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844일 기다렸는데도, 팀이 먼저였다…장원준 "고집부리며 더 던질 생각 없었다"[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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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고집부리면서 더 던질 생각은 없었다."
간절했던 130승 고지를 밟기까지 쉽지는 않았다. 팀 승리에 해를 끼치면서까지 마운드에서 버티고 싶지 않았는데, 결국 실력으로 팀 승리를 이끌면서 자신의 대기록까지 달성했다. 두산 베어스 베테랑 좌완 장원준(38)이 드디어 재기의 꿈을 이뤘다.
장원준은 2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70구 7피안타 무4사구 4탈삼진 4실점을 기록하며 130승을 달성했다. 두산 타선은 장단 14안타를 터트리며 7-5 역전승과 함께 장원준의 시즌 130승을 선물했다. 장원준은 지난 2018년 5월 5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개인 통산 129승 거둔 뒤 1844일 만에 1승을 추가했다.
2004년 1차지명으로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한 장원준은 그해 4월 4일 삼성 라이온즈전에 데뷔해 프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날로부터 6988일이 흐른 날 다시 삼성을 만나 130번쨰 승리를 챙겼다. '장꾸준'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묵묵히 3만3366구를 던져 달성한 결과였다.
130승 달성은 KBO 역대 11번째, 좌완으로는 역대 4번째다. 37세9개월 22일로 좌완으로는 역대 최고령 130승 투수이기도 하다. 종전 기록은 한화 송진우로 2000년 7월 4일 청주 해태 타이거즈전 당시 나이 34세4개월18일이었다. 우완까지 통틀면 KIA 임창용(2018년 9월 29일 광주 한화전, 42세3개월25일) 다음인 2위다.
장원준은 전성기 때는 구사하지 않았던 투심패스트볼을 장착해 변화를 꾀했다. 이날도 최고 구속 140㎞, 평균 구속 139㎞ 투심패스트볼(31개)과 130㎞ 초반대 슬라이더(24개)를 주로 던지면서 삼성 타자들과 싸워 나갔다. 체인지업(10개), 직구(4개), 커브(1개) 등도 적재적소에 섞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1㎞까지 나왔다. 2회 연속 안타를 허용하고 수비 도움까지 받지 못하면서 4실점하긴 했지만, 타선이 장단 14안타로 7점을 뽑아준 덕분에 5이닝을 채우고 팀의 역전승을 이끌 수 있었다.
다음은 장원준과 일문일답.
-130승 소감은.
승리투수까지 생각 안 했다. 맡은 임무에 최소 실점해서 가능한 5이닝을 버티자고 생각했다. 타선이 그래도 끝까지 힘을 발휘해 점수 많이 뽑아줘서 승리할 수 있었다.
-4회부터 불펜에 김명신이 몸을 풀긴 했다.
(몸 푸는 것은) 못 봤다. 생각만 했다. 4회부터는 불펜에서 준비할 수 있겠다는 생각만 했다. 고집부리면서 더 던져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2회에 흔들렸는데.
빗맞은 안타가 있긴 했는데, 점수를 줄 때는 주더라도 도망가는 피칭을 해서 더 어렵게 하기 보다는 빠른 카운트에 승부해서 어떻게든 방망이에 맞혀서 결과 얻는 게 낫다고 생각해 최대한 공격적으로 가긴 했다. 4점을 주긴 했지만, 내 생각에 나쁘진 않았다.
-양의지와 호흡을 맞췄는데.
5년 만에 호흡을 맞췄다. (양)의지만 믿고, 의지 미트만 보고 던졌다. (호흡이)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의지 사인만 믿고 던졌다.
-2017년까지는 8년 연속 10승 등 승수를 잘 쌓았는데, 2018년부터 힘든 5년을 보냈다.
심리적으로 많이 쫓겼다. 빨리 복귀해서 팀에 보탬이 돼야지 하면서 마음이 너무 쫓겨서 2군에서 준비할 때도 급하게 했던 게 더 역효과가 나면서 기간이 길어진 듯하다.
-2군에서도 선발의 꿈을 포기하진 않은 것 같던데.
안 좋아지기 시작하면서 원래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져 찾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몸 상태가 예전 폼이 안 나오는 폼인데, 자꾸 좋았던 그 폼을 쫓아가려 하니까. 그러면서 컨트롤도 안 좋아지고 그렇게 된 것 같다.
-구속은 잘 나온 비결이 있을까.
올해 시범경기 때 2군 내려갔을 때 권명철 코치님께서 투심패스트볼을 권하셨다. 예전부터 생각은 했지만, 안 했다. 다시 추천해 주셔서 '연습해 보겠습니다' 하면서 선발로 던지면서 연습한 게 잘 먹히더라. 투심 던지다가 직구 들어가면 타이밍 늦고, 그러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이승엽 감독 부임 때를 돌아보자면.
먼저 내 생각을 물으셨다. 나는 더 선수 생활 하고 싶다고 했고, 감독님은 팀도 못 구해서 은퇴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하셨다. 1년 기회 줄 테니 잘해보자고 하셨다.
-130승까지 1승 하려고 5년이 걸렸다.
홀가분한 것도 있고, 마음 한구석에는 선발로 하다가 안 되면 그만두더라도 던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올해 어쨌든 기회를 주셔서 후회 없이 던졌던 것 같다.
-130승 다음 목표는?
전혀 없다. 지금처럼 하나하나, 팀이 원하는 자리에서 팀이 이길 수 있는 투구를 하는 게 내 임무다.
-배영수 코치 기록(131승)까지 2승 남았다.
이제 승에 대한 미련은 전혀 없다(웃음).
-홍건희, 곽빈, 최원준 등 후배들이 물을 뿌렸는데.
못 봤다. 아무 생각이 없었다. 지금 춥다.
-은퇴 기로에서 든 생각은.
아프면서, 중간 투수 하면서 자꾸 아쉬움이 남고 후회가 남더라. 이렇게 그만두면 후회와 아쉬움이 남을 것 같았다. 후회와 미련을 남기지 말자는 생각으로 나섰다. 마운드에서 내 공 못 던지고 후회와 미련 남고 내려오느니, 가운데 던져서 홈런 맞더라도 내 공이 안 통한다는 것을 깨닫고 그만두자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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