듯 보였다.

안토니오 실바에게 3라운드 KO패하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2007년부터 시작된 11승 1무효 무패 행진이 끝났다. 6개월 뒤 트래비스 브라운에게도 KO로 졌다. 프랭크 미어에게 판정승하고 한숨 돌렸지만 벤 로스웰에게 또 TKO패해 나락으로 떨어졌다. 레스너를 쥐 잡듯 몰던, 예전 오브레임과 거리가 있었다.

그는 과감하게 변화를 꾀했다. 부활을 위해 강공 압박이 아닌 전략적 운영을 선택했다. 함부로 상대의 거리에 들어가지 않았고 카운터 공격을 노렸다. 초반 승부를 보곤 했지만 연패 수렁에 빠진 뒤 장기전까지 바라보기 시작했다. 경기 스타일이 크게 바뀌었다.

결과적으로 오브레임의 현명한 선택이었다. 전략적인 경기 운영으로 스테판 스트루브, 로이 넬슨, 주니어 도스 산토스를 차례로 꺾고 타이틀 도전권에 다시 가까이 다가갔다.

▲ UFC 파이트 나이트 87에서 만나는 알리스타 오브레임(왼쪽)과 안드레이 알롭스키
오브레임의 마지막 테스트가 남았다. 오는 9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 나이트 87 메인이벤트에서 안드레이 알롭스키(37, 벨로루시)를 맞아 옥타곤 4연승을 노린다. 지난달 로스웰이 도스 산토스에게 져 타이틀 전선에서 한 발 뒤로 물러선 상태. 오브레임이 알롭스키를 홈 경기에서 이기면 챔피언벨트를 눈앞에 두게 된다.

괴물처럼 상대를 압박하던 오브레임은 이제 없다. 생존을 위해 테크니션이 된 오브레임이 남아 있다. 오는 9일 새벽 3시 SPOTV2가 중계하는 UFC 파이트 나이트 89에서 오브레임의 변화가 꽃을 피울지 지켜봐야 한다.

■ UFC 파이트 나이트 87 대진

- 메인 카드
[헤비급] 알리스타 오브레임 vs 안드레이 알롭스키
[헤비급] 안토니오 실바 vs 스테판 스트루브
[웰터급] 알베르트 투메노프 vs 거너 넬슨
[여성 밴텀급] 게르마이네 데 란다미에 vs 안나 엘모세
[라이트헤비급] 니키다 키릴로프 vs 프란시마르 바로소
[여성 스트로급] 카롤리나 코발키비치 vs 헤더 조 클락

- 언더 카드
[라이트급] 루스탐 카빌로프 vs 크리스 웨이드
[미들급] 마그누스 세덴블라드 vs 가레스 맥렐란
[라이트급] 닉 하인 vs 존 턱
[라이트급] 얀 카브랄 vs 레자 마다디
[플라이급] 호리구치 교지 vs 닐 시어리
[웰터급] 레온 에드워즈 vs 도미닉 워터스
[플라이급] 사사키 유타 vs 윌리 게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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