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즈하라 잇페이의 불법 도박과 절도 혐의에 관련해 기자회견에 나선 오타니 쇼헤이 ⓒ 연합뉴스/AFP
▲ 미즈하라 잇페이의 불법 도박과 절도 혐의에 관련해 기자회견에 나선 오타니 쇼헤이 ⓒ 연합뉴스/AFP
▲ 오타니 쇼헤이(오른쪽)는 미즈하라 잇페이와 2013년 닛폰햄에서 처음 만났다. 2017년 메이저리그 진출이 확정된 뒤에는 그를 개인 통역으로 고용했다. ⓒ 연합뉴스
▲ 오타니 쇼헤이(오른쪽)는 미즈하라 잇페이와 2013년 닛폰햄에서 처음 만났다. 2017년 메이저리그 진출이 확정된 뒤에는 그를 개인 통역으로 고용했다.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전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와 관련한 불법 도박 연루는 물론이고 빚 대리 상환까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기자회견 다음날 경기마저 연속 삼진으로 물러났다. 경기력에 끼치는 영향이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모양새는 그렇게 됐다. 서울 시리즈를 마치고 돌아와 3경기 연속 무안타다. 

오타니는 2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 '프리웨이 시리즈' 시범경기에서 2타수 무안타 2삼진에 그쳤다. 3경기 연속 무안타 침묵. 

친정 팀을 만난 오타니는 에인절스 팬들이 박수로 자신을 환영하자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경기력은 어쩐지 예전 같지 않다. 25일 에인절스전을 시작으로 시범경기 막판 3경기에서 6타수 무안타 2볼넷에 머물렀다. 시범경기 전체 성적은 타율 0.393, OPS 1.214로 뛰어나지만 서울 시리즈를 마치고 돌아온 뒤의 3경기에서는 시원한 타격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앞서 20일과 2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024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2경기를 치른 다저스는 28일 휴식 후 29일 홈구장 다저스타디움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본토 개막전에 나선다. 서울 시리즈 1차전 선발투수였던 타일러 글래스나우가 다시 선발을 맡는다. 세인트루이스는 일본 프로야구 출신 마일스 마이콜라스를 개막전 선발투수로 예고한 상태다.   

▲ 26일 LA 에인절스전에서 머리로 향한 공을 피하며 깜짝 놀란 오타니 쇼헤이. 한 차례 볼넷으로 출루하는 데는 성공했다.
▲ 26일 LA 에인절스전에서 머리로 향한 공을 피하며 깜짝 놀란 오타니 쇼헤이. 한 차례 볼넷으로 출루하는 데는 성공했다.

2013년부터 알고 지냈고, 2017년 메이저리그 진출과 함께 통역이자 인생의 동반자와 마찬가지인 사이였던 미즈하라의 배신은 오타니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무려 450만 달러를, 그것도 선수의 통역이 불법 스포츠 베팅에 참가하느라 날려버렸다. 그것도 이 계좌 거래를 오타니 이름으로 하는 '간 큰' 행동까지 저질렀다. 

가족에 버금갈 만큼 가까웠던 통역 미즈하라에게 450만 달러를 도둑맞은 사실이 밝혀진 가운데, 오타니는 시범경기 일정을 모두 마쳤다. 29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릴 개막전에 앞서 마음을 추스를 시간은 단 하루 남았다. 

오타니는 1회 첫 타석에서 실세스의 바깥쪽 높은 포심 패스트볼에 당했다. 볼카운트 2-2에서 6구째 시속 96.1마일(154.6㎞)패스트볼이 스트라이크존 살짝 밖으로 빠졌는데 오타니는 방망이를 참지 못하고 헛스윙했다. 

4회에는 실세스의 슬라이더에 헛스윙하면서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번에는 풀카운트였다. 몸쪽으로 파고드는 슬라이더에 오타니의 방망이가 나왔다.

오타니는 6회초 세 번째 타석을 앞두고 미겔 로하스로 교체됐다. 서울 시리즈로 개막 일주일 전 장거리 이동이 있었던 다저스는 오타니 외에도 무키 베츠와 프레디 프리먼, 윌 스미스 등 선발 출전한 주축 선수들을 두 타석만 뛰게 하고 벤치 멤버를 투입했다. 

▲ LA 다저스는 오타니 쇼헤이의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를 해고했다.
▲ LA 다저스는 오타니 쇼헤이의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를 해고했다.

