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 핸드볼 전설 홍정호(오른쪽)와 법무법인 지암 김선웅 변호사.
▲ 여자 핸드볼 전설 홍정호(오른쪽)와 법무법인 지암 김선웅 변호사.

[스포티비뉴스=서초, 박대현 배정호 정형근 기자] "대한핸드볼협회 '유령 조직'에서 나온 결과를 스포츠윤리센터가 인정했다는 사실이 정말 이해되지 않는다. (스포츠윤리센터가) 정말 힘없는 사람을 대변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10월 14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전국체육대회 핸드볼 여고부 결승전에서 황지정보산업고(강원)가 일신여고(충북)를 26-25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닷새가 흐른 같은 달 19일 충북체육회는 대한체육회에 민원제기 공문을 발송했다. '전국체전 결승전 심판과 기술임원진의 승부조작 혐의가 의심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민원을 접수한 대한체육회는 대한핸드볼협회에 승부조작 혐의를 둘러싼 사실관계와 협회 조치 결과를 회신할 것을 요청했다.

대한핸드볼협회는 스포츠공정위원회를 꾸리지 않고 자체 심의기구 격인 '민원심의위원회'를 개최해 결승전 당시 기술임원직을 수행한 홍정호(48)에게 5개월 정직 징계를 부과했다. 충북체육회가 제기한 승부조작 및 편파판정 의혹을 인정한 것이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여자 핸드볼 금메달리스트인 홍정호는 징계 결과는 물론 협회 절차에도 부당한 측면이 크다며 스포츠윤리센터에 해당 내용을 제소했다. 승부조작은 일체 없었다는 점을 피력하면서 법적 근거가 없는 '민원심의위원회'가 공정위를 대신해 체육인 징계를 관장할 수 없다는 점을 주장했다. 협회 규정에 없는 '유령기구'라는 것이다.

지난 5월 스포츠윤리센터는 홍 씨에게 승부조작·편파판정 '무혐의' 내용이 담긴 사건처리통지서를 보냈다. 부정 청탁을 받은 사실 역시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징계 절차상 하자를 스포츠윤리센터에 제기한 홍 씨의 제소는 지난 3일 기각했다. 협회가 법적 근거가 없는 민심위를 개최해 부당 징계를 내렸다'는 신고인의 청원은 수용하지 않은 것이다.

스포츠윤리센터는 대한핸드볼협회가 그간 중요 민원을 민원회의를 통해 해결해왔고 경기배정금지처분은 징계가 아닌 업무명령으로 판단돼 기각한다고 결론했다.

홍 씨는 5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지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포츠윤리센터에 올바른 지침이나 판정을 해달라고 얘기했음에도 전적으로 협회를 옹호하는 결론을 냈다"면서 "충북체육회나 일신여고 같은 경우 근거도 없이 신문사나 청와대, 국회의원실에까지 감정적으로 호소했다. 아시아핸드볼연맹에서도 편파판정이나 승부조작이 아니라는 답변이 왔다. 스포츠윤리센터가 정말 올바른 기능을 하고 있는지, 그곳에서 심의하는 분들이 중립성을 지키면서 전문성을 갖고 심의 결과를 도출했는지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항변했다.

이어 "협회 유령 조직에서 나온 결과를 (스포츠윤리센터가) 인정했다는 걸 납득할 수 없다. 어떤 근거로 그러한 결정을 내렸는지, 통지서엔 정확한 설명도 기술돼 있지 않다. 스포츠윤리센터가 정말 나 같은 힘없는 사람을 대변해 만들어진 단체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에 배석한 홍정호 측 김선웅 변호사도 "스포츠윤리센터는 법적으로 이의제기나 재심 절차가 없다. (통지서 결과를) 뒤집으려면 소송을 해야 한다. 모순된 결정을 내린 부분은 문화체육관광부에 감사 요청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협회가 민원심의위원회라는 유령 기구에서 내린 징계라고 버젓이 보도자료까지 배포한 행위를 (스포츠윤리센터가) 비호하는 건 잘못된 판정이다. 체육계에 향후 엄청난 파장을 가져올 것"이라면서 "다른 종목단체서도 유사 상황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조직 규정에 없는 심의위원회에서 특정인에게 중징계를 내리고 대한체육회나 언론에 보고 또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고서 이후 문제가 되면 징계가 아니었고 무고한 당사자에게 업무명령이었다고 주장하는 행위가 만연해질 것이다. 이는 스포츠윤리센터 역할을 망각한 것이고 존재 이유를 의심케 하는 처사"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핸드볼계 인사는 "협회 집행부에서 함께 일하는 동안 민원심의위원회란 조직은 없었다. 그런 루트로 징계를 내린 적도 없었다"면서 "경기 중에 임시로 질서대책위원회를 만드는 건 있다. (그럼에도) 거기서 징계를 올리면 공정위에서 징계를 한다. 지금 같은 경우는 중간에 유령 조직이 껴 혼란상을 가중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핸드볼 경기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심판이다. 심판이 모든 권한과 책임을 갖는다. 그 다음이 (판정을 총괄하는) 심판위원장이다. 그런데 (이번 사태) 모든 책임을 기술임원인 홍 씨에게 전가했다. 진실로 경기에 문제가 있었다면 심판과 심판위원장 등 관련자 모두가 징계 받았어야 하지 않은가. 당시 심판위원장은 지금도 직을 유지 중이다. 솜방망이 처벌로 끝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홍 씨는 "스포츠윤리센터 통지서를 받고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 '2차 가해'를 준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윤리센터에서 유령기구인 민원심의위원회를 인정하면 모든 체육 단체가 비슷한 기구를 만들어 억울한 사람에게 징계를 내릴 수 있다. 정말 심각한 문제"라며 "스포츠윤리센터 이사장의 사과와 재조사를 강력히 요구한다. 재심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감독 기관인 문체부 감사 등을 변호사와 협의해 청구할 예정”이라고 호소했다.

스포츠윤리센터의 이번 결정은 '공식 통로'인 공정위 외 민원기구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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