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KBO는 최근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기술위원회를 꾸린 것에 이어 지난해 kt의 통합우승을 이끈 이강철 kt 감독을 사령탑으로 확정했다. 아직 대회까지는 시간이 적잖이 남아있지만, 이 대회에 참가할 선수들의 면면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도쿄올림픽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여줬던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으로서는 이번 대회에서 뭔가의 반등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함을 가지고 있다. 침체가 너무 길어지면 안 되기 때문이다. 좋은 성적이라는 거창한 목표도 중요하겠지만, 팬들에게 기대감을 주는 내용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최근 리그의 주류로 자리 잡은 20대 중‧후반의 선수들에게 자연히 관심이 쏠린다.
최지훈(25‧SSG)는 관계자들이 말하는 유력한 승선 후보 중 하나다. 무엇보다 올해 성적이 좋고, 계속해서 오르막을 그리는 그래프도 즐겁다. 최지훈은 24일까지 시즌 88경기에 나가 타율 0.309, 106안타, 5홈런, 36타점, 20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810을 기록 중이다. 중견수 수비는 더 발전해 이제는 박해민(LG)이나 정수빈(두산)에게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 선수라는 호평까지 받는다.
그런데 정작 최지훈은 머리를 긁적인다. 올스타 선발로 하나의 목표를 이룬 최지훈은 이제 WBC와 내년 아시안게임을 동시에 앞두고 있다. 태극마크에 대한 욕심은 있지만 그만한 자격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최지훈은 WBC 선발 가능성에 대해 “제가 WBC에 나갈 만한 자격이 되나요”라고 되묻더니 “(박)성한이는 충분할 것 같다”고 동료의 이름을 꺼냈다.
그러나 성적과 동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통계전문사이트 ‘스탯티즈’가 집계한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에서 최지훈은 3.40을 기록해 전체 야수 중 6위권에 올라 있다. 국내 선수로는 이정후(키움‧5.34), 나성범(KIA‧4.27), 김현수(LG‧3.49)에 이어 4위다. 외야수들이 쟁쟁하지만, 최지훈의 팀 공헌도가 결코 밀리지 않음을 상징한다.
올해 시즌 성적표에서도 상당 부문에서 상위권에 올라있다. 득점에서 1위고, 최다안타 6위, 2루타 6위, 도루에서도 2위다. 15개 이상의 도루를 성공시킨 리그 5명의 선수 중 하나고, 87%의 성공률 또한 굉장히 높은 수치다. 여기에 수비는 이제 자타공인 최고 수준이다.
팀 선배이자 국가대표팀 경험이 있는 김강민 또한 최지훈의 승선 가능성이 높다며 기를 살렸다. 김강민은 최지훈의 자신 없는(?) 대답에 곧바로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김강민은 “좌익수, 중견수, 우익수를 모두 볼 수 있는 선수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단기전에서 매번 주전 선수를 쓸 수도 없어 백업 선수도 중요하다”면서 “여기에 주루도 좋고, 공격도 좋아졌다”면서 최지훈이 충분히 태극마크를 달 수 있다고 단언했다.
앞으로 이런 성적을 이어 갈 수 있다면 김강민의 말대로 감독이 좋아할 만한 스타일이 될 수 있다. 이정후가 중견수 포지션을 맡는다고 가정하고, 양 코너를 공격력이 좋은 거포 유형으로 채운다고 가정해도 백업 외야수는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꼭 주전이 아니더라도 수비와 주루에서 모두 최정상급 가치를 가진 최지훈을 외면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자격이 없다고 이야기했지만, 역설적으로 자격을 계속해서 증명하는 최지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