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비뉴스=질롱(호주), 김태우 기자] kt 내야수 오윤석(33)은 2024년 시즌을 앞두고 준비를 위해 해외로 떠났다. 그런데 그 행선지가 조금 특이했다. 미국이나 일본, 혹은 가까운 아시아의 따뜻한 곳에서 몸을 만드는 선수들은 많다. 하지만 오윤석이 향한 곳은 도미니카 공화국이었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었다.
사람의 일은 예상하기 어렵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발단으로 예상치 못한 경로가 만들어진다. 이번에도 그랬다. 롯데 시절 코치로 오윤석과 인연이 있는 전설적인 레전드 훌리오 프랑코와 연락이 발단이 됐다. 프랑코 코치의 롯데 시절 통역이 여행 등의 목적으로 도미니카를 찾았다. 그곳에서 프랑코 코치와 만났고, 프랑코 코치는 롯데 타격코치 시절 기억에 남는 선수 몇 명을 이야기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오윤석이었다. 영상 통화를 하며 안부를 주고받는 와중에 오윤석은 “가면 운동을 할 수 있느냐”고 장난 식으로 말했다. 어쩌면 그냥 해본 말이었다.
그런데 프랑코 코치는 흔쾌히 “당장 오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오윤석은 뭔가 홀린 듯이 짐을 챙겨 도미니카로 떠났다. 살면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대다수가 방문 경험이 없는 그곳은 오윤석의 야구 인생에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됐다. 우리는 비시즌이지만 도미니카는 한창 리그가 진행되던 중이었고, 오윤석은 훈련도 하고 야구도 보면서 머리를 식혔다.
단순히 프랑코 코치와 타격 훈련을 할 수 있었기에 좋았던 건 아니었다. 오윤석은 “코치님과 타격 훈련도 하고, 배울 것은 배울겸 갔다”면서 “오전에 운동을 하고, 오후에는 시간이 되면 야구장에 가서 야구도 구경했다. 야구 외적인 것들을 구경한 게 너무 좋았다. 단순히 야구뿐만 아니라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떠올렸다. 때로는 그냥 아무 생각없이 물끄러미 야구를 보며 많은 것을 느꼈다고 했다. 자신에게는 새로운 에너지가 됐다.
오윤석은 “우리와 비슷한 점도 많지만 그 나라의 야구 문화를 많이 봤다. 선수들이 준비하는 과정에서 무엇에 집중하고, 어떤 것에 신경을 쓰고 준비하는지 그런 것들이 새롭게 와 닿는 게 많았다”면서 “한국에 있을 때는 해보지 않은 생각도 많이 했다. 다녀오신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과, 또 직접 경험한 것은 많이 달랐다. 정말 큰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도미니카의 공기는 오윤석의 머리를 때로는 때리고, 또 맑게 했다. 오윤석은 “도미니카에 갔다 오고 나서 설렘이라고 할까, 그런 기분이 1년 동안 쭉 이어졌다. 내 것에 집중이 잘 되고 즐겁게 야구를 했던 시즌이었다”고 말했다. 기분이 좋아서인지 성적도 나아졌다. 오윤석은 팀이 중요했던 시즌 중·후반 많은 경기에 나가며 대활약해 팀의 기적적인 레이스를 도왔다. 73경기에서 타율 0.296을 기록했다. 특히 후반기 27경기에서는 타율 0.369, 3홈런, 12타점으로 대활약하며 눈도장을 받았다.
오윤석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도미니카 생활에서 타격 기술은 물론 생각의 유연성을 얻었다고 했다. 오윤석은 “더 이상 막 얽매이고 그런 게 없었다”고 했다. 이처럼 도미니카 효과를 느낀 오윤석은 2024년 시즌이 끝난 뒤에도 다시 이곳을 찾았다. 훌리오 프랑코 코치는 다른 일이 있어 이번에는 오윤석을 돕지 못했지만, 팀 동료인 멜 로하스 주니어가 흔쾌히 다리를 놔줬다. 그렇게 비시즌을 알차게 마무리하고 다시 한국에 왔다. 다시 충전이 된 느낌이다. 그 에너지를 캠프 때부터 아낌없이 쓰고 있다.

사실 지금까지는 거의 매년 1군 엔트리 경쟁을 하던 선수였다.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 살 수 밖에 없었다. kt로 트레이드된 이후에도 2022년 112경기에 뛰는 등 매년 70경기 이상은 꾸준히 뛰던 선수였지만, 정작 주전으로 치고 나가지는 못했다. 한 걸음이 부족했다. 하지만 지난해 후반기 대활약으로 코칭스태프의 눈도장도 받았고, 선수의 자신감도 살아났다. 여기에 오랜 기간 팀의 주전 2루수였던 박경수가 공식적으로 은퇴하면서 자리도 생겼다. 이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장담은 없지만, 빈자리는 조금 더 크게 보이기 시작했다.
더 의욕적으로 달려들 수 있는 여건이고, 오윤석도 그렇다고 말한다. 지난해 높은 쪽 코스에 약점이 있었던 오윤석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시즌 내내 매달렸고, 연습량도 많이 늘렸다. 장타에 욕심을 내기보다는 정확하게 맞히는 훈련에 집중했고 투수와 수싸움 등 타석에서의 운영도 많이 연구를 하고 시즌에 들어간다. 오윤석은 “매년 좋아지는 느낌이다. 그래도 내가 아직 성장하고 있는 선수라는 점이 뿌듯하다. 기대하면서, 설레면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33세의 선수에게 ‘성장’이라는 단어는 잘 어울리지 않을지 모르지만, 오윤석은 아직 더 올라갈 여지가 있다고 믿는다. 오윤석은 “나는 주연이 아니었다. 내가 살아남으려면 매년 성장해야 했다. 작년에도 좋아졌는데 느끼는 것도 있었다. 분명히 더 좋아질 요소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안 중요한 시즌은 없었지만 올해는 진짜 중요하다. 선의의 경쟁을 펼쳐 또 성장해서 이겨내 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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