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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푸이그 느낌나지 않나요?” 미국도 주목했던 그 재능, 이제 그릇에 물이 찬다

작성일: 2024.02.19 20:02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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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컨디션을 과시하며 팀 코칭스태프의 기대를 한몸에 모으고 있는 하재훈 ⓒSSG랜더스
▲ 좋은 컨디션을 과시하며 팀 코칭스태프의 기대를 한몸에 모으고 있는 하재훈 ⓒSSG랜더스
▲ 하재훈은 각고의 노력으로 '야수 하재훈'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SSG랜더스
▲ 하재훈은 각고의 노력으로 '야수 하재훈'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너무 매력적이지 않나요? 약간 푸이그 같은 느낌이 나요”

18일(한국시간) 플로리다 캠프 들어 첫 자체 연습경기를 가진 SSG는 야수들의 컨디션이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사실 처음으로 투수들의 살아있는 공을 보는 터라 당연히 타격이 잘 될 수 없는 시기였다. 그런데도 제법 많은 야수들이 좋은 안타를 때렸고, 몸놀림도 좋았다는 게 이숭용 SSG 감독의 흐뭇한 평가였다. 그리고 그런 이 감독의 눈에 제대로 들어온 선수 중 하나가 바로 하재훈(34)이었다.

이 감독은 스스로 “공격적이고 거친 야구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기준에 가장 정확하게 부합하는 야수가 바로 하재훈이었다. 그런데 첫 연습경기부터 그 그림을 보여줬으니 칭찬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이날 하재훈은 첫 타석에서 볼넷, 두 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때렸다. 그리고 두 차례의 출루 때 모두 과감하게 2루 도루를 시도해 성공했다. 이전부터 하재훈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한 이 감독은 “타석에서 파워도 있고, 주루에도 힘이 있다”면서 “스타일 자체가 너무 매력적이다. 약간 야시엘 푸이그의 느낌이 난다”고 흐뭇하게 웃어보였다.

하재훈은 선천적인 운동 능력 하나만은 SSG 선수단 내부에서도 최고로 뽑힌다. 컨디셔닝‧스트랭스 파트가 뽑는 최고의 몸 중 하나이기도 하다. 멀리 칠 수 있고, 여기에 잘 뛸 수 있으며, 투수 시절 최고 시속 150㎞ 이상을 때리던 어깨는 말할 것도 없다. 그 재능과 신체 조건을 눈여겨본 건 한국 지도자뿐만이 아니었다. 미국에서도 알아봤다. 아쉽게 메이저리그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고교 졸업 후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하며 태평양을 건너 트리플A 무대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괴물들이 득실거리는 무대에서도 운동 능력은 결코 밀리지 않았다. 

다만 그 야수로서의 재능을 보여주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메이저리그 진출에 실패한 뒤 약간의 공백기가 있었다. 국내 복귀 후 처음에는 투수로 뛰었다. 데뷔 시즌이었던 2019년에는 36세이브를 기록하며 깜짝 구원왕에 올랐다. 하재훈의 야구 재능을 입증하는 장면이었지만, ‘야수 하재훈’의 DNA는 점차 사라져갔다. 하지만 어깨 통증이 오히려 기회를 열었다. 2022년 시즌을 앞두고 야수로 전향해 땀을 흘리고 있다. 

주위에서 모두가 안쓰러워 할 정도의 고된 과정이었다. 2022년 시즌이 시작하기 전부터 마음을 단단히 먹고 훈련에 매진했다. 2022년 SSG의 1차 캠프 최우수선수(MVP)가 바로 하재훈이었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독기였다. 2022년 60경기 적응기를 거친 뒤에는 더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2022년 시즌 뒤 호주 리그에서 뛰는 등 쉴 새 없는 일정이 이어졌다. 너무 힘든 과정에 면역력이 떨어져 피부병을 얻을 정도로 야구 인생을 걸었다. 

지난해 두 차례의 부상 때문에 시즌 구상이 망가지기는 했지만 77경기에서 타율 0.303, 7홈런, 3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42를 기록하며 모두를 설레게 했다. 한 번 받은 탄력을 죽이는 어리석은 일도 하지 않았다. 하재훈은 시즌 뒤에도 거의 쉬지 않고 훈련을 했다. 시즌 종료 후 며칠 쉬고 인천SSG랜더스필드에 매일 나와 몸을 만들었다. 1월에는 몇몇 동료들과 함께 추신수의 자택이 있는 미국 텍사스로 넘어가 훈련을 했다. 그리고 하재훈은 “지난해보다 더 좋다”는 평가와 함께 플로리다에 입성했다.

▲ 이숭용 감독은 공수주 재능을 모두 갖춘 하재훈의 출전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SSG랜더스
▲ 이숭용 감독은 공수주 재능을 모두 갖춘 하재훈의 출전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SSG랜더스
▲ 구원왕에 이어 야수로서도 최고의 시즌을 정조준하고 있는 하재훈 ⓒSSG랜더스
▲ 구원왕에 이어 야수로서도 최고의 시즌을 정조준하고 있는 하재훈 ⓒSSG랜더스

하재훈은 땀을 믿는다. 그리고 지난 2~3년간의 자신의 노력도 믿는다. 아직 앞이 뚜렷하게 보이는 건 아니지만, 언젠가는 보상을 받을 것이라는 희망과 함께 살인적인 일정을 이어 가고 있다. 하재훈은 “고생한 만큼 보람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이 정도로 운동을 했으면 솔직히 감도 좀 잡히고 몸도 제대로 되어야 할 시기”라고 웃으면서 “최근 3년을 놓고 보면 역시 올해가 가장 좋은 것 같다.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현 상태를 짚었다. 자만하지는 않는다. 결과로 보여줘야 하는 게 프로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 싶지만 여전히 오전 5시에 나와 훈련을 하는 건 변하지 않았다. 

SSG는 하재훈의 팀 전력 비중을 작년보다 확대한다는 기본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 감독은 “하재훈을 최대한 많이 활용할 생각”이라고 단언하면서 “추신수나 한유섬이 쉴 때 하재훈이 나갈 수 있고, 에레디아가 지명타자로 나갈 때도 하재훈이 외야로 나갈 수 있다. 현재 팀 휴식 구상을 볼 때 하재훈을 많이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일단 좌완 쪽에 포커스를 맞추지만 주전 선수들이 부진할 때는 (우완을 상대로도) 그 다음이 하재훈이니 준비를 하고 있으라고 이야기했다”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 2년은 하재훈이 오랜 기간 잠들었던 야수의 세포를 깨워가는 과정이었다. 성실하게 훈련했고, 3년 차라면 이제는 ‘야수 하재훈’의 진면모가 나올 때가 됐다. 그렇다면 세포는 얼마나 다 예민하게 깨어났을까. 하재훈은 “올 시즌 성적이 답을 해줄 것이다. 예전의 것들을 깨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리그가 다르다 보니 이곳에서 맞춰서 해야 할 것들이 많다. 부딪혀봐야 알 것 같다”면서 “내가 만약 웃고 있으면 세포가 잘 깨어난 것이다. 울고 있으면… 아니다, 이제는 그만 울고 싶다”고 웃으며 각오를 다졌다. 모든 선수와 구단의 희망이 감도는 스프링캠프지만, 이 거대한 그릇의 희망은 조금 더 특별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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