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FC전에서 골을 넣고 두 손을 들어 세리머니를 하는 송민규  ⓒ한국프로축구연맹
▲ 수원FC전에서 골을 넣고 두 손을 들어 세리머니를 하는 송민규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수원, 이성필 기자] "슬럼프 아닌 슬럼프인데 더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한 노력입니다." 

김상식 전북 현대 감독은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2 24라운드 순연 경기에서 송민규를 제로톱으로 세웠다. 

충분히 이해되는 고육지책이다. 대기 명단에는 구스타보가 유일한 최전방 공격수 자원이었다. 여름 이적 시장에서 일류첸코가 FC서울로 이적했다. 공격 2선에서 다양하게 활용 가능한 조지아 국가대표 출신 토르니케는 메디컬테스트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아 영입에 실패했다. 

쿠니모토는 음주운전 파문으로 전북을 떠났다. 측면 공격수 바로우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 스웨덴으로 잠시 떠났다. 임기응변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어려운 상황이었다. 김 감독은 "(송민규 제로톱이) 잘 되면 좋은 옵션이 하나 생긴다"라며 기대했다. 

179cm의 신장인 송민규가 최전방 공격수로 섰기에 높이 활용은 어려웠다. 대신 발밑 플레이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수원FC 수비진 스피드가 다소 느린 것도 고려했다. 

송민규는 2018년 포항 스틸러스를 통해 프로에 입문했다. A대표팀에 부름을 받을 정도로 한국 축구의 미래 자원 중 하나로 꼽힌다. 2020년에는 27경기 10골 6도움으로 이타적인 모습까지 갖췄다. 2021년 16경기 7골을 기록하자 전북에서 유혹했고 이적에 성공했다. 

하지만, 호화 공격진의 전북에서 주전 경쟁은 쉽지 않았다. 바로우에 한교원 문선민 등 다양한 공격수가 있었다. 경기력이 신통치 않아 전북 전술에 녹아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무엇이든 보여주는 것이 필요한 상황에서 김 감독의 제로톱 배치는 모험이었다. 1위 울산 현대와 승점 6점 차 상황에서 선두권 경쟁이라는 과제 수행이라는 점에서 더 그랬다. 

놀랍게도 송민규는 수원FC전에서 제로톱으로의 능력을 뽐냈다. 7분 김진수가 엔드라인 부근에 있던 김진규에게 스로인을 시도했다. 김진규는 그대로 페널티지역 중앙으로 볼을 보냈다. 이를 박배종 골키퍼가 나와 잡으려는 것을 본 송민규가 그대로 오른발로 잘라 넣었다. 완벽한 전술 수행이었다. 

송민규는 공격 시 볼 배급의 출발점도 마다치 않았다. 33분 강상윤의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도 송민규의 패스가 있었다. 35분에는 송민규 스스로 터닝 슈팅한 것이 오른 골대를 살짝 빗겨갔다. 원포지션이 측면 공격수인 송민규는 구석으로 볼을 가지고 가다 중앙으로 빠르게 빼주며 수원FC 수비를 흔들었다.  

후반에도 송민규의 역할은 같았다. 측면으로 빠져들어 갔다가 중앙으로 볼을 내주는 이타성을 보여줬다. 11분 김보경의 왼발 터닝 슈팅이 아깝게 빗나간 것도 송민규의 배급이 있어 가능했다. 이후 송민규는 21분 구스타보와 교체되며 벤치로 물러났다.

경기 결과를 떠나 구스타보의 체력 안배에 큰 도움을 준 송민규의 활약이었다. 1-0 승리로 효율도 좋았다. 전북은 13일 인천 유나이티드전을 치른 뒤 일본으로 떠나 18일 대구FC와 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16강전을 갖는다. 멀리 보면 송민규의 제로톱은 전북에 큰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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