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스 16강부터 한일전 성사…이강인, 구보와 격돌 '절친에서 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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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16강에서 한때 절친을 만났다. 이제는 넘어트려야 할 적이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18일(이하 한국시간) 스위스 니옹 UEFA 하우스에서 2023-2024시즌 챔피언스리그 16강 대진 추첨을 진행했다.
국내 축구팬들의 이목을 끈 건 PSG(파리생제르맹)와 바이에른 뮌헨의 상대다. PSG엔 이강인, 뮌헨엔 김민재가 주축으로 활약 중이기 때문이다.
첼시 전설 존 테리가 16강 대진 추첨 볼을 뽑았다. PSG가 16강전에서 만날 팀은 스페인의 레알 소시에다드. 뮌헨은 이탈리아의 라치오와 격돌한다.
이중에서도 PSG와 레알 소시에다드 대결에 관심이 쏠린다. 레알 소시에다드엔 일본인 공격수 구보 다케후사가 있다. 구보는 올 시즌 모든 대회 포함 23경기 출전해 6골 4도움을 기록 중이다. 레알 소시에다드 중심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다. 16강부터 한일전이 성사된 셈이다.
두 선수는 어린 시절부터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유망주로 이름을 날렸다. 싹수부터 달랐다. 조기에 스페인으로 날아가 축구 유학을 통해 실력을 쌓았다. 이강인은 발렌시아 유스 팀에서, 구보는 바르셀로나 유스 팀에서 착실히 성장했다.
프로 무대를 준비하던 중 구보는 국제축구연맹(FIFA) 징계를 받았다. 바르셀로나에서 프로를 향한 꿈이 막힐 위기에 처하자 자유계약대상자(FA)로 일본에 돌아왔다. FC도쿄를 거쳐 요코하마 마리너스 프로 무대를 밟으며 1군 선수들과 경쟁했다. 하지만 유럽축구에 대한 꿈은 포기하지 않았다. 2019년 구보는 레알 마드리드 카스티야(2군)에 입단해 유럽으로 돌아왔다.
이 기간 이강인은 발렌시아에서 꾸준히 성장해 1군 팀 유니폼을 입었다. 코파델레이(국왕컵)에 출전했고 구단 고위층 신임까지 받았다. 발렌시아 주 대표 등 유스 시절에 두각을 보였기에 향후 미래를 책임질 보석으로 평가받았다.
이후 행보는 조금 엇갈렸다. 이강인은 출전 시간을 원했지만 충분한 기회를 받지 못했다. 구보는 레알 마드리드 카스티야 이후 마요르카, 비야레알 등 임대로 프로 경험을 쌓고 있었다. 출전 시간 자체는 구보가 더 많았다. 공격 포인트도 심심찮게 쌓았기에 벤치에 있던 이강인보다 실전 감각 면에서 앞서고 있었다.
이강인은 발렌시아 구단 만류에 잔류를 택했지만 결국 팀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유스 시절부터 10년 넘게 활약한 팀을 뒤로하는 건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래도 더 큰 성장을 위해 불가피한 걸정이었다. 전력은 강하지 않지만 많이 뛸 수 있고 이강인을 필요로 하는 마요르카로 이적했다.
마요르카 이적은 이강인에게 축구선수로서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 동시에 마요르카에서 구보와 만나게 된다. 구보는 레알 마드리드 소속으로 임대 생활을 전전하다 마요르카로 왔다. 한일 대표 유망주가 함께 호흡을 맞추는 순간이었다.
같이 있었던 기간은 짧았다. 둘 다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해 공존하기 쉽지 않다는 숙제도 있었다. 구보는 2022년 여름 레알 마드리드로 돌아간 이후 레알 소시에다드에 완전 이적하면서 이강인과 짧은 만남을 뒤로했다.
구보가 나가고 이강인은 마요르카 두 번째 시즌에 펄펄 날았다. 그간 지적됐던 단점을 보완했다. 단숨에 마요르카 에이스로 거듭났다. 알에서 깨고 나오는 순간이었다. 이강인은 한국인 최초 프리메라리가 두 자릿수 골을 기록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선 한국 대표팀으로 활약하며 공격 포인트까지 쌓았다. 유럽 빅클럽 러브콜이 쏟아졌다.
구보는 레알 소시에다드에서 자리를 잡았다. 2022-2023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5경기에 출전해 팀 내 주전급 선수로 인정받았다. 9골 7도움이란 준수한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고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7경기 출전으로 유럽대항전도 누볐다.
