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이강철 감독(왼쪽)과 LG 류지현 감독 ⓒ 곽혜미 기자
▲ kt 이강철 감독(왼쪽)과 LG 류지현 감독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신원철 기자] 정상급 마무리 투수들이 모두 홈런을 내주는 보기 드문 하루, 예측할 수 없는 경기 흐름은 마치 포스트시즌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3위 LG 트윈스와 4위 kt 위즈가 벤치 수싸움부터 연장 승부까지 미리보는 가을 야구를 보여줬다. 

▷ 국내 선발 넘버3 공략, 두 번은 안 당했다

kt 소형준은 30일 경기를 포함해도 국내 선발투수 가운데 평균자책점 3위(2.75, 경기 전 2.51)에 올라 있었다. 매년 성장하면서 이제는 에이스급 투수로 떠올랐다. LG는 대체 선발투수 배재준을 내세운 경기라 매치업은 kt의 우세. 그런데 LG는 1회 선취점에 이어 4회 추가점으로 5-0까지 달아났다. 

4회 3득점은 모두 2사 후에 나왔다. 문성주와 문보경이 마치 잰 것처럼 비슷한 코스로 타구를 날려 연속 적시 3루타를 기록했다. 유강남이 5-0을 만드는 적시타를 때렸고, 이영빈도 안타를 쳤다. 4연속 안타가 모두 2구 안에 나왔다.

문보경은 "선수들이 같이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면서 "첫 타석에서 먹힌 타구가 나와 두 번은 당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변화구에 헛스윙해도 좋다고 생각하고 타격했다"고 밝혔다. LG 타자들의 노림수를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 고의4구 적중, 대타 대성공…신들린 국대 감독

WBC 대표팀을 맡을 이강철 감독은 신들린 작전으로 5점 열세를 만회했다. 0-5로 끌려가던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실점에 비해 투구 수가 많지 않았던 소형준을 7회까지 밀어붙여 추가점을 저지했다.

타자들은 배재준이 내려간 뒤 차근차근 점수를 뽑았다. 교체 출전한 선수들이 분위기를 바꿨다. 5회 대수비로 들어간 권동진이 7회 3루타를 치면서 kt의 반격이 시작됐다. 9회에는 송민섭-신본기 대타 카드가 모두 적중하며 3점 차로 따라붙었다. 

수비에서는 고의4구가 맞아 떨어졌다. 소형준은 kt가 3-5로 추격한 7회말 1사 1, 3루에서 김현수를 거르고 로벨 가르시아와 승부했다. 첫 2구 커터가 모두 볼이 됐지만 세 번째 공은 작전대로 들어갔다. 2루수 정면 땅볼. kt는 병살 플레이로 위기를 넘겼다. 

▲ 문보경 ⓒ곽혜미 기자
▲ 문보경 ⓒ곽혜미 기자

▷ 마무리 멀티이닝, 나란히 피홈런까지

9회초 3점 차 무사 2루가 되자 LG 고우석이 등판해 첫 타자 심우준을 땅볼로 막았다. 조용호에게 내야안타를 맞기는 했지만 빗맞은 타구. 배정대는 공 4개로 삼진 처리하며 빨간 불 두 개를 켰다. 그러나 경기는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는다. 앤서니 알포드에게 던진 2구 커브가 총알 같은 홈런으로 돌아왔다. 

고우석은 10회초까지 책임졌다. 송은범은 10회가 시작된 뒤부터 몸을 풀기 시작했다. 계획된 멀티 이닝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고우석이 던진 38구는 마무리를 맡은 뒤 정규시즌에서는 최다 투구 수다. 

kt 김재윤도 멀티 이닝을 맡았다. 9회 2사 후 오지환과 승부가 9구까지 길어졌지만 문성주를 초구에 잡으면서 17구로 1이닝을 끝냈다. 투구 수 여력은 충분했지만 10회가 너무 허무하게 끝났다. 문보경에게 던진 초구 시속 143㎞ 직구가 통타당하며 오른쪽 폴대를 맞는 홈런이 되고 말았다. LG가 이렇게 10회말 8-7 끝내기 승리를 거두며 3연패에서 벗어났다. kt는 4연승 도전이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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