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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오타니 찬스’가 사라졌다… 역대급 재능 낭비, 6년 동행 허무하게 끝나나

작성일: 2023.09.17 12:20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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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인절스에서의 마지막 경기를 이미 치렀을 수도 있는 오타니 쇼헤이
▲ 에인절스에서의 마지막 경기를 이미 치렀을 수도 있는 오타니 쇼헤이
▲ 오타니는 17일 옆구리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르며 시즌을 조기 마감했다
▲ 오타니는 17일 옆구리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르며 시즌을 조기 마감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LA 에인절스를 출입하는 담당 기자들은 16일(한국시간) 홈구장인 엔젤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디트로이트와 경기를 앞두고 하나의 이상한 광경을 발견했다. 홈구장인 엔젤스 스타디움 클럽하우스에서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의 짐이 싹 사라진 것이다.

원정에 동행하지 않는 선수의 원정 클럽하우스 라커가 비워지는 경우는 간혹 있다. 그러나 홈구장 라커는 선수가 마이너리그로 내려가지 않는 이상 선수의 짐이 그대로 있기 마련이다. 원정에는 필요한 만큼의 짐만 가지고 이동하는 선수들도 있다. 그러나 오타니는 달랐다. 짐이 없었다. 마치,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사람 같았다.

모두가 예감하고 있었다. 오타니의 시즌이 이대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올해로 본격적인 투‧타 겸업 3년 차를 맞이하는 오타니는 절정의 활약을 선보였으나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8월 24일 신시내티와 더블헤더 1경기에 등판한 오타니는 당시 팔꿈치 인대가 파열되는 중상을 당했다. 이후 타자에만 전념했으나 5일 훈련을 하다 오른쪽 옆구리에 통증을 호소하며 이탈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은 부상으로 여겼으나 결장 기간이 길어지며 심상치 않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오타니는 2018년 시즌 중 투구를 하다 팔꿈치 인대가 파열돼 인대재건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팔꿈치 재활 중인 2019년에는 타자로 활약했고, 그 이후로는 긴 결장이 없었다. 오타니가 5경기 이상을 내리 빠지는 건 보기 드문 일이었다. 심지어 올해는 시즌 중 팔꿈치 부상을 당했음에도 타자로는 계속 경기에 나갔다.

결국 에인절스는 모두의 예상대로 17일 오타니를 10일짜리 부상자 명단(IL)에 올렸다고 공식 발표했다. 오른쪽 옆구리 부상이 사유다.

에인절스는 이 발표와 함께 “오타니는 올 시즌 남은 경기에 출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또 하나의 공식 발표를 덧붙였다. 시즌 아웃을 의미하는 것이다. 에인절스는 아직 14경기가 남아 있지만, 오타니의 시즌은 여기서 끝이 났다.

▲ 오타니는 6년간 뛰어난 활약을 펼쳤지만 팀 승리와는 인연이 잘 없었다
▲ 오타니는 6년간 뛰어난 활약을 펼쳤지만 팀 승리와는 인연이 잘 없었다
▲ LA 에인절스는 트라웃과 오타니의 시대에도 단 한 번도 5할 문턱을 넘기지 못했다
▲ LA 에인절스는 트라웃과 오타니의 시대에도 단 한 번도 5할 문턱을 넘기지 못했다
▲ 오타니의 투타 공헌도에도 에인절스는 뒷심 부족에 시달리곤 했다
▲ 오타니의 투타 공헌도에도 에인절스는 뒷심 부족에 시달리곤 했다

