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비뉴스=잠실, 신원철 기자] kt 고영표는 지난해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서 단번에 '국제용' 투수라는 호평을 받았다.
결승전에 오른 강팀 미국과 일본을 상대로 모두 제 몫을 해냈다. 특히 고영표의 일본전 선전은 '일본 타자에는 좌투수'라는 한국 야구계의 오랜 클리셰를 깨는 통쾌한 결과이기도 했다.
내년에는 다시 한번 고영표가 세계에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무대가 열린다. 2017년 이후 6년 만에 돌아올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 고영표를 기다리고 있다.
아직 정규시즌이 진행 중인 만큼 고영표의 대표팀 선발을 예단할 수는 없지만 국내 투수 가운데 평균자책점 4위(전체 10위, 2.90) 탈삼진 2위(전체 6위, 109개) 퀄리티스타트 공동 1위(전체 3위, 14번)에 올라 있는 만큼 태극마크를 달 자격은 충분해 보인다.
마침 kt 이강철 감독이 WBC 사령탑을 맡게 됐다. 고영표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지도자가 대표팀에 있으니 고영표에게는 유리한 조건이 아닐까. 그런데 고영표는 이강철 감독의 대표팀 겸임을 '핸디캡'이라고 본다.
고영표는 29일 잠실 LG전에서 시즌 9승을 달성한 뒤 "우리 감독님이 대표팀을 맡으시니까 나한테는 핸디캡이다"라고 했다. 이유를 듣고보면 일리 있는 얘기다. 그는 "(이강철 감독이)매일 공 던지는 걸 지켜보시지 않나. 그러니까 핸디캡이다"라고 했다.
매일 최선을 다해 꾸준히 좋은 결과를 내지 않으면 감점 요소만 쌓일 거라는 얘기다. 이강철 감독은 이날 경기 전 다른 팀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느냐는 질문에 "하이라이트는 보지만 경기 중에 특별히 더 신경 써서 보지는 못한다"고 털어놨다. 당장은 대표팀 구성이 아니라 순위 싸움이 급하다.
다른 팀 선수를 유심히 볼 틈은 없어도, 고영표나 소형준 같은 kt 소속 선수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살필 수 있다. 그래서 고영표는 이강철 감독의 대표팀 겸임을 핸디캡으로 표현했다.
그래도 자신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고영표는 "그래도 계속 좋은 투구를 하다 보면 좋게 봐주시지 않을까 싶다. 일단 올해 남은 시즌과 포스트시즌까지 잘 던져야 대표팀에 뽑아주실 거다. 오늘같이 순위 싸움하는 팀 상대로 못 던지면 내 매력도 떨어지는 것 아닌가"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