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을 둘러싼 굴레에서 벗어나 2025년 그간의 아쉬움을 씻겠다는 각오로 뭉친 이영하 ⓒ두산베어스
▲ 자신을 둘러싼 굴레에서 벗어나 2025년 그간의 아쉬움을 씻겠다는 각오로 뭉친 이영하 ⓒ두산베어스
▲ 선발과 불펜 경험이 풍부한 이영하는 다가올 FA 시장에서 큰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곽혜미 기자
▲ 선발과 불펜 경험이 풍부한 이영하는 다가올 FA 시장에서 큰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시드니(호주), 김태우 기자] 선발 투수와 불펜 투수는 공을 던진다는 투수라는 점에서 같지만, 시즌을 준비하는 것과 경기에서의 마음가짐이 완전히 다르다. 생각 자체가 다른, 완전히 다른 ‘종족’이다. 선발로 성공했다고 불펜에서 잘 던진다는 보장도 없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현대 야구에서 철저한 분업을 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이영하(28·두산)는 그런 측면에서 특별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선수다. 선발로 성공한 적도 있고, 불펜에서 잘 던진 경험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팀 상황에 따라 양쪽에서 모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코칭스태프로에는 굉장히 큰 전략의 유연성을 주는 투수다. 올 시즌을 정상적으로 마치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 이영하가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렸을 때는 주로 선발로 뛰었다. 2016년 두산의 1차 지명을 받고 입단한 이영하는 2017년 리그에 데뷔했고 2018년부터 선발로 가능성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2018년 선발 17경기에 나선 것에 이어 2019년에는 27경기, 2022년에도 20경기 선발로 나서는 등 선발 경험이 제법 풍부한 편이다. 한 시즌 중에도 선발로 뛰었다가, 불펜으로 뛰는 등 여러 보직을 소화하기도 했다. 말 그대로 만능키였다.

그런 이영하는 2023년부터 불펜으로 돌아섰다. 팀 사정도 있었고, 개인적인 사정도 겹쳤다. 지난해에는 59경기 중 58경기가 불펜의 문을 열고 나간 경기였다. 이영하는 몸도 몸이지만,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선발 투수의 생각에서 불펜 투수의 생각으로 전환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그것이 자신의 야구 인생에서 큰 도움이 됐다고 이야기한다.

이영하는 “중간 투수로 나갈 때 그 (등판) 간격이나 중간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갈 때 그 마음이 계속 힘들었다. 아무래도 주로 선발을 해왔고 선발을 하다 뒤로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와는 달랐다.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지, 무슨 생각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고 돌아보면서 “선발은 지금 이닝에 1점을 주고 막으면 된다. 그런 식으로 생각을 많이 했다. 하지만 불펜은 달랐다. 심지어 내 주자가 아닐 때도 있었다. 점수를 줘도 된다는 생각이 맞는 건지, 이런 게 너무 힘들었다. 그런 부분이 많이 헷갈렸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박정배 투수코치 등 지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전체적으로 많은 것이 정리됐다고 말하는 이영하다. 그래서 지난해 성적이 내심 아쉽다. 더 던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를 때쯤 시즌이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이영하는 지난해 59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99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지난해 부족했던 점을 찬찬히 복기한 이영하는 시즌이 끝난 뒤 쉬지 않고 운동을 계속했다. 일본까지 가서 여러 경험을 쌓는 등 누구보다 의욕적으로 시즌을 보냈다. 지난해 생각보다 몸이 늦게 올라왔다는 것을 반성했기에 올해는 평소보다 더 페이스를 빨리 끌어올렸다.

그 결과 캠프 초반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하고 있다. 이영하는 “지금 상태가 좋다. 어깨와 팔꿈치 상태가 생각보다 괜찮아서 걱정 없이 시원시원하게 던지는 것 같다”면서 “지난해 많은 이닝을 던졌다고 하지만 별로 안 던진 것 같다. 그전에 선발도 하고 그랬다. 내가 던져왔던 것에 비하면 막 많이 던진 것도 아니라 딱히 부담은 없는 것 같다”고 지금 상태를 설명했다. 이어 이영하는 “사실 더 던질 수도 있어 나에게는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이닝 같은 경우도 (김)택연이나 (이)병헌이가 던지는 이닝을 내가 옆에서 같이 던져주면서 내 이닝을 많이 늘려나가고 싶은 욕심이 중반부터는 엄청 강했다. 그런 부분이 내 욕심만큼 안 됐다”면서 올해는 다를 것이라 자신했다.

▲ 올 시즌 두산 불펜의 키플레이어로 뽑히는 이영하 ⓒ두산베어스
▲ 올 시즌 두산 불펜의 키플레이어로 뽑히는 이영하 ⓒ두산베어스

사실 어려운 시기도 있었다. 학교폭력 가해자라는 누명을 써 한동안 야구장이 아닌 법원을 들락날락해야 했다. 그 기간 공도 던지지 못했다. 답답한 시기였고, 그럴수록 야구에 대한 간절함이 더 커졌다. 그렇게 3년 가까운 기간을 싸워 최종적으로 무죄 판정을 받았다. 그 흘러간 시간에 대한 보상은 없었지만, 이영하는 과거를 잊고 앞만 바라보기로 했다. 그 당시 못 던진 것까지 던져보고 싶은 욕심이 강하다. 그리고 충분히 더 잘할 수 있다는 자기 주문과 함께 2025년의 문을 연다. 어쩌면 FA 동기부여보다 더 강력한 자기실현의 욕구다. FA는 팀이 우승을 하면 자연스럽게 좋은 값이 따라오지 않을까 하고 웃어넘겼다.

이영하는 “내가 가지고 있는 신체 피지컬이나 내가 던지는 능력에 비해 사실 만족할 만한 시즌을 1~2번밖에 보내지 못했다. 표면적으로 성적이 잘 난 시즌도 있고 안 난 시즌도 있지만 안 난 시즌에도 내가 마음에 드는 시즌은 있었다”면서 “누구나 어느 보직에서 다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정말 다 해 본 사람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선발도 해보고, 중간도 해보고, 마무리도 해봤다. 팀이 필요하고 경기를 이길 때 필요한 선수 중 한 명이 되는 게 가장 좋다”면서 팀에 헌신하겠다고 각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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