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만약 올 시즌 가을야구 진출 구도가 지금 상태로 확정된다면, 7월 24일이란 날짜는 기억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KBO리그 양극화가 현실인 된 하루이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중위권 싸움이 예상 그리고 기대보다 싱겁게 전개되고 있다. 중부전선을 가운데 두고 대치하던 5위 KIA 타이거즈와 6위 롯데 자이언츠의 희비가 후반기 첫 번째 3연전에서부터 크게 갈렸기 때문이다. 5강 다툼이 더 치열하게 펼쳐지리라는 전망도 보기 좋게 벗어났다.
KIA는 24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원정경기에서 23-0 대승을 거뒀다. 이로써 이번 3연전을 싹쓸이하면서 후반기 출발과 함께 신바람을 달렸다.
의미가 있는 스윕이다. 이번 시리즈 전까지 5위 KIA와 6위 롯데의 격차는 4게임이었다. 3연전 결과를 따라 간격이 1경기까지 좁혀질 수 있던 상황. 특히 롯데가 전반기를 4연승을 마친 터라 박빙의 승부가 예측됐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고 말았다. 롯데가 내놓은 1~3선발 찰리 반즈~박세웅~글렌 스파크맨을 KIA가 무참히 공략하면서 사흘 내내 승리를 맛봤다.
5위 KIA와 6위 롯데의 전력 차이가 두드러진 3연전이었다. KIA는 안정된 투타 조화를 앞세워 매번 우위를 점한 반면, 롯데는 선발 마운드와 불펜진이 삐걱거린 가운데 타선마저 침묵하면서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했다.

그나마 1차전에는 변명의 여지라도 있었다. 초반 무실점을 기록하던 롯데 선발투수 반즈가 3회 애매한 볼 판정 앞에서 흔들렸다.
3회초 KIA의 공격. 2사 1·2루에서 반즈가 나성범과 풀카운트 승부에서 바깥쪽 높은 곳으로 직구를 던졌다. 반즈와 포수 안중열은 모두 스트라이크를 예상한 상황. 그러나 이영재 주심은 이를 볼로 선언했고, 결국 이어진 2사 만루에서 반즈는 밀어내기 볼넷과 적시타 2개를 허용해 4실점했다.
다음날 만난 롯데 래리 서튼 감독은 “어제 반즈가 풀카운트에서 나성범에게 던진 공은 스트라이크였다. 거기에서 삼진이 나왔다면 이닝이 종료됐을 텐데 그러지 못했고, 결국 반즈가 4실점하고 말았다. 심판이 놓쳤다”면서 “어제 잠을 잘 자지 못했다. 아쉬운 판정이었기 때문이다. 공이 코너를 벗어난 것도 아니었고, 반 개 이상 빠진 것도 아니었다.이런 판정이 경기 결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곤 한다. 어제 경기가 대표적이다”고 강한 목소리로 말했다.
중위권 싸움의 서전, 그것도 에이스가 나온 날 2-5로 패한 사령탑이 이처럼 강경하게 나온 숨은 이유는 하나다. 당시 판정을 비판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겠지만, 이를 통해 선수단이 다시 심기일전할 수 있도록 감독이 총대를 메려는 의도가 작용했다.
그러나 서튼 감독의 이러한 강경발언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롯데는 다음날에도 투타 엇박자가 나면서 3-9로 졌다. 선발투수 박세웅이 6이닝 10피안타 3실점으로 내려간 가운데 2-3으로 따라붙던 7회 등판한 구승민이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지 못한 채 5피안타 4실점하면서 승기를 내줬다.

3연전의 끝은 더욱 좋지 못했다. 마지막 3차전에서 KBO리그 역사를 바꾸면서 스스로 무너졌다. KIA 타선을 상대로 무려 26안타와 23점을 허용하면서 0-23으로 졌다. 역대 최다 점수차 패배라는 불명예와 함께였다.
이렇게 이번 시리즈를 연달아 내준 롯데는 중위권 싸움의 동력까지 잃게 됐다. 4경기였던 5위 KIA와 격차는 7게임까지 벌어졌다. 4위 kt 위즈와 간격은 8경기. 아직 페넌트레이스 종료까지 60게임이 남았다고는 하지만, 후반기 출발 시점에서 맛본 3연패는 뼈아파 보인다.
이번 3연전은 KBO리그 순위 판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현재 구도를 놓고 보면, 1위 SSG 랜더스부터 2위 키움 히어로즈, 3위 LG 트윈스가 견고한 3강 체제를 다져가는 가운데 4위 kt와 5위 KIA가 2중을 이루고 있다.
문제는 하위권인데 6위 롯데가 중위권 오르막길에서 미끄러지면서 가을야구 진출이 가능한 상위 5강과 하위 5약의 차이가 두드러지게 됐다.
지금의 양극화는 최근 몇 년간 볼 수 없던 현상이기도 하다. 2년 전인 2020년의 경우 5위 키움과 6위 KIA가 7.5게임 차로 페넌트레이스를 마쳤지만, 이는 종료 시점 기준의 차이였고, 막판까지 치열한 중위권 싸움이 전개되다가 10월 중순에서야 격차가 벌어졌다.
KBO리그 흥행의 열쇠를 쥔 5강 싸움은 과연 이렇게 싱겁게 막을 내리게 될까. 롯데를 포함한 현재 하위권 추격자들의 전력이라면, 그리 긍정적인 전망은 하기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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