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2차례 사이영상을 받고, 한 차례 MVP를 차지한 정상급 투수의 기량은 쉽게 녹슬지 않았다. 올해 나이 39살인 저스틴 벌랜더(휴스턴 애스트로스)가 2023년에도 2500만 달러(약 324억원)를 더 벌 수 있는 요건을 갖췄다.
벌랜더는 5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열린 '2022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가디언즈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2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6-0 승리를 이끌며 시즌 15승(3패)째를 챙겼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1.73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다. 39살 노장이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도는 것도 놀라운 일인데, 지금도 시속 97마일(약 156㎞)짜리 공을 꽂아 넣고 있다.
올 시즌 등판 20경기 만에 130이닝을 채우며 내년 선수 옵션도 달성했다. 벌랜더는 지난해 12월 휴스턴과 1년 2500만원 FA 계약을 하면서 2023년 선수 옵션을 넣었다. 벌랜더가 올해 130이닝 이상 던지면 2023년에 2500만 달러를 받는 조건이었다. 옵션은 벌랜더가 실행해도 되고 포기해도 된다. 벌랜더는 당장 옵션 실행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40살 시즌에도 2500만 달러를 더 벌 수 있는 요건은 마련해뒀다.
벌랜더는 전성기 때부터 엄청난 스태미나를 자랑했다. 200이닝 이상 던진 시즌이 무려 12차례나 된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소속이었던 2011년에는 무려 251이닝을 던지면서 24승을 챙겼고, 그해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과 MVP를 동시 석권하는 쾌거를 이뤘다. 금강불괴에서 파생된 '금강벌괴'라는 별명이 붙은 배경이다. 개인 통산 3118이닝으로 현역 메이저리거 중에서는 잭 그레인키(캔자스시티, 3197⅔이닝)에 이어 2위다.
하지만 선수 본인은 올해 건강하게, 또 완벽하게 130이닝 이상 던질 줄은 몰랐다. 벌랜더는 2020년 9월 팔꿈치 수술을 받으면서 지난 시즌을 통째로 쉬었다. 그대로 선수 생활을 마감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였다.
벌랜더는 "130이닝을 던질 수 있을지 몰랐다. 휴스턴과 계약을 할 때 구단 측에서 130이닝을 선수 옵션으로 걸고 싶다고 했다. 그 정도면 내가 던질 수 있는 공정한 수치라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벌랜더는 이제 휴스턴에 한번 더 우승 반지를 안기는 것을 목표로 마운드에 선다. 130이닝에 도달하면서 개인적인 목표를 달성하긴 했지만, 그게 최종 꿈은 아니다. 벌랜더는 "130이닝에 도달하기 위해서 공을 던진 적은 없다. 그게 내가 경기에 나서는 이유는 아니다"라며 불혹을 앞둔 베테랑은 월드시리즈 우승을 향한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