오타니는 올해 투수로 23경기에 선발 등판해 132이닝을 던지며 10승5패 평균자책점 3.14, 167탈삼진의 호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인대 부상으로 더 이상 기록을 쌓지는 못했다. 타자로는 135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4, 44홈런, 95타점, 102득점, 20도루, OPS(출루율+장타율) 1.066을 기록하며 절정의 기량을 뽐냈다. 그러나 옆구리 부상으로 이 기록 또한 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지금까지 거둔 성적만으로도 생애 두 번째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 등극은 확실시된다는 평가다. 투‧타 모두 고르게 공헌도를 쌓았기 때문이다. 오타니는 본격적인 투‧타 겸업 첫 해였던 2021년 리그를 대충격에 빠뜨리며 만장일치 MVP로 추대됐었다. 지난해도 역사적인 홈런 페이스를 그린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에 밀리기는 했지만 MVP 투표에서 2위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런 성적을 나열할수록 더 아쉬워지는 게 바로 소속팀 에인절스의 성적이다. 오타니는 2018년 에인절스와 계약한 뒤 때로는 타격에서, 때로는 투‧타 모두에서 좋은 기량을 선보였다. 그러나 팀 성적이 부진해 빛이 바랜 측면이 있다. 실제 에인절스는 오타니가 있었던 6년 동안 단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가지 못했다. 진지하게 근접했던 시즌조차 없다.

오타니가 2018년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했을 때, 거의 대다수 팀들이 오타니를 붙잡기 위해 달려들었다. 사장과 단장, 그리고 팀의 간판 스타들까지 총동원한 프리젠테이션이 곳곳에서 열렸다. 이 어마어마했던 영입전에서 최종 승리한 팀은 에인절스였다. 에인절스는 오타니의 투‧타 겸업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했고, 메이저리그 최고 스타인 마이크 트라웃과 오타니를 쌍두마차 삼아 월드시리즈에 도전하겠다는 원대한 청사진을 내걸었다.

오타니는 이런 조건이 마음에 들었고, LA 다저스나 뉴욕 양키스 등 거대 명문 클럽들을 뒤로 한 채 에인절스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에인절스는 ‘승리하는 팀’이 아니었다. 그 유명한 트라웃도 포스트시즌에 간 건 딱 한 번이었다. 오타니와 트라웃이 뭉쳤지만 팀 성적은 쉬이 나아지지 않으면서 매년 5할 아래에 머물렀다. 

▲ 이제 오타니의 시대와 작별을 고할 가능성이 높은 에인절스
▲ 이제 오타니의 시대와 작별을 고할 가능성이 높은 에인절스
▲ 오타니는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투타 겸업을 이어 갈 전망이다
▲ 오타니는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투타 겸업을 이어 갈 전망이다
▲ FA 자격을 얻는 오타니는 이기는 팀으로의 이적이 유력시된다는 전망이다
▲ FA 자격을 얻는 오타니는 이기는 팀으로의 이적이 유력시된다는 전망이다

2018년 에인절스는 승률 0.494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4위, 2019년은 승률 0.444로 역시 지구 4위였다. 코로나19로 단축시즌이었던 2020년조차 0.433으로 4위였고, 심지어 오타니가 투‧타 겸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2021년도 승률 0.475로 4위였다. 지난해는 트라웃의 부상 기간도 길어지며 승률 0.451로 지구 3위, 오타니가 역대급 활약을 펼친 올해도 0.459의 승률로 4위에 머물고 있다.

아예 투자를 안 한 것도 아니었다. 트라웃에게 많은 돈을 줘야 하는 상황에서 앤서니 렌던에 2억 달러 이상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렌던과 트라웃은 잦은 부상에 시달렸고, 오타니 홀로 외롭게 팀을 끌고 나가는 일이 많았다. 여기에 선발진은 항상 문제였다. 불펜도 들쭉날쭉했고, 팀을 대표한다는 유망주들은 성장이 더뎠다. 돈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잘못된 투자를 했고 팀은 장기적인 비전이 부족했다. 그 와중에 구단주는 구단을 팔 생각만 했다.

에인절스는 공식적으로는 오타니를 붙잡고 싶어 한다는 뉘앙스를 여러 차례 흘렸다. 하지만 FA 자격을 앞둔 지금까지 오타니에게 공식적인 연장 계약 제안을 한 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리고 6년이 지나 오타니는 FA 자격을 얻는다. 오타니라는 역사적 재능을 낭비했고, ‘트라우타니’라는 역사적 듀오가 결성된 6년이라는 시간을 낭비했다. 에인절스에게 다시는 이런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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