공교롭게도 '미즈하라 게이트'가 시작되고 미국으로 돌아온 뒤 안타가 나오지 않고 있다. 오타니는 서울 시리즈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경기에서 10타수 3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공식 개막에 앞서 열린 스페셜게임에서는 5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으나 본경기가 막을 올리자 시범경기 때의 타격감을 되찾았다. 

로버츠 감독은 "타자는 스윙 한 번에 감을 잡기도 한다"며 오타니의 부활을 반겼다. 그러나 오타니는 미국으로 돌아온 뒤 시범경기에서는 3경기 연속 무안타로 침묵하고 있다. 

이 무안타 침묵 사이에도 오타니는 할 말을 했다. 오타니는 2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즈하라 게이트'의 자초지종을 직접 설명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이 시점에서 내 기분을 말로 표현하기가 정말 어려운 것 같다. 슬프고 충격을 받았다. 나는 야구나 다른 스포츠에 베팅을 한 적이 절대 없다.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도 있어 이야기할 수 있는 내용에 한계가 있는 것을 이해해주었으면 한다"며 양해를 구했다. 

그러면서 "나는 스포츠 베팅을 하거나 베팅을 해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으며 송금을 의뢰한 적도 없다. 며칠 전까지는 그런 일이 있었던 것도 몰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즈하라가 계좌에서 돈을 훔쳐서 내 주위 모두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말했다. 

▲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는 기자회견을 마치고는 평소와 다름없이 훈련에 나섰다.
▲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는 기자회견을 마치고는 평소와 다름없이 훈련에 나섰다.

오타니는 10분 넘는 시간을 할애해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 언론의 의구심은 여전하다. 포브스, 블룸버스, ESPN 등에서 스포츠 비즈니스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좀 폼플리아노는 트위터에 "오타니는 기자회견에서 두 가지 중요한 질문을 회피했다"며 "미즈하라가 어떻게 오타니의 은행 계좌에 접근했을까, 또 몇 달에 걸쳐 여러번 50만 달러가 빠져나가는 것을 왜 눈치채지 못했을까.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듣지 않는 한 어떤 주장도 믿기 어렵다"고 썼다. 

미국에서는 성인이 자신의 계좌를 타인에게 완전히 맡기는 것이 비상식적인 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아시아에서는, 특히 '외국인 선수'로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선수에게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이 한 메이저리그 관계자의 의견이다. 오타니뿐만 아니라 다른 아시아 선수들에게도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 언론에서도 같은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전직 메이저리그 통역들이 선수의 계좌를 관리한 사례가 얼마든지 있다. 

오타니와 미즈하라의 관계에 대해 한 메이저리그 구단 관계자는 "미국 정서상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얘기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21일 서울시리즈를 앞두고 미즈하라 사건에 대해 "미국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면이 있다. 성인이 계좌 관리 같은 일을 통역 같은 타인에게 맡겼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미국의 상사에게 오타니 사건에 대해 보고했는데 '왜 계좌를 맡긴 것인지'를 이해하지 못해 그 이유를 여러번 설명해야 했다"고 말했다. 

▲ 오타니는 "스포츠 베팅을 하거나 베팅을 해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다. 송금을 의뢰한 적도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즈하라가 계좌에서 돈을 훔쳐서 내 주위 모두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 오타니는 "스포츠 베팅을 하거나 베팅을 해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다. 송금을 의뢰한 적도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즈하라가 계좌에서 돈을 훔쳐서 내 주위 모두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오타니가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지 않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조사와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오타니가 기자회견에서 설명할 수는 없는 일이다. 21일 로버츠 감독도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미즈하라와 관련한 질문은 전부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했다. 많은 이들이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으나 의혹만으로 징계를 내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현시점에서 결론적으로 오타니가 출전 정지, 로스터 제외와 같은 중징계를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수사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규정에 저촉되는 문제가 없었다. 미즈하라는 여러번이나 오타니는 도박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불법 도박 업자 보이어 또한 수사 과정에서 오타니는 만난 적도 없다고 진술했다. 

스포츠 전문 매체 디 애슬레틱 켄 로젠탈 기자는 23일 이번 사건이 오타니에 미칠 영향을 정리하면서 징계 가능성을 일축했다. 오타니가 미즈하라의 빚을 갚아준 것이 사실이라면 처벌을 받을 수는 있지만 메이저리그 규정을 직접적으로 위배하지 않으며 법리도 다퉈볼 만한 논쟁의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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