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이호준 타격코치. ⓒLG 트윈스
▲ LG 이호준 타격코치. ⓒLG 트윈스

[스포티비뉴스=인천, 고봉준 기자] “기사 보고 생각이 났어요. 그 꼬마 키가 그렇게나 컸어요?”

LG 트윈스 이호준(46) 타격코치는 그날의 만남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우연치고는 운명적이었던 그날 밤 인연을 맺은 아이가 어엿한 야구선수로 자랐다는 이야기를 듣고선, 한동안 머릿속 깊숙이 넣어놓았던 추억의 한 조각을 꺼내놓았다.

SSG 랜더스와 맞대결이 열린 28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만난 이 코치는 “내가 NC 다이노스에서 선수로 뛰던 때였다. 그날따라 워낙 많은 팬들이 마산구장으로 몰려서 아주 조심히 자동차를 끌고 바깥으로 빠져나가던 중이었다. 그런데 타이어가 한 아이의 발 위로 지나가는 사고가 나고 말았다. 그래서 당장 아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갔다”며 수년 전 기억을 떠올렸다.

이어 “그런데 그 친구가 좀 특별했다. 보통 아이 같으면 그 상황에서 당연히 눈물을 펑펑 흘릴 텐데 울기는커녕 씩씩하게 버티더라. 얼마나 당차던지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병원에서 모든 검사를 받았다. 또, 다행히 크게 다친 곳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기억을 더듬을수록 그날의 인연은 더욱 또렷이 떠오르는 눈치였다 이 코치는 “모든 진찰이 끝난 뒤 아이 부모님이 보는 앞에서 ‘너는 야구를 해야겠다. 이런 성격이면 선수로 분명 성공할 것 같다’고 말해줬다. 이어 며칠 후에는 아이를 마산구장으로 불러서 각종 야구용품을 선물로 줬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예기치 않은 사고로 현역 프로선수와 짧은 인연을 맺게 된 아이는 이호준의 말을 흘려듣지 않았다. 당장 부모님을 설득해 리틀야구부로 들어갔고, 이제는 어엿한 고등학교 유망주가 됐다. 바로 마산용마고 2학년 우완투수 장현석(18) 이야기다.

고교 1학년이던 지난해부터 최고시속 150㎞의 빠른 공을 던진 장현석은 올 시즌 가파른 성장세를 앞세워 기대주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끝난 제77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에선 최고시속 153㎞의 직구와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를 안정적으로 구사하면서 프로 스카우트들의 주목을 받았다. 건장한 신체조건(신장 190㎝·체중 90㎏)도 플러스 요인이다.

▲ 마산용마고 2학년 우완투수 장현석. ⓒ고봉준 기자
▲ 마산용마고 2학년 우완투수 장현석. ⓒ고봉준 기자

사실 장현석은 상일초 3학년 때까지만 하더라도 야구를 전문적으로 할 생각이 없었다. 그저 친구들과 동네야구를 즐기는 정도였다. 그런데 이듬해 이 코치의 권유로 리틀야구부로 들어가게 됐고, 경주중과 마산용마고를 거치며 유망주로 성장했다.

장현석은 “코치님께서 ‘너는 친구들보다 체격이 좋고 성격도 활달해서 야구선수를 하면 잘 될 것 같다. 한번 잘 생각해보라’고 말씀하셨다. 그 이야기를 듣고는 욕심이 생겨 야구를 시작하게 됐다. 내게 이 코치님은 은인 같으신 분이다”고 말했다.

또, 이 코치가 자신을 기억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정말 신기하다. 빨리 코치님을 만나 뵙고 싶다”고 미소를 지었다.

운명처럼 인연을 맺은 장현석과 이 코치. 둘의 재회는 오래 걸리지 않을 전망이다. 장현석이 장신의 유망주로 성장했다는 소식을 접한 이 코치는 “그 친구가 그렇게나 컸냐”며 되묻고는 “소식을 듣고 (장)현석이를 빨리 만나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이어 “안 그래도 올 시즌이 끝난 뒤 후배(진민수)가 감독으로 있는 마산용마고를 찾을 계획이었는데 잘 됐다. 잘 성장했는지 보고 싶다”는 말과 함께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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