이강인은 지난 여름 마요르카를 나와 PSG로 이적하며 더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맨체스터 시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과 연결됐지만, PSG행을 결정했다. 자연스레 세계 최고 공격수 킬리안 음바페의 팀 동료가 됐다.
시즌 개막 전엔 어려움도 있었다. 근육 부상으로 출발이 더뎠다. 마요르카 때와 달리 주전경쟁도 치열했다. 그러나 2023-24시즌 프랑스 리그앙 개막전에 초점을 둬 회복했고 경기를 거듭할수록 PSG 내 입지가 커졌다. 시즌 도중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한국 대표팀으로 뛰며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이후 PSG로 돌아와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이젠 루이스 엔리케 PSG 감독의 신임을 받는 주전급 선수로 도약했다. 프랑스 리그앙과 챔피언스리그 모두에서 팀 공격의 핵심 임무를 맡았다.
프랑스 현지에서도 이강인을 조명했다. 프랑스 리그앙은 1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PSG의 슈퍼스타는 이강인이다. 이강인 유니폼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음바페나 우스만 뎀벨레보다 이강인의 유니폼이 더 많이 팔렸다"고 밝혔다.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은 작지만 어디서든 뛸 수 있는 선수다. 기량과 성격, 신체능력 모두 완벽에 가깝다. PSG는 지난 여름 아주 훌륭한 선수를 영입했다"고 극찬했다.
인기에 힘 입어 유니폼 판매는 음바페를 넘어 팀 내 1위에 올랐다. 프랑스 언론인 압델라 불마는 SNS에 "이강인은 자신의 유니폼을 가장 많이 판매한 파리지앵"이라며 "음바페보다 약간 앞서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 매체 '르 파리지앵'은 "이강인과 음바페가 유니폼 판매 매출 1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현지 클럽 스토어에서 집계한 유니폼 판매 매출에서 음바페가 1위, 이강인이 2위다. 하지만 온라인에선 이강인 유니폼의 판매량이 1위이며 2위인 음바페와 차이가 크다"고 전했다. 온, 오프라인을 더한 유니폼 판매량에선 이강인이 음바페를 앞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런 이강인과 구보는 16강 대진이 결정되자마자 절친 케미를 보였다. 구보가 먼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PSG-레알 소시에다드 대진을 올리면서 이강인을 언급했고, 이강인도 똑같이 대응하며 축구 팬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올 시즌 두 선수 성장 폭이 더 가파르기에 챔피언스리그 한일전은 더욱 불타오를 전망이다. 구보는 지난 10월 생애 첫 프리메라리가 이달의 선수상을 손에 쥐었다. 세계 최고 공격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에이스 주드 벨링엄을 넘고 탄 상이라 값어치가 크다.
이강인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몽펠리에전 대포알 슈팅으로 PSG 구단 선정 11월 이달의 골을 받았다. 프랑스 리그앙도 이강인 활약에 주목했고 리그앙 이달의 골까지 수상했다.
리그앙 사무국은 "PSG에서 이강인의 유니폼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킬리안 음바페, 우스망 뎀벨레의 이름보다 이강인 이름이 더 눈에 뛴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파르크 데 프랭스에 계속 몰려들고 있다. 이강인은 마요르카에서 PSG에 합류해 음바페보다 더 많은 유니폼을 팔았다. 유럽인들은 아직 깨닫지 못했을지 모르겠지만 PSG는 진정한 슈퍼스타를 얻었다"라고 기대했다.
이어 "PSG는 이강인 존재만으로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 이강인은 엔리케 감독에게 유용한 선수일 뿐만 아니라, 이강인은 아직 어리기에 갈 길은 멀지만, 아시아의 새로운 스타가 될 자질을 갖췄다. 한국 대표팀 스타 손흥민의 발자취를 따라가기 위한 모든 걸 갖췄다. PSG는 아시아에서 그 어느 때보다 큰 인기를 얻고 있다"라고 짚었다.
일본에서도 두 선수 맞대결을 주목했다. 일본 매체 '사커다이제스트'는 "구보와 이강인이 챔피언스리그에서 만난다"고 전했고, '스포치니 아넥스'는 "마요르카 시절 동료였던 이강인과 구보가 16강에서 재회한다"라고 주목했다.
이강인과 구보의 발 끝에 PSG, 레알 소시에다드의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 여부가 갈릴 전망이다. 한편 두 선수는 내년 2월 챔피언스리그 16강이 열리기 전에도 부딪힌다. 소속을 달리해 각국을 대표하는 국제대회에서 격돌한다. 무대는 카타르에서 열리는 2024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이다. 역시 이강인, 구보 활약에 따라 우승을 노리는 한국, 일본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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